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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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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독. 예전에 읽고 정리하려다 유야무야해서 이번에는 해보려고 다시 읽었는데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읽었을 때는 재미있고 생각할 거리가 있는 정도였는데, 이번에는 너무 슬프게, 아프게 읽었다.
책은 1개의 프롤로그와 24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프롤로그에서 1장으로 넘어가면 살짝 당황하게 되는데, 사오리와 후미야라는 두 중학생 소녀-소년의 풋풋한 첫사랑의 시작을 다룬 프롤로그 이후 1장에서는 갑자기 나카하라라는 중년 남성이 전 부인 사요코가 강도 살해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 것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나카하라와 사요코는 11년 전의 어떤 사건을 극복 못 해 5년 전쯤에 이혼했었다. 사요코의 죽음 이후 그녀가 출간 준비 중이던 책의 원고를 읽고, 한편으로는 전 아내에 대한 미안함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책이 꼭 출간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카하라는 사요코의 그동안의 행적을 조사하다가 그녀의 죽음이 21년 전의 한 사건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래서 책 전체는 나카하라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캐릭터의 초점은 현재 사건을 축으로 전반부(나카하라와 사요코의 11년 전 사건)에서 후반부(사오리와 후미야의 21년 전 사건)로 이동한다. 그러면서 책의 주제도 ‘사형폐지론’을 둘러싼 찬반의 ‘공허한 십자가’ 논쟁(사형형을 받은 살인자가 반성 없이 형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기에 ‘사형은 무력하다‘는 사형폐지론자 대 살인자를 처형해도 피해자는 살아 돌아오지 않지만 그것만이 슬픔을 이겨낼 통과점이기에 ’공허한 십자가‘라도 그것마저 빼앗기면 유족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냐는 사형유지론자), 즉 ‘형벌’에서 ‘죄의식’과 ‘자기 처벌’, ‘속죄‘ 문제로 더 나아간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원체 다작 작가인 만큼 출간하는 책들의 스타일도 다양하다. 그중 이 책이나 <방황하는 칼날> 같은 작품들은 어떤 사건을 계기로 다루지만 그것을 추리 문학이 아닌 사회파 소설로 풀어나간다.
이 소설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조금 오버해서 히가시노 게이고판 <죄와 벌>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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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남자 시공사 베른하르트 슐링크 작품선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시공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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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저; 김재혁 역,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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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한나는 죽었다. 그녀는 동틀 녁에 목을 맸다. (2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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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는 왜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는가?
그녀는 ‘문맹’이었다. 글을 읽고 쓸 줄 모른다는 것은 사유를 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고, 역사를 모른다는 것이며, 그 속에서 자신의 행위가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반추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하기에 그녀는 ‘자신의 일을 하는 것’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말하자면 그것 말고는 “달리 할 도리가 없었다”고, ”간단히 도망치도록 둘 수는 없는 입장이었다“고, ”그들에 대해 책임을 져야 했다“고 말할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자신이 문맹이라는 것이 밝혀지느니 차라리 중형을 받겠다는 심정으로 필적감정을 거부하고 문제의 보고서에 서명한 것이 자신이라고 인정한다. 그녀는 자신이 문맹이라는 것에 수치심을 강하게 느끼고 있었으며, 그것을 숨기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해 온 사람이었다. 또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이성이 아닌) 감정으로 표출하는 방법 외에는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이기에 “그 누구도 너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 누구도 너한테 해명을 요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야. … 그러나 죽은 사람들은 내게 그것을 요구할 수 있어. … 재판을 받기 전에는 그들이 나한테 오려고 하면 ‘쫓아버릴 수 있었어’”(247-248쪽)라고 말했던 것이다. 하지만 수감 이후 미하엘이 카세트테이프를 보내고 그녀가 그것을 계기로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되면서 보인 행동-강제수용소 희생자들과 가해자들의 글들, 특히 여자 수감자들과 여자 간수들에 대한 글들을 읽고 모으는-을 통해 느끼고 알고 배운 역사와 자신의 행위의 의미를 이해하고는 이 세상에 자신이 속할 곳, 자신이 은폐될 곳은 없다는 생각에 출소일 새벽에 자살한 것은 아닐까.
이 소설은 나치 독일이라는 역사, 그 속에서 죄의식과 수치심 그리고 책임과 반성, 전쟁 세대(부모 세대)와 전후 세대(자식 세대)가 함께 살아가야 하는 “목표점이 확실하면서도 목표점이 없는, 성공적이면서도 헛된 운동의 이야기”인 <오뒷세이아>와도 같은 지금 독일의 현실을 한 십대 소년과 삼십대 여인의 사랑 이야기 안에서 풀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슬픈 이야기냐 행복한 이야기냐 하는 질문은 아무 의미가 없“고 ”진실되기만 하면 되“며, 과거는 언제나 생동감 있게 다가오는 현재적인 것, 즉 잊거나 제쳐버릴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이 이 소설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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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폭정 : 20세기의 스무 가지 교훈
티머시 스나이더 지음, 조행복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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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미국, 푸틴의 러시아(우리의 경우 윤석열) 같은 현대의 폭정을 일삼는 권위주의 정부/체제에 대처/대비하기 위해 히틀러의 나치 독일, 스탈린의 소련 같은 20세기의 경험에서 기억하고 배워야 하는 20가지 교훈들을 나열/설명한, 일종의 실전 매뉴얼이나 팸플릿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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