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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이유정 ㅣ 푸른숲 작은 나무 13
유은실 지음, 변영미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11월
평점 :
<멀쩡한 이유정>을 읽는 내내 예전에 즐겨 봤던 ‘인간극장’이
라는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인간극장’은 사람들의 진솔한 모
습을 통해 ‘그래 저런 삶도 있지. 이런 삶도 있지······ 고개를
끄덕이며 볼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멀쩡한 이유정>도 누구나 겪었을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작가 유은실은 초등학교 삼 학년 때 구구단을. 왼손 오른손을
깨쳤고 좌향좌 우향우는 고등학교 때 깨쳤다고 한다. 또한 작
가라 하면 어린 시절 책과 함께 했으리라 추측 할 텐데 유은실
작가는 “책을 많이 읽어야 이렇게 작가가 될 수 있어” 라는
잔소리를 듣는 아이를 보고 미안해했다고 한다.
문제투성이의 가정에서 자랐지만 겉으로는 멀쩡 해보여 다행
이라는 생각을 하며 멀쩡해지려고 무던히 애 썼던 작가. 그녀
는 이세상은 누구나 문제가 있고 있는 그대로 받아 들여야 한
다고 말 한다. 그래야 헤매지고 않고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지
않을 것이라며 말이다.
정말 그럴까? 차라리 인정 해 버리면 편할까?
<멀쩡한 이유정>에는 [할아버지 숙제] [그냥] [멀쩡한 이유
정] [새우가 없는 마을] [눈] 이렇게 다섯 이야기가 있다.
[할아버지 숙제]
학교 숙제로 할아버지가 살아 온 이야기를 적어가야 하는
승호 는 할아버지의 자랑을 늘어놓는 친구들과 달리 답답하기
만 하다.
자신의 할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유명하지 않았을까봐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승호의 할아버지는 기대와 달리 술 마시면 길 가에서 노래를
부르고 시비 걸고 넘어져 다치기도 하셨던 할머니에게는
지긋지긋 하신분이고, 외할아버지는 노름을 하시다가 폐가
나빠져서 돌아가셨다.
할머니의 말씀을 듣고 쓴 승호의 숙제를 보고 엄마는
할아버지 의 단점을 적는 대신 다른 장점을 알려 주며 숙제를
마치게 했다.
승호는 자신의 일기가 자랑할 건 없지만 그런대로 괜찮다는
생각을 하며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친구의 할아버지
이야기를 듣고 괜스레 친구 걱정까지 한다.
승호는 친구 걱정을 하며 한편으로 안도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멀쩡한 이유정]은 초등학교 4학년인 유정이의 이야기다.
유정이는 길치라 이사 간 집에서 학교를 다니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동생 유석이를 따라 학교에 다닌다.
어느날 집에 함께 가야 할 유석이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 혼자 가 보는 거야 ’ 자신을 다독이며 길을 찾는 유정이.
집 찾기 실수 연발, 어렵사리 아파트를 찾긴 했으나 자기
사는 동을 찾는 일은 너무나 어렵다.
한참을 헤매다가 학습지 선생님을 만나 다행이다 싶었지만
학습지 선생님도 유정이의 집을 제대로 찾지 못 한다는
말을 듣고 유정이는 ‘힘들겠구나’ 싶은 생각과 나와 같은
사람이 또 있다는 동질감을 느꼈을 것이다.
다만 [멀쩡한 이유정]에서 4학년 아이가 자기가 사는 집을
몇 시간째 헤매고, 학습지 선생님 또한 아파트에서 길을
헤매는 표현은 너무나 억지스럽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이웃들도 많이 있을 텐데 헤매고만 다닌다.
차라리 애초부터 인정 해 버리면 어땠을까?
멀쩡한 척을 하며 힘들기보다는 차라리 ‘난 이건 못 해요’
인정하고 대안을 찾았더라면 도움을 구했더라면 모든게
쉬웠을 텐데.
어릴적 “너도 그랬어. 나도 그랬는데······.”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말들을 나누고 나서 친구와 더욱 친해졌고
자신감이 생겼던 일이 떠오른다.
[멀쩡한 이유정]을 읽고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걸 알고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