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는 늙지 않는다
현기영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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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은 도둑처럼 슬그머니 갑자기 온다."

평생 시간에 쫓기면서 시간의 노예로 살아온 탓에, 이제 그 시간에서 해방되었음에도 전혀 해방감을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심하게 시간의 압박을 받는다. 이제 나에게 남은 건 시간뿐이기 때문이다.

노년도 젊음 못지않게 즐겁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장작불이 잦아들어 잉걸불이 되었을 때, 조용히, 침착하게, 은근히 사위어가는 불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직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살짝 쑥스러운 20대 애송이 입장에서 책을 읽는 내내 <은교>가 생각났다. 책으로도 먹먹했지만 영화를 보면서도 눈물을 흘렸다. 젊음과 늙음, 나의 힘으로는 어찌해 볼 수 없는 인간의 운명. 물론 인생 전체로 보면 나는 20대 애송이가 맞지만, 늘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항상 '나'는 늙어간다고 생각하며 나보다 어리고 젊은이들을 보며 여러 가지 감정을 곱씹는다. 하지만 20대 중반을 넘기며 달라진 점은, 직접 살아온 삶을 통해 얻은 교훈이 있는, 적당히 비판적으로 세상을 보는, 인생의 무게와 삶의 책임을 알고 있는 어른들을 동경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소설가는 늙지 않는다>를 통해 나는 직접 경험해보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의 두 배는 더 살아야만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간접 경험할 수 있었다. 떨어지는 낙엽과 낡은 집을 보면서 그것들을 죽음과 어렵지 않게 연결시키고, 문득 문득 세상을 먼저 떠난 친구들을 떠올리는 모습.

'어른 소설가'다운 다양하고 아름다운 단어를 많이 사용한 것만으로도 이 책은 소장 가치가 있었다. 점점 쓰는 단어들이 한정되고 있는 기분이었는데, 아름다운 우리말이 많다는 것도 깨달을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늙음'을 다룬책이니만큼, 조용히 혼자서, 차분하게 읽기 좋은 책이다.

오마르 하이얌이 다시 노래를 부른다.
"마시게! 네가 어디서 왔는지, 왜 왔는지 모르니, 마시게! 네가 왜 가야 하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니, 마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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