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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어머니의 날 1 ㅣ 타우누스 시리즈 9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9년 10월
평점 :
그는 용기를 끌어내어 물었다.
내가 못난이 호로새끼라서 집으로 데려가지 않는거냐고.
그 말에 엄마는 얼굴에서 미소를 거두며 이상하다는 듯 쳐다봤다.
"절대, 절대로 그런 생각 하면 안 돼, 우리 왕자님."
엄마는 그렇게 속삭이고는 그를 꼭 안아주었다. 그게 2년 전 어머니날의 일이다.
작년에 엄마는 오지 않았다.
아마 오늘도 그를 데리러 오지 않을 것이다.
5월 둘째 주 일요일은 어머니의 날이다. 생명을 탄생 시킨 경이로운 여인들을 축복하는 날이다.
자궁을 빌어 세상을 경험하는 모든 이들이 낳아준 어머니께 감사하는 날일 것이다.
또한 수십의 여성들을 살해한 연쇄살인마를 탄생시킨 비극적인 날이 될 것이다.
<잔혹한 어머니의 날>에서 피아는 동생 킴과 요즘 사이가 좋지 않다. 원래도 그렇게 오순도순한 사이라고 보긴 어려웠지만 채팅 '읽씹'과 지속적인 무시는 예전에는 없던 일이었다. 그녀는 이 모든 게 킴의 동반자이자 본인의 상사 니콜라 엥겔 때문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피아의 묘사를 계속 듣다보면 킴과 피아의 관계에서 '호감'이라고 할 만한 건 피상적인 느낌이다. 킴은 피아에게 뭐든지 털어놓은 적도, 본인 속마음을 보이고 의지한 적도 없다. 가족이라고 해서 반드시 친할 수는 없지만 그녀의 동생 킴은 피아의 생각보다 훨씬 일방적이고 베일에 휩싸여 있다. 그런데 비단 이 소설에서 킴만 그런 게 아니라는 것.
피아의 본인 문제와는 상관없이 사건은 발생한다. 맘몰스하인에 고택(古宅)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제보가 들어온다. 시신은 80대 노인으로 개와 함께 홀로 살아가던 테오 라이펜라트라는 사람이다. 그의 이웃사람의 도움으로 견사에 묶여서 죽어가던 개를 구하는데 성공하나, 그보다 더 끔찍한 것을 목격하게 된다. 견사의 안쪽에는 인골이 흩어져 있었던 것.
인골의 발견은 견사에서 그치지 않았다. 수사는 저택 근처의 넓은 정원까지 모조리 수색이 되고, 하나 둘씩 새로운 시체가 등장한다. 그들의 상당수는 실종되어 생사를 알 수 없었던 여성들이었다. 이들을 이 곳에 묻은 이는 누구일까? 집주인 테오 라이펜라이트일까? 죽은 이들은 왜 모두 여성이었을까? 뼈는 파헤쳐졌지만 아직 누군가가 묻은 진실은 드러나지 않았다.
피아와 보덴스타인의 수사가 계속 될수록, 이 연쇄살인마의 미친 범행이 아직 진행중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게 된다. 그들의 공통점은 5월 둘째 주 일요일, 어머니의 날을 기점으로 범행이 이루어졌다는 것. 그리고 그들의 수사가 진행되는 올해의 5월도 단 몇 주만 남기고 다가오고 있었다.
<잔혹한 어머니의 날> 1권은 테오 라이펜라트의 죽음을 두고 그의 기이한 가족 구.성.원. 들의 취조로 구성되어 있다. 어떻게 악마의 씨앗이 탄생할 수 있었는가를 쫓아가는 수사의 걸음이 연쇄 살인마를 앞지를 수 있을지. 타는 목마름으로 2권으로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