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어쩌다 이런 가족
전아리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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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은 평소와 다름 없는 날이었다. 한국 출판사의 거목으로 이름 날리는 아버지, 갤러리를 운영하는 어머니, 마더 테레사로 유명한 엄친딸 언니 혜윤, 그리고 문제아의 표본이자 '우연하게' 낳은 둘째 딸 혜란. 그들에게 있어 아침식사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의무이자 하루를 시작하는 의식같은 것이었다. 애정따윈 반찬 목록에 없다. 모였으니 의무는 지켰다. 가족 모두가 모이는 유일한 시간에 가족들은 모두 의무를 다하기 위해 식사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혜윤이 차분하게 폭로한다. "저, XX동영상 찍힌 것 같아요."

​세상에서 가장 고상하기로 유명했던 딸이 돈 30 받아가며 남자와 잤단다. 30만원이면 콜걸도 아니고 A급도 뭣도 아닌 그냥 매춘부 아닌가! 아니 콜걸이나 매춘부나 거기서 거기인가. 가족끼리 대화라곤 요만큼도 없던 인물들이 다급해졌다. 내 자리가 위태로워질까봐. 내 세상이 무너질까봐 이 거대 폭탄을 수습하려 한다. 그 와중에도 머리 맞대는 일은 없다. 내 방식으로 알아서. 가족의 성매매 유출 동영상이 나돈다는 와중에도 다들 제멋대로다. 가화만사성이라는 가훈부터 뗐으면.

​<어쩌다 이런 가족>은 서로에게 절대 말하지 않는 가족들만의 불만이 챕터를 오가며 쏟아진다. 아버지의 인생, 어머니의 인생, 첫째 딸과 둘째 딸의 인생. 저마다 서로에게 불만이 넘치다 못해 폭발할 지경이지만 누구하나 대놓고 문제 삼아본 적이 없다. 피곤하기 때문에? 가족끼리 다투고 싶지 않아서? 그들이 제 방식대로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마다 독자는 이 가족의 문제점이 뭔지 서서히 깨닫는다. 이 사람들. 가족이 뭔지 모르는 구나.

누가 그랬더라. 나쁜 일은 한꺼번에 몰려 오는 법이라고. XX동영상을 지우려다 돈 날리고 피도 보는 아버지 서용훈은 그 놈의 영상 때문에 궂은 일 해주는 부하들도 잃었다. 심지어 그 부하들이 영상을 얻어 되려 협박질이다. 첩첩산중이란 것은 이런 거구나. 그 와중에 둘째 딸 혜란은 매번 착한 척 이미지 관리하던 언니를 한큐에 보내버리면서 자기 꿈을 이루겠다는 야망 찬 작전을 꺼내든다. 골머리 앓는 부모의 귀를 쫑긋하게 만든 그 악랄한 작전은 도대체 무엇일까?

남부러울 것 없는 여유로운 집안의 뮤지컬같은 막장 드라마를 한 데 모아놓은 <어쩌다 이런 가족>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 전아리의 이름값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진지함과 개그 요소가 뒤엉키던 와중에 소재가 너무 괴팍했던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은 들지만 그 파격적인 소재가 아니고선 흔들 수 없는 가족이었음을 인정해버리고 말았다. 다시 말하지만 가화만사성이란 가훈은 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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