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 기사단 추리파일 - 상징과 기호로 봉인된 중세 미스터리 150 추리파일 클래식 시리즈 5
팀 데도풀로스 지음, 임송이 옮김 / 보누스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소재가 참신하여 흥미를 끌었던 책이었다. 그러나 소재 못지않게 작가 이름이 눈을 끌어 당황했다. 카카오페이지에서 유명세를 탄 [뇌가 섹시해지는 추리퀴즈]를 낸 장본인이 아닌가.  [뇌가 섹시해지는 추리 퀴즈]는 나도 2권 중간까지 달렸지만, 왜 달렸는가 의문이 들 정도로 허술하고 쓸데없는 트릭과 말도 안되는 해설이 난무해 댓글에서도 어이 없다는 말이 판을 쳤던 책이었다.(심지어 1편의 마지막 트릭은 셜록 홈즈 것을 그대로 가져와서 필자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보통은 잘 보지 않는 작가의 이력을 보았더니 인류학 전공자라고만 소개하더라. 이 작가는 이후에 이런 책 내지 말라고 부탁한 바가 있었는데 또 이런 책을 냈다. [템플 기사단 추리파일]이다.


사람은 발전하기 마련이라고, 한 번 실망했으나 계속 책을 내는 데는 또 그만한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시작했다. [템플기사단 추리파일]은 중세 유럽을 소재로 한 퍼즐 모음집...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중세 유럽의 역사를 기초로 삼았다거나, 신비로운 역사인 템플 기사단과 그들의 일화를 소재로 활용하고 중세 유럽의 여러 사실을 재구성해 퍼즐로 만들었다. 고로 단순히 문제와 답으로 구성된 여타의 퍼즐 책보다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다. 가 이 책의 요지다. 그러나 소개가 무색하게 전작에서 보여졌던 허술한 트릭과 말도 안되는 논리의 여파가 그대로 미쳤다. 아래의 이야기는 템플 기사단의 첫장에 소개되어 있는 <마을의 불명예>라는 에피소드다.



「 어느날 저녁, 마을 어르신들이 젊은 연인들의 품행에 관한 복잡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시장 광장에 모였다.

한 무리의 어르신들은 몹시 화가 나서 그 연인들을 나무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한쪽은 이 문제에 별 관심이 없었고, 그들을 내버려두길 원했다.

결구 관심이 없던 어르신들은 북새통에 지쳐 자리를 떠났다.


건너편에 있던 선술집에서 이와 관련하여 일이 있었다. 회의에 소집한 여인이 무관심한 어르신들 편에 서면,

어른신들의 3분의 2가 남는다.

또는 그 여인이 절친한 친구 2명을 설득해서 3명이 함께 한다면, 회의에 참석한 인원의 2분의 1이 남는다.

양편의 인원은 겹치지 않는다.


회의에 참석한 사람은 몇 명인가?」



답부터 먼저 공개하자면, 18명이다. 3분의 2와 2분의 1의 차이는 6분의 1이다. 회의를 소집한 여인과 절친한 친구 2명이 그 6분의 1이다. 3명이 전체 인원의 6분의 1이라면 모두 3*6= 18명이 모인 것이다. 라는 해설이 있다.

그렇다면 18명을 나누었을 때는 역시 분배가 명확히 되어야 할 것이다.


회의를 소집한 여인이 무관심한 어르신들 편에 설 경우 -> 반대 인원이 3분의 2라는 소리. 반대 인원수에서 여인이 제외가 됨.

반대편이 3분의 2인 상태에서 친구 2명이 또 제외되고 나서 2분의 1로 줄어든 인원에는 당연히 회의를 소집한 여인이 포함이 안 된다.

2명이 제외되고 나서 2분의 1이라는 소리는 2명이 6분의 1이라는 소리다. 여인이 설득해서 3명이 된들 이미 제외된 여인이 또 포함될 이유가 없다. 전제 조건에 "양편의 인원은 겹치지 않는다"라고 답했으니. 3명이 함께했다고 하더라도 이미 제외된 1명에 2명의 추가 인원이 생성된 것이다. 그려면 전체 인원이 12명이 된다.


다시 설명하자면

처음 무관심 3, 반대 8, 그리고 여인 1명이 있었다.

여인이 무관심 편에 들면 무관심 4, 반대가 8이 된다.

친구를 설득해 2명을 데리고 나오면 무관심 6, 반대 6이 된다. 전체 인원이 12명이란 소리다.


18명으로 나누는 게 해설이 가능하신 분이 있다면 내게도 설명 좀 해달라. 18명 분배가 안되서 지인의 자문을 받아 12명으로 계산했더니 분배가 되더라. 18명으로는 해석이 안되고 12명으로는 해석이 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는 게 첫번째 문제부터다. 물론 뒤에 있는 "영리한 바보"라는 에피소드는 해설에 논리가 전혀 없어 날 더 당황시켰다. 바보가 돈의 가치를 전혀 모르는데 계속 액수가 적은 동전을 매번 선택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더 큰 액수의 동전을 고르면 흥미를 잃고 자신에게 더 돈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나.

중세라는 신비한 소재, 상징과 기호로 봉인된 중세 미스터리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져 버린 걸까?



퍼즐의 기초는 숨어 있는 일정한 패턴을 찾아내고, 이를 조건으로 다음 패턴을 예상하는 데에 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수학적 도구를 활용하거나 때때로 직관력에 의지해야 한다. 템플 기사단 추리파일에 실린 문제도 예외는 아니다. 13세기 말, 프랑스의 국왕 필리프 4세와 교황 클레멘스 5세의 파상공세에 자취를 감춘 템플 기사단의 보물을 찾기 위해서는 명확한 근거와 논리적 추론으로 기사단이 남긴 질문에 답해야 한다. 기사단의 흔적과 보물의 행방,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수도회의 징표, 프리메이슨과 마녀의 석판 등 템플 기사단의 지적 유산이 독자의 직관과 재치를 시험하고, 수학적 추론 능력을 검증한다. 」

 위의 문단은 출판사 보누스가 출판에 앞서 이 책을 설명하는 문구다. 정말 영혼이 깃든 것 같은 홍보 문구를 보고 있으면 잠시 팀 데도풀로스의 명성(?)을 잊을 수 있을 듯 하다. 휴가철에 너무 심심해서 할 거 없거든 가족끼리 머리 맞대고 이 책을 봐라. 풀면 풀수록 기묘하게 화가 나 가족간의 대화가 얼마나 알차고 진솔하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이었나 깨닫게 해줄 것이다.


이번엔 재미있을 줄 알았는데. 팀 데도풀로스의 악명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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