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문장
권경자 지음 / 원앤원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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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 떨어진 뒤웅박 같다. 한혜연의 슈스스라는 유튜브 채널이 쏘아올린 공 '뒷광고'의 실체로 인해 터진 유튜브 코리아의 세계를 표현하기 딱 좋은 말이다. 뒷광고로 터진 유튜버를 구독한 적은 없지만 동물 학대로 일이 불거진 '갑수목장'의 한 때 독자였던 나로선 이 사태가 남일 같지가 않다. 정치하는 놈들과 달리 아랫물은 맑다, 아직 대한민국은 살만하다 그렇게 생각하게끔 만들었던 성실한 유튜버의 세계는 물 건너 갔다. 자기 신조를 걸고 돈 앞에서 청렴한 사람이 주위에 얼마 없는데 뭘 믿고 유튜브에서 신뢰를 기대했는지. 자본주의를 이용하는 걸 넘어 지배당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오늘도 처참하다.

시끄러운 분야라 유튜브를 꺼내들었지만, 사실 이미 몇 년 동안 나는 신뢰, 믿음, 공정, 정의라는 단어에 신물이 나고 있었다. 앞으로는 타인을 공감하는 척, 모두를 위한 척 좋은 말만 해왔던 이들이 결국은 입에 발린 말만 해왔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구밀복검이라 하였다. 입으로는 꿀 같은 말을 달고 살아도 마음 속 깊으로는 날카로운 칼이 존재한다고. 이건 절대 사회적 가면인 '페르소나'와 비교될 대상이 아니다. 그저 '사기'다. 남을 속여서 이미지와 인지도를 얻고 그 걸로 온갖 비리와 불법을 행하고 돈을 버는 일에 무감해지는 세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미 그런 세상이 되어버렸고, 유튜브가 그걸 증명해줬다.


그렇다면 좋은 말은 모두 거짓이고, 허상이고, 꾸며낸 것인가? 그렇진 않다. 말에 죄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말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이다. 좋은 말을 가지고 그것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려는 사람이 많다면, 그 말은 선한 영향력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자기 변명에만 좋은 말이 쓰였다면 그건 그저 포장지다.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말과 다른 행동을 하는 정치가들이 연설에 쓰는 문장들을 보면 그저 안타깝다. 포장지로 쓰이기에 너무 좋은 말들이 아닌가.



<인생 문장>은 그런 의미에서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예전에는 의미를 알고 싶어서 문장의 해설이 담긴 책을 선호했다. 그러나 뜻을 안다고 실천하라는 보장이 없는 시대, 뜻을 제 멋대로 왜곡해버리는 시대에 살고 있다 보니 내가 어떻게 이걸 사용해야하는지 가끔은 감이 안 잡힐 때가 있다. <인생 문장>은 동양 철학에서 전해져 오는 고전 문장을 통해 내가 어떤 삶을 살아가야하는지를 저자의 관점으로, 에세이 형식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 '말보시', '입보시' 라는 말이 있습니다. 보시는 보살의 실천 덕목으로 '널리 베푼다'는 말인데, 그것을 말로만 한다

     는 것이죠. 말은 바르지만 행동하지 않고 실천이 없을 때, 일은 어그러질 수밖에 없습니다.


     요임금이 자신과 함께할 자를 고민할 때 환두가 공공을 추천합니다. 그 이유는 일을 잘 처리하고 공을 잘 이룬다는

     것이었죠. 그러나 요임금은 단호히 거부합니다.



     '에이! 일이 없거나 고요할 때는 말을 잘하지만 막상 등용되어 쓰일 때는 말과 행동이 어긋나고,

      외모는 공손한 모습을 갖추고 있지만 하늘을 업신여긴다.'



    요임금의 말대로 공공은 바른 말을 잘했지만 말뿐이었고, 정작 행동하지 않는 자였습니다.

    말과 행동이 다른데 신뢰받을 수 없겠지요. 」-p. 102.




나 또한 말로만 좋은 말을 했다가 행동으로 보이지 못해 누군가를 실망시킨 적이 있다. 직장의 상사였다. 나를 혼낼 수 있는 입장이어서 더 지나치게 혼냈다고 생각하며 일 하는 것에 대해 괴로움을 주변에 마구 표출하고 다녔었다. 그렇지만 달리 생각해보니 나는 내가 저지른 일에 마땅히 책임을 져야했던 것 뿐이었다. 상사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그 사람이 나에게 미룬 것만 기억했기에 배운 바가 없었던 것이다. 나 또한 모자른 사람이었구나, 라는 걸 그 장소에서 나오고 나서 한참 후에야 깨달은 것이다.



저자는 삶이 너무 벅찰 때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고하지만, 오히려 나는 자신을 다시 돌아볼 시간이 주어졌을 때 이 책을 읽으라고 권고하고 싶다. 괴로울 때 읽으면 자책감만 늘더라.




(위의 리뷰는 원앤원북의 서평 이벤트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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