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러진 계단 스토리콜렉터 93
딘 쿤츠 지음, 유소영 옮김 / 북로드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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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아시나요? 우리가 전에 만난 적이 있나요?"


"상관없어요. 세라. 중요한 건 당신이 경멸하는 사람들을 나도 경멸한다는 사실입니다."



(중간생략)


제인을 돌아보았다. 그녀는 세라의 얼굴에서 당황스러울 정도의 경외감 비슷한 표정을 읽었다.


"당신 누군지 알아요. 금발이 아니라 검은 머리, 파란 눈이 아니라 검은 눈이지만, 그래도 그 사람이군요."


"난 아무것도 아니에요."



한 때 촉망받던 FBI 소속 요원이었으나 현재는 도리어 FBI 수배명단에 올라가 있는 인물, 제인 호크는 남편의 갑작스러운 자살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는 고독한 싸움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쉬운 일은 아니다. 그녀는 남편 닉의 자살을 파헤치던 도중 정계의 무리로부터 자신의 아들을 죽이겠다는 협박을 받은 상태다. 그렇지만 진실에 다가서려는 그녀는 멈추지 않는다. 더 이상 그 누구도 그녀의 가족들을 건드리게 놔둘 생각이 없으니까.



제인 호크는 사건의 실마리를 알고 있을 법무부의 인물 부스 헨드릭슨에게 접근하기 위해 그의 이부형제 사이먼을 파고든다. 정확히는 사이먼의 '전 아내들' 이다. 사이먼은 돈 많은 여자들에게 접근해 결혼해서 가진 걸 전부 빼앗고 심리적으로 망가뜨린 후에 내버리는 파렴치한 인물로, 단순히 재산에만 집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을 망가뜨리고 굴복시키는 일을 스포츠처럼 즐기는 범죄자다. 네번째 아내였던 세라와의 접점 이후 그녀는 사이먼의 정보를 얻기 위해 현 여친이 페트라를 납치한다. 남편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모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위로 보이지만, 페트라와의 대화 속에선 여전히 그녀가 얼마나 선의에 찬 사람인가를 다시금 깨닫게 한다. 


제인의 무심함을 가장한 선의가 통했는지, 페트라는 한 가지 단서를 무의식적으로 흘린다.



"가끔 내 이름을 잊어버리고 다른 여자 이름을 불러. 기계 이름을."



기계의 이름은 애너벨. 평범한 여성의 인물로 불리는 사이먼의 컴퓨터 이름이다. 사이먼이 사랑에 관해 인식할 때면 무의식적으로 부른다는 그 이름, 애너벨. 도대체 사이먼이 사랑하는 '애너벨'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 정체는 이후 이어진 제인과 사이먼의 대화에서 이어진다. 고작 컴퓨터 이름 하나에도 사람이 내면에 숨기고 있는 진실 한조각을 드러내게 하는 딘 쿤츠의 대화 심리전은 제인 호크를 더욱더 치밀하고 노련한 추적자로 만들게 한다. 



사이먼과의 일을 시작으로 진실 추적에 성공한 제인 호크가 마주한 것은 나노테크놀로지를 이용하여 인간의 뇌를 임의대로 조종하는 신기술을 확보한 무리, '테크노 아르카디언'이었다. 미국이라는 나라에 음모설이 많은 데에는 아마 이러한 미친 상상력과 또 이런 미친 상상력을 진짜로 실행하는 정신나간 작자들이 있어서가 아닐까. 날씨를 조종해서 세계를 지배하겠다는 시드니 셀던의 <어두울 때는 덫을 놓지 않는다>가 2004년에 나온 걸 보면 미국은 조작이란 분야에 미쳐 있는 게 분명한 것 같다. 



인간이 인간다움을 잃어버리고 누군가를 통제하고 제거하겠다는 계획 자체가 얼마나 무서운 음모인지. <구부러진 계단>을 통해 새삼 금단의 영역에 대한 두려움이 샘솟게 된다. 필자는 제인 호크를 이번에 처음 접해서 몰랐지만, 사실 '제인 호크 시리즈'로 <구부러진 계단>은 이번이 3번째 연계 작품에 해당된다. 듣기로 지난 2편에서의 악당도 부스 핸드릭슨이라고... 시리즈의 빌런은 지독하게 오래 악행을 저질러서 더 끈질긴 매력이 있다.


데이비드 발다치의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데커 시리즈가 필자의 최애 영미문학 시리즈이지만, 딘 쿤츠가 네 번째 작품에서도 <구부러진 계단>만큼의 필력을 보인다면 얼마든지 차애 영미문학 시리즈로 올려 줄 용의가 있을 정도다. 딘 쿤츠의 다음 작품을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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