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처럼 쓴다 - SF·판타지·공포·서스펜스
낸시 크레스 지음, 로리 램슨 엮음, 지여울 옮김 / 다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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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작법서에 대한 욕구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서점사이트에 보관해놓은 찜 리스트에서 아직도 지우지 못한 작법서 시리즈가 있는 나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작법서가 해답은 아니다. 참고서 좋은 거 가진다고 시험을 잘 본다는 보장이 어디 있나. 세상엔 정답도 해답도 풀이도 많으니 그 중 하나라도 내게 이로운 걸 깨달으면 된다. 하지만 지도가 있다고 하더라고 걸어가는 행인에게 방향 정도는 물을 수 있지 않나. 작법서는 그런 작가들에게 어느 정도의 방향성과 구조의 프레임을 알려주는 긍정적인 용도로 쓰인다. 그렇기에 여전히 책 한권도 못 썼지만 작법서를 갖고 싶은 욕망은 계속된다. 그리고 오늘 가져 온 책은 특별함을 한 스푼 담은 작법서다. 요즘 세태에 호황기를 누리는 문화계의 절대 강자. 넷플릭스를 도전하는 창작자들에 대한 조언을 담은 작법서, <넷플릭스처럼 쓴다>를 소개해보자.



<넷플릭스처럼 쓴다>는 장르소설 계 중에서도 SF, 판타지, 공포, 서스펜스 등 넷플릭스의 주류 장르를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장르 주류랑 다른 점도 있지만 오히려 이것이 비주류를 도전하던 국내의 문화인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장을 준 것이 아닌가 싶다. 좀비물인 <킹덤>이 그럴 것이고, 스릴러 크리쳐물인 <스위트홈>이 나온 것을 봐도 시청자들의 장르 취향이 더 다양해졌다는 걸 알 수 있다. 모두가 집 안에 있어야 하게 된 상황이지만, 그와 동시에 세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점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세계가 문화를 공유하는데 있어 거리낌이 없다. 그렇기에 넷플릭스의 진출은 이제 또 하나의 성공기가 될 것이고, 작가들에게 있어서 도전해야 할 산이 되었다. 


넷플리스처럼 쓴다는 것은 도대체 뭘까. 넷플리스 자체가 나온지 아직 몇 년이 되지 않았으나 그들의 강점을 특정화하자면 역시나 '세계관'으로 축약된다. 매력적인 세계관 설정으로 시청자를 넘어 넷플릭스 드라마 팬덤을 모으는 것이 플랫폼이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드라마로 덕질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몰입을 잘 하는 사람들은 세세한 설정, 짜임새있는 구조, 입체적인 캐릭터, 생동감 있는 현장을 중요시 한다. 작가들이 어떻게 흥행 조건들에 맞춰 글을 쓸 수 있는지 <넷플릭스처럼 쓴다>는 5가지로 나누어서 이를 설명한다. 설득력 있는 세계관, 독창적인 착상, 매력적인 인물, 긴장감 있는 이야기, 성공한 작가들의 노하우가 이 책의 5가지 주제들이다.


  

모든 주제가 당연히 작가에게 빠짐없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 책에서 한 주제라도 꼬옥 읽으라고 권한다면 주저없이 챕터 1인 '세계관'을 추천하겠다. 장르를 도전하는 작가들에게 뼈가 시릴적으로 거침없이 솔직하게 말하는 문화계의 실태와 그에 따른 조언들을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 SF · 판타지 · 공포 장르를 찾는 관객층은 해당 장르에 대해 박식하며 그만큼 기대치가 높다. 기대치에 못 미칠 경우 화를 내지는 않는다 해도 꽤 까다롭게 구는 경우가 많다. '장르'가 감당해야 할 책임이 무거운 셈이다.] - P. 13


[실제로 2009년에 할리우드에서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시나리오 작가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는데, 그중 무려 85퍼센트가 로맨틱 코미디나 SF, 공포 등등 영화를 구성하는 장르적 요소를 이해하는데 오로지 '직감'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따로 시간을 내어 특정 장르를 이루는 고전적인 요소를 조사하거나 특정 관객층이 특정 장르의 작품을 즐겨 보는 이유를 분석하지도 않는다고 고백했다.] - P.14


[자신의 작품에 적용할 중심 장르를 결정한 다음 여기에 하나 이상의 보조 장르를 덧붙여라. 각 보조 장르에서 플롯을 이끌고 이야기의 흐름을 결정할 착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각 장르별로 달라지는 독자와 관객의 기대치를 이해하고, 지적 경험이나 갈등적 경험에 대한 그들의 요구를 파악하라. (중략) 인물과 플롯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어떤 보조 장르를 활용하면 좋을지 고민하라. 그렇게 한다면 새로운 작품에 착수할 때 백지와 마주하는 두려움을 한결 손쉽게 이겨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구조적으로 한층 치밀한 재미있는 작품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P. 21



<넷플리스처럼 쓴다>의 공동 저자 낸시 크레스는 작법서를 구하는 사람들에겐 익숙한 이름일 것이다. 그녀는 이미 <소설쓰기의 모든 것 3 : 인물, 감정, 시점> 책으로 국내 독자들을 만난 경험이 있다. 이전 작법에 관한 새로운 조언을 기대하기 보다는 넷플릭스 작품을 통해 풀이하여 좀 더 현실적이고 친근한 방식으로 작법을 배울 분들에게 책을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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