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투어 - 어두운 역사의 흔적에서 오늘의 교훈을 얻다
김민주 지음 / 영인미디어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선시대 진정한 영업맨이었던 봉이 김선달은 대동강의 물을 팔았다. 봉이 김선달의 재치가 돋보이는 이 일화의 일면에는 사람에게 있어 자극할만한 가치가 있다면 그 무엇이든 팔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엄한 대동강 물이 아니라 우리가 걸어 온 역사와 비극을 파는 경우도 있다. 일명 다크 투어가 새로운 관광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크 투어란 무엇일까? 인간이 저지르는 과거의 어두운 현장을 찾아가서 오늘에 되살려보는 시공간 여행이 바로 다크 투어이다. 이 책에서는 다크 투어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유의어로 타나투어리즘, 블랙 관광, 애도 관광, 역사교훈 관광으로도 불리고 있다. 용어는 처음 들어보는 듯 하지만 사실 다크 투어가 가지고 있는 테마식 여행은 우리에게 굉장히 익숙하다. 중고등학생 때 꼭 가보는 역사 유적지 탐방이 다크 투어랑 흡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전근대 시절 외적에 의해 끊임없이 수탈당했을 뿐만 아니라 일제에 의한 강점의 역사까지 있기에 다크 투어를 하기 좋은 곳이 많다. 우리는 우리가 다크 투어를 몰랐다고 생각한 시절에 이미 다크 투어를 경험한 것이다. 굳이 우리에게 이 여행이 특별할 이유가 있나 싶지만 요즘 다크 투어의 추세를 보며 우리가 아는 투어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과거의 사건을 기념하거나 추모하는 광경은 우리에게 익숙한 다크 투어의 모습이다. 그러나 다크 투어를 탐방하는 여행객의 목적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스트래스클라이드대학의 관광마케팅 분야의 A.V. 시튼 교수는 다크 투어를 즐기는 여행자의 관점을 5가지로 분류했다.

 

첫째, 실제로 진행되는 사건을 목격하기 위해 찾아가기 : 공개 사형 집행 장면 구경

둘째, 개인이나 집단이 과거에 죽은 장소에 찾아가기 : 아우슈비츠 수용소 구경

셋째, 과거의 사건을 기념, 추모하는 공간을 찾아가기 : 묘지, 전쟁기념관 구경

넷째, 실제 장소와 관계없이 죽음의 상징들을 재현한 공간을 찾아가기 : 무기박물관 구경

다섯째, 죽음을 간접 체험하거나 재현하기 위해 찾아가기 : 멕시코 '사자의 날' 카니발 구경

 

보통 여행을 즐겨하는 사람들은 편견이 없고 현지화에 능해야 한다고는 하나, 시튼 교수가 뽑은 다크 투어의 매력은 보통 사람들이 쉽게 접하기 꺼려하는 면이 보인다. 일부러 남의 사형 집행 장면을 구경하러 간다니. 생각해보면 소름끼치고 무서운 일이다. 또한 죽음이라는 두려운 존재를 축제라는 즐거운 행사로 만들었다는 것도 어찌 보면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이외에도 유명인사가 암살을 당해 유명해진 곳을 굳이 찾아가는 여행도 있다. 존 레논이 총살당한 거리, 장국영이 자살한 호텔 등등 해당 유명인사를 동경했던 팬들은 아직도 이러한 다크 스팟을 일부러 찾아가 구경하기도 한다.

 

굳이 괴로웠던 기억을 더듬으려는 다크 투어를 찾는 여행객의 심리는 새로운 스토리텔링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이 제일 크다. 우리의 뼈아픈 역사에 눈물을 흘려줄 수는 있어도 그것이 나와 연관되어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다크 투어의 개발로 인해 인간이 내지르는 사고의 일면을 제대로 직시하고 재발 방안을 마련하게 되는 사회 안정의 효과까지 보이고 있다. 이 또한 나름의 자기계발의 한 행위로 인식되는 것이다.

 

다크 투어는 희희낙락하며 재미있게 즐기는 관광 여행이 아니라 인간의 잘잘못에 대한 과거를 반면교사 삼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여행으로 거듭나 '여행'으로 알고 있는 우리의 영역을 확대해주었다. <다크 투어>에는 서양의 다크 스팟도 많지만 흥미롭게도 우리나라의 다크 투어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대통령 생가 투어는 생각지 못한 테마였다. <다크 투어>를 통해 우리나라의 역사 테마 투어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고 또 우리를 스스로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