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돈 공부 - 나를 잃고 싶지 않아 처음 시작한
이지영 지음 / 다산3.0 / 201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소위 '돈 공부'라고 하는 재테크 관련된 책은 내가 스스로 찾아서 본 적이 없다. 아직 돈을 활용하는 데 관심이 없기도 하고, 뻔하고 이상적인 이야기만 늘어놓을 것 같아서이다. 하지만 저번에 읽었던 나의 첫 재테크 도서 <맞벌이 부자들>은 꽤 와 닿는 부분이 있었다.

이번에는 '엄마'의 돈 공부이다. 보통 가정의 경제권을 쥐고 살림을 하는 엄마라는 존재.
'나를 잃고 싶지 않아 처음 시작한'이라는 말이 앞에 붙어 있다. 아직 엄마는 아니지만 머리말부터 고개를 끄덕끄덕하게 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한 가정의 살림을 꾸려가야 하는 상황이 아닐지라도 공감할법한 이야기가 많다.

이때부터 나에게 '돈 공부'란 단순히 자산을 늘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을 더더욱 아껴 주기 위한 과정'으로 그 의미가 확대되었다. 그래서 나는 수입의 일부를 나에게도 쓰기 시작했다. 건강을 챙기기 위해 헬스장에 등록했고, 주말에 한 번씩 조조 영화를 보러 갔다. 그리고 두 달에 한 번씩 홀로 기차 여행을 떠났다.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일에 돈과 시간을 쓰며 아내, 엄마로서의 역할도 병행해왔다.
- 프롤로그 중

돈을 아끼느라 남편과의 여행이나 아이의 백일잔치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돈보다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중요하게 생각한 것. 그리고 이것들이 삶의 공백을 채워주고, 힘들 때마다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다윗과 골리앗>의 레버리지 이야기를 하며, 자신만의 레버리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저자의 레버리지는 '엄마의 사랑'.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사랑'.

1. 나만의 Why를 분명히 알기.
2. 자기 자신에게 아낌없이 투자하기.
3. 종잣돈을 모으는 과정에서 세운 작은 목표가 이루어지면 스스로에게 분명하게 보상하기.

강력한 Why를 통해 How가 도출된다. '나를 잃지 않는 삶'을 살고 싶은 것, 돈 때문에 가족과 갈등을 빚고 싶지 않은 것, 아이들을 충분히 뒷받침해 주고 싶은 것, 돈 때문에 건강을 잃고 싶지 않은 것 등등 Why는 찾으면 찾을수록 많다.

워런 버핏의 말처럼 "이 세상 최고의 투자 종목은 자기 자신"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20대를 나에게 투자하는 시기로 잡고 있는데, 사실상 학생이었던 시절을 제외하고 나면 4년 정도가 나에게 투자하는 시간이다. 이 4년간의 투자를 통해 30대에 내가 어떻게 변하고,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지 기대된다.

아직 본격적으로 돈을 모으려고 하고 있지는 않지만, 처음부터 무리한 목표를 설정하지 않고 중간중간 목표를 세워 놓고서 이것이 달성될 때마다 여행을 가는 저자의 방법은 괜찮게 보였다. 당장 우리 엄마를 포함해서 보통 엄마들은 '엄마'로의 역할에 충실하느라 본인에게 투자나 보상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엄마 이전의 자기 자신에게도 충분한 '칭찬 스티커'가 필요하다.

주택 담보 대출을 뜻하는 영단어 '모기지mortgage'는 섬뜩한 어원을 갖고 있다. 죽음mort의 약속 gage이라는 말에서 유래된 것으로, 즉 죽을 때까지 채권자에게 삶을 저당잡힌다는 의미쯤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 p. 43

당장 내가 갖고 있는 것이 자산인지 부채인지 냉정하게 판단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대목인데, 비단 부동산에만 한정된 내용은 아닌 것 같다. 끊임없이 저자가 강조하듯이, 돈이 자기 자신의 인생에 우선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가지고 있는 총자산은 많지만 매일같이 일하느라 바빠서 피폐하고 지친 하루하루를 보낸다거나, 부동산 여러 개를 갖고 있지만 매달 대출금 상환을 하며 열심히 사는데도 수입은 늘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은 저자가 바라는 방향이 아니다. 따라서 자산과 부채의 차이점을 깨닫고 부채보다는 자산을 늘리면서 내가 원하는 수준까지 자산이 늘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내가 자산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부채는 없는지 다시 살펴보자.
- p. 47

직장을 다니면서 매월 안정적인 수입을 얻는다는 건 사실 매우 고마운 일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 꽤 많은 것을 희생하며 살고 있다. 이렇게 매일같이 똑같은 일상에서 퇴근 후 두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엄마들은 세 그룹으로 나뉜다.
1. 퇴근(시간) 후 두 시간 역시 직장에서 보내는 워커홀릭 그룹
2. 퇴근 후 두 시간을 자기계발에 쓰는 그룹
3. 퇴근 후 두 시간을 '경제적 자유의 시스템'을 마련하는데 쓰는 그룹

1번 그룹의 예시로 나온 외국계 기업 팀장의 경우, 일에서는 성공을 거두었지만 승진 후 얼마 안 되어 이혼을 하고,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지 못 했던 아들이 틱장애 진단을 받게 되며, 건강 검진에서는 자궁에서 혹이 발견된다. 드라마틱한 설정 같기도 하지만 사실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케이스다.

2번 그룹의 예시로는 엄마가 된 후에는 얼마나 자기 계발과 엄마로서의 시간을 조절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며, 주변 사람들에 따라 '이기적인 엄마'로 재단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3번 그룹의 경우는 퇴근 후 부동산 공부를 하거나 SNS 마켓을 통해 용돈벌이를 하는 케이스이다. 회사 일이 아닌 조금 더 나에게 경제적 자유를 줄 수 있는 일에 퇴근 후 두 시간을 투자하는 것. 저자가 '엄마'들에게 추천하는 방법 또한 3번이다.

전업주부에게는 '오후 두 시간'이 이와 대응된다.
오후 두 시간을 역시 엄마 역할을 하면서 보내는 그룹, 바리스타 강의를 듣고 운동을 다니는 자기계발 그룹, 역시 자신의 '경제적 자유의 시스템'을 마련하는 그룹.

저자는 워킹맘이 하루를 온전히 회사 일만 하는 데 바치거나, 전업주부가 온종일 살림에 몰두하는 것, 자녀의 교육에만 지나치게 몰두하는 것 등을 지양하며 자신에게 집중하고, 자신만의 경제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에 시간을 쓸 것을 제안한다.엄마들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나의 퇴근 후 두 시간을 지금까지 어떻게 쓰고 있었고, 앞으로도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다른 재테크 책과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도'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우리네 엄마들은 남편의 그림자처럼 살며 가족의 뒷바라지에 일생을 바쳤고, 투자보다는 열심히 앞만 보고 달리며 안 먹고 안 쓰면서 돈을 모아 은행에 안전하게 넣어두는 것을 최고의 재테크라고 여겼다. 하지만 금리가 0에 수렴하고 있는 현재에는 나 자신이 은행이 되어 적극적으로 리스크를 안고 투자를 위한 전략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

"항구에 정박해 있는 배는 안전하다. 그러나 배는 항구에 묶어두려고 만든 것이 아니다."

내가 고등학생 때부터 가슴에 품고 좋아했던 명언이다. 평생 안정성만 추구해 은행을 예금 창구로 이용하며 스스로가 은행의 레버리지가 될 것인가, 리스크를 감안하고 대출을 받아 신규 사업을 벌이며 은행을 자신의 레버리지로 사용할 것인가.

'대출은 절대 받으면 안 돼.', '나는 평범한 직장인이라서 안 돼.' '나는 부모한테 물려받은 게 없어서 안 돼.' 와 같은 선입견에 휩싸이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설사 불우한 과거나 조금 불리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해서 그 때문에 자신의 강점을 보지 못하고 자기 자신을 스스로 가두면 안 된다.

'아바타 소득'이라는 개념도 흥미로웠다. 내가 근로 현장에 나가서 일을 하지 않아도 수입이 나에게 들어오는 것. 보통 부동산 임대업이 일반적이나 최근에는 에어비앤비 수입도 여기에 들어간다.

통장 사용법이나 저축 관련 이야기는 예상 가능한 흐름이었는데, '감정 통제가 곧 지출 통제다'라는 부분은 공감했다. 미안해서 돈을 쓰고, 속상해서 돈을 쓰고, 스트레스가 쌓여 돈을 쓰고, 기뻐서 돈을 쓰는 것을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개인적으로 너무나도 저격당한 부분이기도 했다.

그 외에도, 돈을 계속해서 더 모으려고 이기적이게 굴면 돈이 오히려 떠난다는 이야기. 자식의 행복이 부모의 행복인 것처럼 부모가 행복해야 자식도 행복하다는 이야기.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하는 엄마, 아내로서의 여성의 삶. 책 전체를 관통하며 끊임없이 전하는 메시지가 '엄마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희생하지 말아라. 자기 자신을 위한 투자를 절대 쉬지 말아라.'이다.

재테크 책이기는 했지만, 문득 '엄마'로서의 삶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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