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력 - 나의 가치를 드러내는 글쓰기의 힘
이남훈 지음 / 지음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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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점점 작가 되기 편리해지고 있다고, 노력만 하면 누구든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세상이 왔다. 쏟아지는 작법책들의 기술력과 인문학 연구 소재의 발전을 생각하면 정보를 얻는데 있어서는 예수 탄생 이후 가장 편해졌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막상 펜을 들든, 의자에 앉든, 키보드 위에 피아노 건반 두드리듯 손을 올려놓아도 한 구절도 써지지 않는다. 잔뜩 사다 둔 작법서는 한순간에 무용지물이 되고 더불어 나 자신도 글쓰기에 능력없는 사람으로 느껴진다. 이웃 모두 작가가 되어도 나만은 절대 작가가 못 될 것 같은 자괴감에 빠져산다면 당신은 때가 되었다. [필력]을 만날 때가 온 것이다.


"필력은 생각과 마음을 글로 전하는 능력입니다.

 생각한대로 쓰고 쓰는 대로 살아가는 사람은

 자신의 길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필력> 본문 中-


<필력>을 관통하는 가장 큰 매력은 '팩트폭행'이다. 너도 나도 알고 있는 '교과서식 조언'이 아니라 너도 나도 알고 있지만 제대로 못 알고 있어서 늘 실패하는 자들이 진정 듣고 싶은 말을 해주기 때문이다. 몸에 좋은 약은 써서 먹기 싫다. 그런데 <필력>의 약은 쓰다는 걸 눈치챌 겨를이 없다. 안 먹으면 죽을 것 같은 긴장감을 조성하는 문구들이 도처에 깔려있는데 어찌 먹지 않으랴.

 

 

목차가 너무 신박하고 매력적이다. 제목 만큼이나 부제들도 매섭다. '노력의 배신', '먹히는 글', '초등학생 글쓰기' 등등 작가를 꿈꿔 본 사람들이라면 귀에 딱지 않도록 들어온 모든 조언들을 차갑게 부정한다. 글쓰는 사람을 승부사로 표현하는 이 저자, 무섭고 두렵지만 왠지 끌린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필력을 상승시켜주겠다는 걸까. 화가 나는 한 편으로는 진짜 비법을 알려줄 도사로 보여 솔깃하다.


<필력>을 다 읽은 사람의 입장으로 결론부터 말해주자면 그가 알려주는 비법들도 사실 특별하거나 당장 효과를 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배신을 하든 결혼을 하든 여전히 노력은 현재진행형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때론 그 분야에서 오래 일한 경력도 어떤 글을 쓰냐에 따라 '따위'로 변할 수 있는 냉혹한 현실을 지적한다.

 

 

특히 <필력>에서 언급되는 저자의 경험과 사례는 실제로 주변에 있을 거 같은 진정성이 보였다. 아니, 이 글의 사례처럼 실패해 본 독자를 투영하게 만드는 사례들을 끌고 오는 재주가 있다고 보는 게 더 빠를 것이다. 정말로 있을 법 하고 정말로 글 못 쓰는 사례들만 골라 와서 왜 글을 쓰지 못하는지 설명하는데 읽는 사람 마음 아픈 건 온전히 독자의 몫인가 보다. 마지막 줄을 확인하라. '많이 쓰지만 여전히 못 쓴다'는 사실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는 작가의 질책은 안타까움과 별개로 끝이 없다.


<필력>이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왜 당신이 글을 못 쓰는가'를 논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다만 더 좋은 글을 쓰게 만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봐줄 시선으로 하여금 글을 쓸 때 반드시 경계해야 하는 것들에 빠질 것을 염려해 준 것으로 느껴진다. <필력>은 생각을 멈추지 않고 눈에 보이는 형상을 허무는 연습을 실생활에서 자주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쓰고 싶은 주제가 늘 원할 때 툭툭 튀어나오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작가는 늘 소재에 목말라야하고 그것을 써낼 글쓰기 실력을 갈고 닦아야 한다. 


글을 써 본 입장에서 저자의 조언 중 가장 와닿았던 것은 글을 쓰기 위한 여행이라면 절대 카메라를 들고 가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관광지를 가지 말 것. 최대한 많이 무엇이든 담아오겠다는 물량 승부를 피하고 새로운 장소, 새로운 사람, 새로운 방식으로 사색에 잠기는 것만을 해도 글쓰기 여행으로는 충분하다는 말은 지금껏 작가들의 소재 여행을 오해해 온 나의 편견을 깨주는 말이었다. 여러 곳을 둘러봐야 한다는 말이 아닌 한 자리에 앉아 있어도, 그 분위기만 즐겨도 충분하다라고 말해주는 조언자가 나타날 줄이야. 이 조언을 들은 것만으로도 나는 <필력>을 읽어 후회할 일이 없다고 자신한다.


고정관념을 깨고 생존할 수 있는 필력법을 제시하는 현실적인 쓰기 방법에 대해 궁금하다면, <필력>을 참고해보라고 권유해보고 싶다.

글쓰기는 능력이고, 이 능력을 어떻게 살리는가는 아주 중요한 노하우다. 그 노하우를 아낌없이 펼칠 수 있는 저자의 자신감은 덤으로 독자에게 전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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