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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스 ㅣ 스토리콜렉터 27
마리사 마이어 지음, 김지현 옮김 / 북로드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거의 반 평생을 인공위성에 갇힌 채 떠도는 소녀가 있다. 혼자 있기
심심해서 인공지능도 만들어서 제 이름을 갖다 붙이고 함께 논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의 윌슨 같은 존재에 마음을 터놓는 소녀의 이름은 크레스.
정식 명칭은 크레센트 문이다. 허허벌판 우주 속에서 브라운관 너머의 사람에게 반해 영웅처럼 떠받드는 순수한 소녀. 그녀는 브라운관 영웅과 사랑에
빠져 그를 도울 생각을 하게 된다. 세상이 떠드는 흉악범죄를 저지른 테러리스트를!
신데렐라도 시대를 따라간다. 심성 곱고 예쁜 것만으로는 왕자님을 쟁취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지금 우리가 말하는 신데렐라는 능력치가 서류다발로 걷어 채일 정도로 넘치는 데다 심성과 외모는 필수 옵션에 지나지
않는다. 그 뿐이랴. 마음에 드는 사람은 먼저 반해서 고백하는데도 서슴치 않는다. 이 매력적인 캐릭터를 거부할 사람이 몇이나 있겠냐마는.
크레스는 마리사 마이어가 만들어낸 매력적인 '신데렐라'이다. 인공위성에 갇힌 천재 해커 라푼젤이라니. 1부 <신더>에서 보여줬던
주인공 '신더'보다 순수하면서도 열정적이고 솔직한 캐릭터 '크레스'가 3부를 이끌어 나가는 주인공으로는 손색이 없다.
3부는 여전히 신더가 폭군 레바나 여왕에게 쫓기면서 그녀를 쫓아낼 계획을
짜고 있다. 안 본 사이 동료도 얼추 갖췄다. 동료 중 하나가 카스웰 손. 흉악범죄 리스트를 꿰차고 있는 야무진 테러리스트다. 보상금도 걸려
있는 이 잘생긴 남자는 크레스의 '영웅'이다. 그러나 그를 돕겠답시고 나선 것이 그녀의 목숨줄을 움켜 쥔 시벨(레바나 여왕의 최측근
마법사)에게 걸려 그녀를 구하러 온 카스웰 손과 함께 인공위성에 버려진다. 천재적인 컴퓨터 컨트롤 능력으로 지구에 낙하한 그들을 기다리는 건
낮에는 불지옥, 밤에는 얼음지옥인 사하라 사막이었다.
<크레스>는 크레스의 성장일기라도 봐도 좋다. 그리고 1부
답답하게 진행되었던 찌질이 커플(신더&카이토)에 비해 진도 나가는 것도 꿀이 떨어진다. 서로 꽁냥꽁냥하는 건 마리사 여사에게 기대할 만한
것은 못되니 일찌감치 집어 치워라. 크레스의 사랑은 자신의 이상을 깨는 것부터 시작한다. '영웅'이라 여겼지만 사실 한량에 도박 좋아하는 나쁜
남자인 카스웰 손을 만나고, 인신매매범이라고 생각했던 얼랜드 박사가 사실 자신의 아버지였다는 걸 인정하게 되면서, 그녀 스스로가 카스웰 손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고 인정하게 되면서부터 그녀는 강해졌다. 어설피 요정의 도움을 받아 인생 뒤집어지는 신데렐라와 달리 왕자를 만나기 위해 스스로
머리를 내리는 라푼젤처럼. 크레스는 자신의 사랑을 강하게 끌어 당긴다. 자신의 사랑 앞에서 당당한 솔직한 소녀에게 박수라도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3부 <크레스>는 라푼젤과 빨간 모자에서 차용한 인물들로 새로이
구성되는데 그들의 연결고리가 다시 2부 <스칼렛>으로 이어진다. 3부의 끝에서 벌써 서로를 끌어당기기 시작한 풋풋한 커플 크레스와
카스웰 손, 사랑 위에 의심병을 엎어 위태롭게 사랑하는 신더와 카이토, 그리고 이미 서로를 완전히 이해했다고 생각했던 스칼렛과 울프의 커플이
방향을 달리한 채 2부 <스칼렛>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수로 3부를 먼저 읽었지만 2부를 안 읽어도 3부를 이해하는데 큰 지장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