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고 싶은 날
니나킴 지음 / 콜라보 / 201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컴퓨터에 DELETE가 있는 것처럼 내 인생에도 리셋 키가 있었으면 할 때가 종종 있다. 남에게 말 실수 해놓고 아차 했을 때, 망신스러운 일을 경험했을 때, 아무 일도 없지만 그냥 스스로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껴져서 속된 말로 어디론가 꺼지고 싶을 때 말이다. 모든 시선과 인간 관계로부터 대피소가 있었으면 하는 때를 <사라지고 싶은 날>이 소소한 그림을 통해 증명해주고 있다.




 




 




누군가에게 무엇이든 말하고 싶은 날. 하지만 시시콜콜하다 못해 쓸데 없는 말을 들어줄 이는 우리집 냥이 뿐. 집사들 중에선 고양이 붙잡고 얘기하는 사람도 꽤 많다. 외롭기 때문에 무언가 알아준다는 것보다 털어놓고도 아무말도 안 할 게 분명한 상대라서 더 안심이 되는 기분이랄까.


대화 중간에 '아 그런데 네가 거기서 이렇게 말했어야지'라는 안 해도 될 위로를 하는 친구는 사양. 그럴 바엔 표정으로 이 닝겐은 뭐라고 하는 걸까라고 해주는 고양이가 낫달까.




 


 




 






옷, 신발, 가방을 보관해주는 곳은 얼마든지 있는데 내 소중한 마음을 보관할 곳은 도대체 어디있는 건지. 어딘가에 숨기고 진심을 다하지 않아도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때가 있다. 그러면 관계가 깨질 때도 그다지 아프지 않을 것 같은데. 너무 소중한 것은 보관할 때도 마땅치 않다. 너무 깊숙이 숨겨두다가 잃어버리면 안되니까.








 




 


 


 


살아도 지옥, 죽어도 지옥.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죽고 싶을 때가 간혹 있을 것이다. 이 충동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누군가에게나 한번씩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걸 백설공주의 일화에 비유해서 독사과를 택하겠다는 니나킴의 위트가 어쩐지 더 위로가 되는 기분이다. 어릴 때 읽었던 환상이 현실이 되어 갈 때마다 늙어가는 걸 느낀다면, 주저하지 않고 독사과를 택하고 말겠다.








<사라지고 싶은 날>은 읽기 어려운 책이 아니다. 한 문장씩 곱씹어 단맛이 나올 때까지 씹지 않아도 좋다. 그저 편하게 읽어라. 만화 속 백수가 자신의 모습처럼 비춰지는 모양새로 읽어라. 현실에서 사라져 공감 에세이에 등장하는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면 별 거 아닌 내 인생도 조금은 나아져 보이지 않을까? 현실의 괴로움을 위트있게 헤처나가고 싶다면, <사라지고 싶은 날>도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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