나의 이복형제들
이명랑 지음 / 실천문학사 / 2004년 5월
품절


벽도 문도 없이 그저 바닥만 있는 다락방, 이 방은 방이 아니다. 저녁이 되어 집으로 돌아와 거리에서 묻힌 흙먼지를 털어내고 들어가 지친 등을 누이는 방은 이런 방이 아니다. 괴로운 날에는 벽에다 머리를 찧기도 하고, 배가 아프면 데굴데굴 구를 수도 있어야 하고, 때로는 문지방에 걸려 넘어진 핑계로 울어버릴 수도 있는 방, 방이란 그런 것이다. 벽도 문도 없이 바닥만 있는 방, 관처럼 비좁은 이 다락방 위에서는 그 누구도 다리를 곧게 뻗을 수 없다. 키 크기와 등의 너비에 닥 맞추어서 제작된 이 방에서는 그 누구라도 두 팔을 짝 벌리고 세상을 안아볼 수 없으리라. 그런 무모한 시도를 했다가는 그 길로 곧장 떨어져버릴 테니까. 저기, 저 아래 시멘트 바닥으로. 앞으로도 계속 이 비좁은 방에서 떨어지지 않고 지내려면 두 팔을 몸에 찰싹 가져다 붙인 채로 똑바로 누워 있어야만 한다. 관 속에 들어가 누워 있는 시체처럼.-54쪽

어디에고 구덩이는 있고, 아무 이유 없이도 누군가는 구덩이에 빠진다.-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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