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이 새겨진 소녀 스토리콜렉터 44
안드레아스 그루버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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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롭고 아름다운 오스트리아 빈의 외곽 숲에서 끔찍한 모습으로 구원을 요청하는 소녀가 발견된다. 소녀의 이름은 클라라. 죽음의 공포 속에서 알몸으로 도망쳐 나온 이 소녀를 발견한 사람들은 근처에 사는 노부부였다. 이 노부부는 소녀가 1년 전 실종된 아이였음을 알게 되고, 기력이 다해 쓰러진 소녀의 등에 새겨진 단테의 [지옥편] 그림을 보게 된다. 취향을 존중해주기엔 너무 끔찍한 취향을 가진 범인. 소녀는 그 끔찍한 괴물의 손아귀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일까. 또 소녀의 몸에 지옥을 새긴 범인은 도대체 누구인가?

 

 

그리고 또 다른 도시. 비스바덴에 막 한 여자가 도착했다. 그녀의 이름은 자바네. 1년 전, 명석한 두뇌를 가진 프로파일러 슈나이더 교수와 연쇄살인범을 잡은 경력이 있다. 그 후론 교통 정리하는데 인생을 허비했지만. 남자친구 에릭과는 한달 전에 관계를 끝낸 상태고 지금은 범죄수사국 아카데미에 입학하게 된 학생이었다. 남자친구는 형사였고, 아카데미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다. 자기가 끝내놓고 잊지 못한 남자친구에게 다시 한번 시작해보자는 권유를 하기 위해 아카데미의 입학을 결정한 그녀는 도착하자마자 에릭이 머리에 총을 맞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째서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이 두 가지 사건들이 병렬하게 전개가 되는 것일까. 안드레아스 그루버가 말하고 싶은 의도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지옥이 새겨진 소녀>를 보고 있으면 문득 전기 줄 코드를 벗기었을 때의 기분이 든다. 여러가닥으로 묶여져 있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이 줄을 꼬아보고 저 줄을 꼬아보다가 결국 하나의 줄로 엮었을 때야 비로소 전기줄의 기능을 한다는 이치를 깨닫는 것처럼 <지옥이 새겨진 소녀>는 독자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끊어질 듯 말듯한 아슬아슬한 연관성으로 소설을 하나의 전기줄로 만들어낸다. 다 읽고 날 때 쯤에는 '아, 내가 눈 뜬 장님이었군!'하고 깨닫는 독자들이 여럿 나올 것이다.

 

 

 

안드레아스 그루버 자체가 무척 복잡한 인간인지라, 소설 속에서 자바네와 슈나이더가 실마리를 찾으면 오예! 드디어 풀리나! 하고 헛된 기대와 망상에 미리 축배를 들면 안 된다. 또다시 함정에 빠지는 주인공을 보며 독자들도 자신이 함정에 빠졌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러면 턱수염 더부룩한 안경 쓴 아저씨가 너털 웃음을 지으며 귀에 속삭여줄 것이다.

 

 

"얘야, 그래서 모르는 사람 말 믿고 따라가지 말라고 했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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