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 - 내 몸을 바꾸는 에로스혁명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6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고미숙-사랑과연애의달인 호모에로스

내가 처음 연애라는 것을 했을 때...음...그때가 스물셋 겨울이니까 지금으로부터 대략 245만년 전이군...
어쨌든 대상이 결정되고 연애라는 사건이 시작됐을 때 난, 매사가 그러하듯 서점부터 갔다. 난생 처음 겪는 상황에서 적잖이 당황스러운 나는 당연히 책에게 그 길을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본 책들은 대게 지금도 유통되는 연애지침서다. '그에게 전화가 뜸해졌다면 당신에게서 마음이 떠나기 시작했다는 징조다.'라거나 '오빠 믿지라는 말 속에는 '너도 동의한거야'라는 속뜻이 숨어 있는 것'이라거나...구태의연하고 유치한공식들이 잔뜩 담겨 있는 책이었다.
난 아마도 그때 선각자의 가르침이라도 되는냥 고개를 주억거리며 읽었었더랬다.

고미숙의 '사랑과 연애의 달인....'은 일단 흔해 빠진 연애지침서와는 거리가 멀다.

첫장을 펼치면 왜 헤어진 게 상대방을 잘못 만난 탓이냐고 따져 묻는다. 사랑을 언제나 대상의 문제로 환원하면서 대상만 잘 고르면 만사형통이라고 여기는데...사랑 따로 대상 따로 나 따로가 아니라 그 모든 것이 하나로 어우러지 때 사랑이라는 사건이 발생한다(14~15쪽)고 시작한다.

중간에 88만원세대로 빠지기도 하고 광화문 광장의 촛불이야기로 새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요지는 '연애하고 싶냐, 그럼 공부해라'로 모아진다.

"핵심은 간단하다. 사랑은 끝없이 변화하는 흐름이요 운동이라는 것. 이것을 간과하고 어느 한 지점에 머물러 있고자 할 땐 삶도, 사랑도 가차없이 소멸되고 만다는 것. 사랑을 위해선 존재의 심연에 대한 통찰이 수반되어야 하는 이유다(145쪽)."
연애=공부가 되는 논지다.

그렇다면 어떤 공부가 필요할까.

평소 '공부가 세상에 제일 재밌다'고 말하는 저자는 동의보감부터 불교의 경전, 루쉰의 단편 소설, 심지어 '온에어' 같은 드라마까지 동원해 설파하고, 설파하고 설파하고 있다.
예를 들어 '못된 남자 컴플렉스'는 불교에서는 업, 명리학에서는 사주팔자로 타고난 운명과도 같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인성(몸에 새겨진 기운의 배치)을 바꾸어야 하는데 일상의 배치를 달리하거나 욕망의 코드를 전환하기 위한 치밀한 훈련이 필요하다. 즉 공부해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저자는 지금 외로움을 쇼핑이나 야식으로 해소하고 있지는 않냐면서'화폐권력에 대한 저항'과 사랑과 소유를 혼동하는 인식론적 습속과 맞서 싸우라고 말한다.
또한 양생술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게 재밌다.
<동의보감> 내경편에 나오는 양생술은 동아시아 의학의 최고 경전인 '황제내경'에서 차용하고 있는 내용이다. 서양의 '위생' 개념과는 전혀 다른 '양생'의 이치는 몸과 우주 사이의 비전탐구다. 구체적인 행동지침은 '정을 보존하라'. 여기서 정이란 정액 또는 사정 등등에서 쓰이는 정과 같은 한자어인 듯 하다.(내 생각)

흠...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은 가볍게 쓴 글이라, 챗팅 같다는 것. 완독에 2~3시간이면 충분할 정도로 후루룩 읽히지만 이번 달이 지나면 철지난 잡지책처럼 잊혀질 것 같다.

'고전평론가'라는 좀 얄궂은 직함을 갖고 있는 고미숙의 책은 이번이 두번째다. 열하일기를 쉽게 풀어낸 책에서는 정말 마음이 맞았는데...이번 책은... 쩝.
수다쟁이 아줌마가 너무 쿨한 척, 아니면 연애에 대해 순진한데 너무 많이 아는 척 하는 사람처럼 어색하다고나 할까. 가장 큰 흠은 글의 두서가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책 자체에서 완결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어딘가 허전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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