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의 반격 - 디지털, 그 바깥의 세계를 발견하다
데이비드 색스 지음, 박상현.이승연 옮김 / 어크로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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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에 대한 기억은 청명한 겨울 홍주성의 모습으로 새겨질 것 같다. 홍성에는 공공 빅데이터에 미디어 데이터와 통신사의 위치 데이터를 더해 인사이트를 얻고자 실험 중인 홍주 토박이가 있고, 그를 만나러 세 번째 홍성을 찾았다.

빅데이터 디자인을 협의하러 오가는 길에 데이비드 색스의 <아날로그의 반격>을 마저 읽었다. 포스트 디지털 경제 시대에 사람들이 다시 아날로그로 회귀하고 있다는 명백한 근거들이 저릿한 감동을 준다.

우리는 개인용 컴퓨터와 30년 이상, 인터넷과 20년, 스마트폰과 10년을 살았다.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가져다준 속도, 고속 인터넷 연결, 강력한 프로세싱 파워 같은 이점들은 고요하고 개인적인 관계, 깊은 사색과 같은 아날로그의 장점들을 희생시켰다.

깨어 있는 시간 내내 스크린을 들여다보고, 키보드를 누르고, 화면을 밀거나 두드린다. 우리의 하루는 디지털 화면과 사운드가 만들어내는 리듬에 따라 이루어진다. 이메일이 도착했다는 알림음으로 잠을 깨고 침대에서 환하게 빛을 내는 휴대전화 화면을 보며 잠든다.

그러나 디지털이 줄 수 있는 것은 현실 세계의 풍성함을 흉내 낸 모사에 불과하다. 물론 그 모사는 끊임없이 개선되어 가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시뮬레이션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우리가 또렷하게 인식하는 일상의 몇몇 순간들은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지 않은 때다. 굳은 악수를 나눌 때, 근황을 이야기하며 함께 길을 걸을 때, 그리고 빅데이터를 들여다보던 눈을 돌려 호두 케이크를 잘라먹을 때 같은. 디지털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끄는 것은 뛰어난 테크놀로지에 앞서 공감을 나누는 그런 아날로그 요소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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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은 배반하지 않는다 - 영업이 탄탄한 회사는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다
임진환 지음 / 쌤앤파커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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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노트 (2017.12.2. 토)

미래 노트는 지금 급한 것은 아니지만 매우 중요하다. 2년 뒤에는 이 미래 노트가 현재 노트가 될 것이고 지금 준비해놓지 않으면 2년 뒤의 현재에 생존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노트는 급하지 않으므로 잘 보지 않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만들어놓고 책상 서랍 속에서 잠들게 한다. 그래서 미래 노트는 점심 식사하듯이 관리해야 한다.

점심은 매일 먹는다. 미래 노트 관리를 점심 식사하듯이 정해놓으면 매일, 혹은 일주일에 한 번은 진척 상황을 체크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점심 먹듯이 미래를 준비하게 된다.

점심을 안 먹으면 배가 고프고 점심 이후의 시간이 힘들어진다. 일주일에 하루는 점심을 거를 수 있지만 매일 거를 수는 없으므로 자연스레 미래를 준비하게 된다.

미래 노트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공부다. 미래를 준비하는 공부는 점심시간 먹듯이 해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점심을 먹어야 오후가 있기 때문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공부를 해야 미래의 생존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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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종말 - 불확실성의 시대, 일의 미래를 준비하라
테일러 피어슨 지음, 방영호 옮김 / 부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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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과 알파고의 격돌로 시작된 인공지능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인식은 4차 산업혁명의 의제를 타고 급속히 확산되었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들이 인간을 대체하면서 미래 일자리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 또한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오늘날 개인들은 위협적인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지식을 늘리는 일에 투자한다. 사람들은 자격 조건을 늘리기 위해 학교로 돌아가고 있다. 자격에 뒤따르는 보상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학생들은 이력을 늘리는 일에 많은 비용을 들인다.


<직업의 종말>은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눈길 끄는 주제를 담고 있다. 점차 직업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하란 말인가. 저자 테일러 피어슨은 '직업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고 단언한다. 사회적으로 볼 때 일자리는 정점을 찍었고, 20세기 후반을 특징 지었던 고임금의 일자리가 풍부했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전통적인 대학 학위가 너무 흔해져서 예전에 비해 가치가 낮아진 마당에 왜 곧바로 일에 뛰어들지 않고 값비싼 학위를 따기 위해 4년을 투자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론 데이비슨은 <제4경제>에서 지난 700년간의 서구 역사를 농업경제(1300-1700), 산업경제(1700-1900), 지식경제(1900-2000)의 세 단계로 구분했다. 여기에 테일러 피어슨은 '창업경제'의 도래를 예견하며 앙트레프레너십(창업가정신)이야말로 직업의 시대를 뛰어넘을 자산이라고 주장한다.


기술혁신과 통신기술의 발달은 '글로벌 인재 풀'에서 직원 고용을 수월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원격 팀을 관리하고 그들과의 협업을 용이하게 해 주고 있다. 테일러 피어슨은 2년 동안 함께 일했던 한 업체의 조직구조 예를 든다. 캘리포니아에서 부동산이 비교적 저렴한 한 지역에 창고를 설치하고 영업 부서와 고객지원 부서는 샌디에이고 시내에 두었다. 그 밖에 웹마케팅 부서는 필리핀과 베트남에, 생산 부서는 중국에 설치했다.


이와 같은 조직구조는 비슷한 여러 기업들에게 강력하고 지속 가능하며 경쟁력 있는 이점을 가져다 둔다. 이같은 마이크로-멀티내셔널(micro-multinational) 형태를 오늘날 주목받는 글로벌 비즈니스의 새로운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생산도구와 유통구조가 대중화되면서 누구나 저비용으로 새로운 틈새시장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앙트레프레너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렇다면 앙트레프레너 시대에 필요한 창업 능력은 어떻게 갖춰갈 수 있을까. 직업에서 비즈니스로 전환하는 단계별 접근법과 수습생으로 복귀해 기술과 경험을 습득해 가는 방법은 <직업의 종말>에서 직접 확인해 보자. 


일의 미래는 의무가 아닌 선택으로서의 일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요컨대 일의 목적과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삶의 의미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다. 그것은 어떤 행위를 하고, 어떤 일을 창출함으로써 발견해 나가는 것이다. 단지 자신의 마음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세상으로 걸어 나가 일을 해낼 때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세계적 경기침체를 겪고 있지 않다는 테일러 피어슨의 말에 주목해 보자. 우리는 뚜렷이 구별되는 두 시대의 경제적 전환기에 서 있을 뿐이다. 종전 시기의 작동 방식에 대대적인 투자를 해 봐야 결과가 개선되지 않는다. 새로운 경제시대에 맞는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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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 1~3 세트 - 전3권 - 5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5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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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Gaius Julius Caesar)의 이름은 알렉산드로스대왕의 이름과 함께 오늘날까지 그리스도교 세계와 이슬람 세계의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카이사르를 전혀 모르는 사람조차도 최고 통치자나 가장 중요한 통치자를 뜻하는 칭호인 독일어의 '카이저', 슬라브어의 '차르', 이슬람어의 '카이사르'를 잘 알고 있다. 율리우스라는 이름도 그리스도교 세계에는 널리 알려져 있다.


카이사르는 로마 공화정 말기 40대에 갈리아 전역을 로마의 속주로 만들고(BC 58~50), 루비콘 강을 건너 내전에서 승리해(BC 49~46) 독재관 자리에 올랐다. 이를 직접 기록한 『갈리아 전기』와 『내전기』를 통해 무장이자 작가로서 불후의 명성도 얻었지만, 정치적·사회적 개혁을 추진하다가 귀족들에게 암살당했다.



영화로 제작되기도 한 데뷔작 『팀』과 전 세계적으로 3천만 부 넘게 팔린 『가시나무새』 작가로 알려진 콜린 매컬로(Colleen McCullough)는 철저한 고증을 통해 로마 역사를 대하소설로 엮어냈다. 1990년에 첫 책 『로마의 일인자』를 발표한 뒤 2007년까지 역사소설 〈마스터스 오브 로마〉 7부작을 완성했다. 


이번에 선보이는 제5부 『카이사르』는  제4부 『카이사르의 여자들』로부터 5년 후, 카이사르가 두 갈리아 와 프로빙키아, 일리리쿰의 총독이었던 상황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어 카이사르 인생의 절정기를 다룬다. 


카이사르는 완벽한 전략으로 승전을 거듭하며 점점 더 경이로운, 그러나 한편으로 외롭고 무정한 인간이 되어간다. 그는 갈리아를 정복하고 로마의 속주와 국고를 배로 늘렸지만, 그를 인정해주지 않고 두려워하는 로마의 정적들은 그의 존엄을 짓밟으려 한다. 오랜 적수인 원로원 카토와 비불루스, 우유부단한 키케로, 게다가 지금껏 동맹 관계였던 폼페이우스 마저도 반대편으로 간다. 그래서 카이사르는 그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바칠 충성스러운 군대를 이끌고 마침내 루비콘 강가에 선다. 



매컬로는  『갈리아 전기』와 『내전기』 뿐만 아니라, 키케로를 비롯한 동시대 역사가나 후대 역사가가 남긴 많은 기록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꼼꼼한 고증을 바탕으로 한 작가 특유의 해석으로 사료를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로 탈바꿈시켜 놓았다.


카이사르와 갈등하는 보수파 카토, 중립적 위치의 키케로,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브루투스, 여성 통치자 클레오파트라, 갈리아인들의 영웅 베르킹게토릭스와 같은 인물들 하나하나의 삶과 고뇌에 대한 충실한 묘사도 풍부한 읽을거리를 선사한다. 또 갈리아 전쟁과 폼페이우스와의 싸움을 주된 내용으로 많은 전투 장면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매컬로는 역사 소설 장르의 수준을 가장 높은 단계까지 끌어올렸다는 찬사를 받아왔다. 제5부 『카이사르』 역시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 전편의 명성과 같이 서사와 인물을 생동감 있게 그려낸 역사 소설의 모범이 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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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 광주 5월 민주항쟁의 기록, 전면개정판
황석영.이재의.전용호 기록, (사)광주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엮음 / 창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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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원통함을 내가 아오. 힘내소. 쓰러지지 마시오"


이른 봄이었는지 늦은 가을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처음 전라도 땅을 밟은 것은 나이 스물이 넘어서였다. 광주에서 '일'이 있고 나서 '외부인'에게 전라도는 출입이 불허된 땅이었다.


유홍준 선생의 글을 쫓아 남도답사를 계획하면서 첫 일정으로 망월동을 집어넣은 것은 알지 못할 '부채감' 때문이었다. 기차의 더운 김이 하얗게 피어오르던 광주역의 새벽 공기는 몹시 차가웠다.


역전에서 비릿한 전라도 백반을 처음 맛보았다. 동틀 무렵 도착한 망월동은 꽁꽁 얼어 있었다. 동산 가득, 그리고 건너편 동산에도 가득 서 있던 비석은 과연 불허된 땅의 낯선 풍경이었다.


수많은 망자들이 누워있는 무시무시하고 압도적인 광경은 강한 충격으로 각인되었다. 그리고 또 많은 세월이 흘렀다. 오월 광주가 다시 현실로 걸어 들어온 것은 4년 전 세월호 참사 무렵부터였다.



창비에서 5월 15일 출간된 황석영 선생의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은 1985년 초판이 나온 지 35년 만의 개정판이다. <넘어넘어>는 초판이 발간되자마자 입소문을 타고 '지하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1987년 '6월 항쟁'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개정판은 수천 명의 증언 기록과 청문회 자료, 12.12와 5.18 재판 기록, 군 작전 관련 자료, 미국의 비밀해제 문서, 취재기자들의 증언 등 수십만 페이지에 달한 만큼 방대한 자료를 섭렵하여 시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내려 애썼다.


황석영 선생이 머리말에서 언급했듯이, 역사와 사람의 특징은 변화에 있다는 오랜 명제는 결국 역사를 변화시키는 것은 사람의 힘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가진 삶의 한계 때문에 한 시대는 언제나 새로운 것과 낡은 것이 공존하며 하루아침에 멋진 신세계가 찾아오지는 않는다.


6월 항쟁 이후는 권위주의 체제의 정치적, 문화적 유산들을 말끔히 청산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구질서의 기득권 세력들에게조차 활동 공간을 보장해줄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닌 타협적 민주화의 시대였다. 또한 우리는 민주주의라는 세련된 겉옷을 걸치고 있으나 몸체는 분단된 안보국가라는 본질적 결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겨울과 봄을 지나며 위대한 시민들은 어두운 터널이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았던 우리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 '촛불 혁명'이 마치 꿈결같이 거리를 가득 메웠고, 5.18 때처럼 피 흘림이나 큰 희생 없이 박정희, 전두환, 박근혜 정권으로 면면히 이어지던 묵은 '적폐'가 국민의 힘에 의해 뿌리째 뽑혀 나가는 모습을 목도했다. '세월호'도 깊은 침묵의 바다에서 성공적으로 끌어 올려졌다.


79년 부마항쟁의 최전선에 서 있던 청년 문재인은 80년 오월을 지나 87년 유월, 그리고 촛불 밝던 지난겨울을 지나면서 19대 대통령이 되어 올해 다시 망월동을 찾았다. "광주의 진실은 저에게 외면할 수 없는 분노였고, 아픔을 함께 나누지 못했다는 크나큰 부채감이었습니다. 그 부채감이 민주화 운동에 나설 용기를 주었습니다. 그것이 저를 오늘 이 자리에 서기까지 성장시켜준 힘이 됐습니다."


그는 80년 오월 총탄에 쓰러진 한 남자의 딸에게 다가가 잠시 아버지 품이 되어 주었다. 꽝꽝 얼어있던 망월동에 대한 내 기억에도 조금의 봄이 찾아왔다.


<넘어넘어> 개정판은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상기시킨다. 5.18 광주와 세월호의 어린 넋들이 함께하는 이 빛나는 계절에, 엄중한 역사의 무게만큼 두꺼운 책 한 권이 내게 정의롭고 평화로운 공동체를 향한 묵직한 이정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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