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미생물 - 우리 몸을 살리는 마이크로바이옴과 발효의 비밀
캐서린 하먼 커리지 지음, 신유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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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이런 말 해도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말하면 굉장히 미련한 다이어트 같아요."



다이어트란 주제로 전에 다니던 직장 동료와 대화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내게 상대가 해준 말이다. 한끼에 자두 1알, 옥수수 반개, 배고프면 물로 떼워서 48키로라는 숫자를 만들어낸 나의 지난 과거에 저절로 에엣?! 하는 소리를 냈던 상대. 잊을 수도 없는 게, 그 사람이 나에게 상처주는 말을 해서가 아니라 나 역시 그 사람이 한 말에 격하게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13키로에 육박하는 체중을 덜어내고도 하나도 행복하지 않았던 그 당시의 나를 떠올리면 더더욱 후회스러운 일 뿐이었다. 내 몸은 용수철처럼 찌그러졌다가도 얼마든지 다시 원래대로 복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건만. 다이어트 이후 내 몸에는 회복하기 어려운 불균형이 찾아왔다. 살만 빼면 지금보다는 건강하리라고 생각했다.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했으니 올바른 결과만으로 작용하지 않은 것이다. 누군가는 나의 어리석음을 비웃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체중 감량을 시작할 때 나와 같은 행동을 선택할 사람이 많다는 것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나는 아직 나의 단계까지 오지 않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오길 바랬다. 가끔 그런 주제로 논의하고 싶은 시기면 관련 책을 가져올 수밖에. <식탁 위의 미생물>은 이제 곧 다가올 폭염에 건강을 한 스푼 더하고 싶은 마음을 반영해주었다.



우리 한국인들은 부의 유무와 관계없이 '섭식'을 인생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한다. DNA에 '잘 먹는 것'에 대한 한이라도 있는지 밥 못 먹었다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가슴이 쓰라려하는 그런 민족이다. 그렇다면 세계인 그 어느 민족보다 '잘 먹기'를 잘 실천하는 민족이라고 할 수 있을까? 글쎄. 현대의 불균형한 식단과 식사 습관을 보면 과연 풍족하게 먹는 것과 잘 먹는 것을 구분하는 정직한 사람이 몇이나 있으려나. 우리는 그저 미성숙한 잡식가에 불과하다는 느낌이 든다.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수록 배달음식 산업이 성장한 속도가 우리가 즐기는 식단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 우리는 매일 매일, 하루에도 몇 번씩 음식을 접한다. 문제는 인류의 음식 문화가 이토록 빨리 변한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바로 윗세대만 해도 인공감미료로 단맛을 낸 탄산음료는 물론 과당을 잔뜩 함유한  옥수수 시럽

   한 방울도 맛볼 수 없었다. 더 몇 세대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음식을 오래 보존하기 위한 통조림조차 없었다. 」-p 16 中 ​ 



<식탁 위의 미생물>은 오늘날 우리가 비약적으로 발전시켜왔던 음식산업의 혁명 이면에는 우리의 몸이 충분히 적응할만한 시간이 없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인류 역사의 대부분의 음식 변화는 그에 어울리는 미생물과 균이 몸 속에서 자라 생존을 위한 상호작용을 적절히 시행해 올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그런 시간이 없으니 미생물이 적응하는 과정 또한 생략되었다. 이것은 우리 몸의 미생물을 파괴하고 말살하게 하는 주된 원인이 되었다. 나를 보호해주는 여러 겹의 보호막이 벗겨지고 몸은 서서히 벌거숭이로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 간단히 말하면 우리의 면역체계에는 불균형이 왔다는 것이고, 더 쉽게 말하자면 이제 내 몸은 봄이면 꽃가루 알레르기, 여름이면 열기로 인한 피부염, 가을이면 환절기 질병, 겨울이면 독감으로 골골 대는 그런 형편없는 신체가 되었다는 뜻이다. 생물 교과서 수록사진으로만 보았을 미생물이라는 존재에 의해 말이다.



작가 캐서리 하먼 커리지는 미생물이 정확히 우리 몸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있는지, 그에 비해 우리가 그들에게 하는 대우가 얼마나 형폅없는지에 대해서 토로하면서도 여전히 우리가 기댈 만한 가치 있는 음식들을 소개해준다. 소위 여러 나라들이 오래 전부터 먹어온 식문화에 속해 있는 음식들이다. 특히나 오랜 기간동안 꾸준히 섭취하면 몸에 좋은 작용을 해주는 정직한 것들이다.

그 중에서는 외국 작가가 소개한 것치고는 드물게 '김치'를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책 내용을 보면 작가의 입맛에는 김치가 맞지 않기도 했고, 외국인으로서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원론적으로 소개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최소 먹어보고 어떻게 다루는지 정보를 알기 위해 직접 한국을 방문해서 취재를 한 노력이 이 책의 정보를 조금 더 정직하고 현실성있게 그려내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식탁 위의 미생물>은 어떠한 음식만 먹어야 우리 몸이 건강해져요! 를 소개하는 데 목적을 두는 것은 아니다. 세계의 식문화에 담긴 미생물의 역사를 소개하고 그만큼 미생물이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의도로 접근하고 있다.




「 현대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선택할 수 있는 음식의 종류가 많아졌으며 그중 대부분은 오랜 세월 다듬어진 전통과는 뿌리부터 다르다.

    따라서 야생 식물이 가득한 목초지를 찾고 발효 음식과 프로바이오틱이 풍부한 균형 잡힌 식단을 재구성하기란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내가 먹는 음식이 나를 결정할 뿐만 아니라, 내 체내 미생물이 먹는 음식 또한 나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늘 기억하면 좋겠다.」

   -p 346 中 -




다양하게 조리하고 풍부하게 변해 온 우리의 식문화에는 맛을 향한 기술과 독창성의 표현이 존재한다. 그것을 즐기는 입장에선 음식의 발전이 매우 긍정적이다. 그러나 그런 기술의 발전에는 우리의 생활을 획일적이고 간편하게 즐길거리에만 의존하게 만들어서는 안된다. 맛있는 것을 맛있게 즐길 수 있으려면 일단 우리 몸이 건강해야 '상생'이 되는 것이다. 미생물이란 주제를 통해 내가 버리고자 했던, 아니면 이미 버려서 후회하는 많은 몸의 과거들을 더 이상 잃지 말고 잘 지켜나갔으면 싶다. 결과적으로 성공했으면서도 실패했던 나의 무지의 다이어트처럼, 내 몸의 면역체계처럼, 그 소중함을 알기 전에 더 행복하게 보존할 수 있는 선택지가 앞으로의 우리에게 더 많이 제시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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