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문장보다 더 빠른 속도였다. 그러고 싶었다. 문장의 바닥보다 더 깊은 깊이이고 싶었다. 아무리 읽고 또 읽어도 이 환희는 소멸되지 않는다. 주무르고 어루만지어도 내게 오지 않는 문장들. 종이를 찢어 꼭꼭 씹어 삼키면 내 안에 있으려나. 도스도예프스키를 읽던 열세살의 어느 겨울 오후처럼 이제는 좋다고 다 외워지지도 않고 무겁고 무겁게 그 느낌만 내 마음 안에 그림자로라도 남기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