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주는 상쾌한 소설

팬이야 (양장)
전아리 지음, 안태영 그림 / 노블마인 / 2010년 7월

저는 어느 아이돌 그룹의 열렬한 팬입니다. 콘서트며 이벤트며 부지런히 쫓아다니는 나를 향해 주위 사람들은 나잇값 좀 하라고 비웃지만, 사랑의 대상이 무엇이건 그것이 왜 그리 중요한지 모르겠습니다. 그 가수들을 생각하기만 해도 행복하고 의욕이 솟으면 그걸로 충분한 거 아닌가요?

그래서 이 책의 제목부터 마음에 들더군요. 스물아홉 살짜리 직장인 여성이 아이돌에게 반해 졸졸 따라다닌다는 컨셉도 괜찮아 보였고요. 공감대를 찾으려는 생각으로 책을 펼쳤는데 생각보다 더 재미있어서 손에서 놓지 못하고 단숨에 읽고 말았습니다. 작가분이 중학교 시절부터 수많은 문학상을 수상한 문학 천재라고 들었는데 과연 필력이 상당하시더라구요. 중간중간 푸핫 웃음이 나올 만큼 웃기다가도 때로는 가슴이 찡하고, 가끔씩 보이는 기발한 표현에 눈을 빛내기도 했습니다.

주인공 김정운은 자기보다 10살 가까이 어린 남자 아이돌 그룹을 열심히 쫓아다니는 ‘빠순이’지만, 한편으로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일부러 짝사랑할 상대를 찾는 소심한 여성이기도 합니다. 저도 어느 정도 그런 면이 있는데……아이돌을 좋아한다는 것은 상대한테 차이거나 속을 염려가 없이, 그저 일방적으로 사랑을 주면 되니까 편하지요. 정운도 그런 마음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런 정운의 앞에 점차 괜찮은 사람들이 나타납니다. 제대로 사랑하고 사랑받을 줄 아는 정운의 둘째언니, 솔직하고 헌신적인 연하의 남자 장우연, 까칠하지만 정운과 마찬가지로 과거에 상처받은 경험이 있는 오형민 등. 개인적으로는 정말 멋지게 일하고 멋지게 연애하는 조 팀장이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런 사람들 속에서 정운은 점차 사랑은 혼자서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당당하게 요구도 할 줄 알아야 돌려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러다 상처받을 수도 있지만, 그러면 또 요구하면 되고, 그래도 안 되면 다른 사랑을 하면 되지요. 그 점에서 정운은 운이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변에 멋진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데다,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를 만나 직접 응원을 받기도 하니까요.

언젠가 올 행복을 앉아서 기다리느니 저도 정운처럼 직접 행복을 찾아나서야겠습니다. 그리고 전아리 작가의 또 다른 멋진 작품을 기대합니다. <팬이야>의 등장인물 중 누군가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소설도 재미있을 것 같고요. 작가님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