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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더 ㅣ 스토리콜렉터 17
마리사 마이어 지음, 김지현 옮김 / 북로드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한국 장르 소설계에는 한창 서양 배경의 소재의 로맨스의 바람이 불고 있다. 중세 시대에 있을 법한 기사도 정신의 이야기나 드레스를 입은 사교계 얘기들은 독자들에게 소녀적 환상을 불러일으키는데 충분하다. 그걸 서양 작가가 보면 뻔한 할리퀸을 보는 것 같을까 내심 그런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반대의 입장은 생각해보지 못했다. 서양 작가가 동양 감성과 로맨스를 소재로 삼는 것 말이다. 마리사 마이어의 <신더>는 BULGOGI라 표기하고 뚝배기 불고기가 나오는 작품이라 해도 무방하다.
<신더>는 유럽의 오랜 동화인 신데렐라의 이야기 속 주인공 신데렐라를 차용한 이름이다. <신더> 속 주인공 '신더'는 제 4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세상이 6개의 연합으로 나뉘어진 상태의 동방연합국 시민이다. 신베이징이라는 새로운 도시에서 사이보그로 살고 있다. 어렸을 적 호버(이 곳 운송수단이다)사고를 당해 무릎뼈가 과자 부스러기마냥 아작나 버린다. 기술의 발달로 그녀는 죽지 않았다. 대신 쓸모없는 부분을 버리고 새 부품으로 갈아 끼우는 짓을 내내 반복 중이다. 그녀의 법적 후견인이자 생활력이라고는 제로인 양어머니와 이복 동생 둘은 신더가 벌어오는 돈으로 먹고 사는 짐이고, 그들 스스로는 신더의 짐이 아니라 관리자처럼 행동하고 있다.
신더의 인생 자체는 판타지이지만 사이보그는 더 가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판타지였다. 사이보그이기 때문에 자신이 운영하는 수리점 근처의 상인들에게 무시를 당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아주 비현실적인 일이 발생한다. 그녀의 수리점에 동방연합국의 황태자인 카이토가 방문한 것이다! 카이토의 오래된 가정교사 안드로이드의 수리를 맡게 된 신더는 그 날부터 품위있고 자상하던 소년 황태자를 생각한다. 동방연합국에 사는 소녀라면 누구나 반하고도 남을 아리따운 이성이 말이다.
그리고 동방연합국에 레투모시스라는 전염병이 퍼지기 시작한다.
치료제 없이 공기로 퍼지는 무시무시한 전염병은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고, 그 해답을 갖고 있는 것은 달에 사는 루나인의 여왕이었다. 호시탐탐 지구를 정복하고 싶어하는 사악한 여왕은 전염병으로 황제가 죽어가고 있다는 걸 알고 카이토 황태자에게 결혼 동맹을 맺자고 압박한다. 이제 고작 18살인 카이토 황태자는 여왕의 무력 앞에 무기력하게 복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는 끔찍이도 싫어하는 여왕과의 결혼을 피하기 위해 단 하나의 희망을 품는다. 그 희망은 무엇일까.
또한 그 희망을 찾기 위해 반드시 그의 안드로이드 나인시를 고쳐내야 한다. 신더를 자주 찾아가 그녀에게 안드로이드를 고칠 것을 부탁하던 새에 둘은 묘한 기류를 양성하게 된다.
<신더> 속 배경은 얼핏 보면 서양식 과학 기술을 갖춘 서양식 도시로 보이지만 실상은 동양의 일본, 중국을 차용한 배경과 인물이 묘사되고 있다. 황태자 카이토의 이름이나 주인공이 신더가 사는 신베이징같은 도시는 마리사 마이어의 의식을 보여주는 소재다. <신더>는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로, <신더>, <크레스>, <스칼렛>에 이은 <윈터>로 4부작을 구성하는 장편 소설이다. 올해 마지막 4부인 <윈터>가 출간되니 기다리면서 1~3부를 정주해보는 건 어떨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