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큰 그레이스
E. C. 디스킨 지음, 송은혜 옮김 / 앤티러스트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시작부터 달린다. 누가보면 가젤인 줄. 그레이스는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었다. 어딘가에 도움을 청할 목적으로 그레이스는 미친듯이 차를 운전했다. 경찰서, 경찰서, 아 이 나라는 왜 경찰서가 근처에 없어! 그레이스는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레이스는 누군가의 추격을 피하려고 노력해보지만 행운은 그녀의 편이 아니다. 그리고 공포영화의 전개 방식에서 알려주는 교훈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나쁜 일은 연달아 일어난다는 진리말이다. 그레이스는 갑자기 뛰어든 사슴을 피하지 못하고 정면충돌 사고를 내고 정신을 잃는다. 자신이 죽어간다는 걸 깨닫고 열심히 복식호흡을 하는 그레이스는 이런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이 나라는 병원도 멀어>



신의 가호가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었는지 그레이스는 멀쩡히 깨어났다. 사고로 인해 기억을 온통 잃어버렸지만 살아 남았다. 그러나 눈을 뜬 그레이스를 기다리는 건 사랑하는 사람의 살해 소식이었다. 그 사건의 제 1용의자는 그 날 행적이 묘연하다 사고를 당한 그레이스 자신이었고.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그레이스를 보며 사건을 맡은 비숍 형사는 촉이 온다. 왠지 얘일 것 같아. 예전에 제 1용의자가 어리단 이유로 배제했다 큰코 다친 비숍은 그레이스가 애인 마이클을 죽였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같이 사건을 맡은 헤켓은 반대였다. 제발 그녀가 아니기를. 사건이 일어나기 며칠 전 운명처럼 만난 여성이 자신이 담당하는 살인 사건의 용의자라니. 저 아름다운 천사가 살인자일 리 없다. 헤켓은 비숍에게 차마 말하지 못한 채 그레이스를 도와주려고 물심양면 노력한다.



갈 곳을 잃은 그레이스는 언니 리사의 집에 머물며 온갖 의혹의 시선과 싸운다. 언니 리사는 계속 말한다. 그레이스. 넌 절대 범인이 아니야. 범인은 따로 있을 거야. 그 날 네가 마이클의 집에 가겠다고 말했었지만 그게 어때서. 리사는 또 말한다. 그레이스. 날 믿어. 넌 범인이 아니야.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가족, 리사. 그레이스는 왜 리사의 말에 점점 더 거부감을 느끼게 되는 걸까. 그녀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거 아세요? 경관님과 제가 하는 일이 비슷하다는 사실이요. 저도 마치 탐정이 된 것 같아요. 물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기껏해야 이 집과 집 안의 물건들을 뒤져보면서 가끔씩 되살아나는 기억들을 모으는 것 뿐이지만, 그래도 매일 아침 일어나면 해답을 찾아 열심히 찾아보고 있어요."


"이렇게나 기억나는 게 없다는 걸 믿을 수가 없어요. 이 집에 살았던 건 분명하고, 여기저기 조금씩 기억나는 부분들은 있지만 과거에 대해 알면 알수록 무슨 막장 드라마처럼 느껴져요."


지하실, 숲. 그레이스는 자신이 살던 집을 둘러싼 거대한 악몽같은 기억을 조금씩 되찾아 간다. 계속해서 들려오는 소녀의 흐느낌과 싸우던 그레이스와 달리 사건은 점점 더 그레이스가 용의자일 수밖에 없는 증거들만 나온다. 비숍과 헤켓은 결국 충돌하고 비숍은 헤켓과 그레이스 사이를 알게 되고 그를 직무해제 시킨다. 헤켓은 결국 독자적으로 그레이스 사건을 파헤치게 되고 그레이스와 비슷한 시기에 진실에 한걸음 다가서게 된다.


누구도 설명하지 못했던 과거의 일이 그레이스의 기억으로부터 눈 떴을 때 그녀는 온전한 자신이 아닌 '깨져버린 그레이스'를 만나게 된다. 그녀를 추적하던 인물의 베일이 벗겨지고 사건이 물 흐르듯 폭발적으로 진행될 때는 비명을 지를 뻔했다. 마지막 장까지 뒤흔드는 서스펜스라더니 시체를 파헤치는 장면까지도 생생하게 전달해준다. 순간 시체 파헤치던 헤켓보고 손 씻으라고 외쳤다.(책을 향해...) 묘사가 쫄깃해서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부분은 아직도 온 몸에 소름이 끼칠 정도다. 그렇지. 스릴러 소설은 이런 맛이 있어야 읽는 법이지.



아.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표지 뒤에 [절대 속지마, 절대 믿지마, 절대 죽지마]란 글귀가 강렬하게 쓰여져 있길래 믿고 절대 속지 않았다.

...미안해요 디스킨 씨. 너무 절대적으로 안 속겠다고 버티는 바람에 진짜 안 속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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