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 아나키 민주주의 - 인디언에게 배우는 자유, 자치, 자연의 정치
박홍규 지음 / 홍성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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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키즘과 실제

   인디언. 인류의 역사상 아나키즘과 직접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해 온 몇 안되는 민족 중 하나이다. 비록, 근대 사회에 들어서서 서구 열강등에 의해 그들의 문화가 파괴되기는 했지만 이 민족의 정치 체제 - 아나키즘은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서구 사회에서도 고드윈과 프루동 등의 학자들이 주장하기도 한 아나키즘은 현재에도 일부가 찬성,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충분히 산업과 기술이 발달한 '현대 정보' 사회에서는 인디언 사회에 비해 실현이 힘들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산업과 정보기술 (IT)가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발달되어 있다. 산업의 경우, '고용주와 고용인'이라는 관계가 자동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데 만약, 아나키즘에 따른다면 이 또한 권력이 부여된 조직이므로 결과적으로 산업을 부정, 인간 사회에서 생산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생산이 없는 사회는 역사의 흐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환경주의적 아나키즘의 측면에서 바라볼 시에는 더욱 문제점이 심각하다. 원시적 사회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환경주의적 아나키즘은 소수의 지지자들에게는 가능하겠지만 스마트폰, 컴퓨터 등의 정보기술에 거의 '모든' 부분을 지배받고 있는 현대인들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반면, '인디언 아나키 민주주의'의 아메리카 인디언은 평등한 사회를 충분히 유지할 수 있는 소규모의 농업, 수렵사회이고 정보기술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 민주주의와 아나키즘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아나키즘 자체의 본질에 관해서도 현실과의 괴리가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정부 등의 모든 권력을 부정한다면 고대 공산사회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는데 최소의 감시와 제제까지 없다면 끊임없는 분쟁과 갈등을 초래할 것이 명백하다. 개인만이 존재하는 아나키즘 사회에서 경제적, 정치적, 혹은 군사적으로 우세한 또다른 개인이 탄생해서 타인을 억압하고 분쟁을 발생시키면 이는 아나키즘의 본질인 '자유'와 '평등'에 위배되는 일이다. 인디언 사회는 체로키, 쇼쇼니, 아파치 등 씨족 (clan)에 기반을 둔 사회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점으로 인해 인디언에서는 순수한, 그리고 사회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아나키즘이 유지될 수 있었지만 씨족 구분이 없는 개인만이 존재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무력 분쟁이나 갈등이 필연적으로 초래될 수 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인디언과 고대 사회에서의 아나키즘은 농업·수렵에 근거하고 씨족으로 이루어졌다는 특징 하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다. 하지만, 산업·정보 사회인 21세기에서는 진정한 아나키즘이 실현되기 어렵다. 따라서, 현실에서의 실현보다는 그 이외의 이데올로기 (마르크시즘, 민주주의 등)에서 자유와 평등이라는 아나키즘의 정신을 항상 강조하는 방안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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