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고 차가운 오늘의 젊은 작가 2
오현종 지음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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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소설을 접했을 때 <달고 차가운> 이라는 제목을 보고, 어떤 소설일까라는 의문점과 함께
한 폭의 동양화처럼 예쁜 색감의 겉표지가 아름다워 보였다.
거기다가 오현종 이라는 젊은 작가분의 성함이 남자작가라는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표지를 열었을 때 여성작가분의 사진이 보였다.
뭔가 여자작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소설을 읽을 준비를 하니, 조금은 부드럽게 써내려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소설을 읽는 내내 그녀의 시선은 담담하면서도 냉정히, 철저히 제 3자의 시선이었다.
누구를 동정하지도, 누구를 원망하지도 않는 그녀, 오현종 작가의 시선이었다.

소설은 "악을 없앨 방법은 악밖에 없을까?"라는 민신혜의 말로 시작한다.
그녀의 질문이 그녀가 바랐던 사건의 시작점이 아니었나, 남자 주인공은 떠올린다.

 


그녀, 민신혜는 대학입시학원에 친구 대신에 다니는 여학생이었다.
그런 그곳에서 남자 주인공인 재수생 강지용을 만나게 된다.
담배 피우러 올라 온 옥상에서.
어쩌면 자신이 속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며 올라가는 옥상에서. 옥상이 아닌 옥상에서.

지용은 재수생이다. 부모의 벽에, 현실에 벽에 갇혀 소리없는 비명만 질러대는 그런 재수생.
재수생이란 딱지를 씌운 건 부모였다.
자신들이 바라는 대학에 가길 바라며 씌워버린 쇠고랑처럼.
그는 남들과 얼굴을 쳐다보지 않는 습관이 있다. 눈을 마주치는 걸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낯익었고, 색스러웠다. 그래서 그는 시선을 뗄 수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잠긴 옥상을 향해 가는 그를 신혜가 불러세운다.
그리고 둘은 공항으로 향한다. 돌아오는 길에서 그들은 어쩌면 심적으로 가까워졌나보다.
신혜는 본인의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지용은 본인의 이야기를 뱉어낸다. 자신의 지옥은 이렇다고.

 

 

그녀의 지옥은 무엇인걸까,
"다들 지옥에 있다고 하지. 모두 너 때문에 내가 지옥에 있다고 욕하는데, 너 역시 지옥에 있다고 아우성을 쳐.
그러면 이게 다 누구 책임일까"
가만가만 이야기를 듣던 그녀는 그와 입맛춤을 한다.
그녀의 지옥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으면서.
그러다 어느 날 털어놓은 그녀의 예쁜 구두 이야기를 들은 그는 무섭고, 울고 싶어졌다.
'신혜는 달콤한 사과를 건네주고, 내가 그것을 달게 먹고나자 고통을 알게 하는 사과였다고 속삭인 거다.'
그리고 그는 어쩌면, 그녀를 위해 뭐든 할 수 있는 마음을 가져버리게 된다.

하지만 지용은 엄마 없이 아무것도 못하는 애다.
그런 그에게 그녀는 속삭이듯 자신의 이야기를 건내기 시작한다.
새아버지가 좋은 사람이었는데 작년에 죽었다, 열한 살 동생이 위험하다.........
그런 지용이 대학입시를 다시 치루고 원서를 넣은 후 불안에 떨며 그녀를 애타게 찾는다.
떨어졌다고, 대학에 떨어졌다고.
그리고 미국으로 엄마가 보내버리려 한다고.

그는 그녀와 헤어지기 싫다.그렇게 헤어질 수 없다. 그렇게 살 수 없다. 그는 지옥에서 신혜 혼자만을
두고 갈 수 없다고 한다.
그러다 그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로 한다. 그만이 생각하는 그녀를 지옥에서 구해줄 수 있는 방법을.
악을 악으로만 없앨 수 있다라는 그 생각을.
그리고는 실행에 옮기고, 처리를 하고, 미국으로 가 있는 동안 SNS를 통해 서로 모르는 척 암호글을 남긴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녀의 글이 올라오지 않는다.
전화도 받지 않는다.
그가 그녀의 엄마를 죽인 집 근처까지 찾아가 수소문 해봐도 그녀가 동생과 살았다는 이야기 따위 아무도
모른다는 눈치다. 거기다 그가 미국에 가 있는 동안 입학했다는 대학에 연락해봐도 전혀 모르는 사람이란다.
그는 이제 그녀를 뒤쫓는다.
그녀에게 진실을 듣기 위해서, 그녀를 위해 사람까지 죽였는데, 왜 거짓말을 했냐고...묻기 위해서.

그렇게 사람까지 고용해가며 그녀를 찾아간 침사추이. 그 곳에서 그녀는 죽었다던 새아버지와 살고 있다.
그 남자의 여자가 되기위해 그를 이용해서.
성매매를 강요한 엄마를 피해 스스로 자기 몸을 이용해 새아버지와 엮어버린 것이다.
강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아이처럼 보살펴 주고, 예뻐해 줄 사람이.
그렇게 그녀는 성매매를 강요받던 아이에서 스스로 살기 위해 몸을 팔아버린 여자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런 남자를 온전히 가지기 위해 그녀를 엄마를 죽여버린다. 강지용을 이용해서.
그런 지용은 그녀를 원망하며, 죽이려 한다. 하지만...살갗 아래 숨어 있던 목뼈. 완강한 긴 줄기. 그것은
지나치게 질겨..............너무나 무섭고 반가워서 그는 그녀의 목을 놓아버린다.

그리고 다시 그녀를 지옥에 넣기 위해 말해준다.
그녀가 사랑하는 그 아버지가 죽어간다고.

그렇게 지옥에 빠져드는 그녀를 두고 그의 발걸음이 돌려진다.
"강지용, 그래서 진짜 절망이 뭔지, 진짜 지옥이 어떤 곳인지 알게 됐니? 그럼 너는, 이제 날 이해할 수 있게
된 거야."
이제 그만의 방식으로 그녀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의 눈에 하얀 케이크의 조각들은 달고, 차가워 보였다.

 

 


강지용 그는 부모에게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특히 엄마에게서 탈출하고 싶어하던 그는 신혜의 엄마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죽여버린다.
아무런 개인적 원한 관계도 없던 그가 단지 사랑하는 여자의 말로 한 생명을 앗아가 버린 것이다.
"이것은 사람이 아니다. 이것은 아무도 아니다. 아무도, 아무것도"

사실 강지용은 그 엄마가 아니라 자신의 엄마를 마음 속으로 죽이려했다.하지만 겁이나 그는 비열하게도
다른 이의 엄마를 죽인 것이다. 악을 처단한다는 생각으로.

 

 

그는 어렸다. 사랑이라는 달콤한 말에 귀기울이고 사랑받기를 원하는 그는 책임이나 고통따위는 피하고 싶어했다.
미성숙하고도 어리숙한 그는 입시라는 부모가 바라는 길만을 바라보며 살아왔던 것이다.
그저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쾌락만을 신혜에게 바라면서.
그녀를 얻기위해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책임전가를 하며 악으로 설정하여 판단해버린다.
그에게는 선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다.
단지 본인 뿐이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그저 달고 차가운 것만을 바라는 그니까. 자신의 욕망만을 바라는 강지용이니까.
뜨겁기도 하고, 맵기도 하고, 쓰기도 한 것이 인생임을 그는 바라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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