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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12월
평점 :
마스다 미리는 늘 평온하게 독자의 허를 찌른다. 여유로움과 단조로움의 줄타기를 참 잘한다고나 할까. 매번 같은 일을 반복하던 자신에게 새로운 도전의 기회가 찾아온다면, 그것은 갑자기 바뀐 일상이 아니다. 평소에 쌓아왔던 사람과의 관계, 스스로 깨닫는 생각들의 저축에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그녀는 말하고 싶은 게 아닐까.
그녀의 만화가로서의 시작은 꿈이란 걸 인식하기도 더 전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한다. 그 나머지 공부를 해야할만큼 공부에 재능이 없던 그녀는 늘집에 가면 칭찬을 받는 아이였다. 어머니는 별 거 아닌 일로 자주 칭찬해주고 다독여주었다. 매번 동그라미 하나만 그리다 안에 작은 동그라미를 하나 더 그리는 것도 칭찬으로 돌아왔다. 그녀가 그림을 그렸을 때, 참 잘 그렸다는 어머니의 칭찬이 들어오자 아이는 그 말에 인정하지 못한다. 그러자 어머니는 자신의 그림을 보여주며 자 보렴, 사람은 자신이 잘 하는 게 있는 거란다. 너도 잘 하는 게 있어. 라는 말을 해준다. 우리가 아는 마스다 미리의 치유만화는 바로 여기서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 그녀는 작은 회사의 사무직을 맡는다. 말을 잘 못해서 자기 의견을 내보인 적이 없다던 그녀는 자신의 모습에 개의치 않는다. 말을 잘 못하는 것도 나 자신. 이런 나를 사랑하면 안 되는 건가? 마스다 미리의 이런 생각을 두고 어떤 이는 도피성 정신승리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게 어때서?
반복성에도 창조가 있다. 살아가면서 한결같이 유지하는 일은 늘 어려운 일이다. 망가지는 것도 반복된 일상의 파괴다. 반드시 하루 3번 이닦기, 10시가 되면 잠자리에 들기, 운동하기, 이런 것들에서 벗어난 작은 일탈들을 하는 우리들은 파괴자다. 불규칙한 존재들인 것이다. 그러니 그런 자신에 너무 자책하지 말라. 변화하고 싶다면 반복적인 것의 소중함을 느껴보면 된다. 꾸준히, 천천히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계단을 오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어른이 되어서 성장이 끝난 것이 아니다. 어른은 또 어른으로 성장한다.
남이 잘 하는 것을 잘 못해도 나 자신. 잘 해도 나 자신. 이런 나를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걸 알게 해주는 마스다 미리. 내가 이래서 마스다 미리 책을 못 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