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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덴탈 유니버스 - 우리가 몰랐던, 삶을 움직이는 모든 순간의 우주
앨런 라이트먼 지음, 김성훈 옮김 / 다산초당 / 201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과학과 인문학, 굉장히 상반된 학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예비 과학자와 예비 인문학자의 단계에 속하는 이과와 문과로 나뉘어져서 공부를 한다. 그리고 나의 경우에는 미적분을 배우지 않은 문과 중간 세대이기 때문에 특히나 수학과 과학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것이라면 괜히 시작도 전에 마냥 어려워보인다.
하지만 과학의 여러 분야 중 '우주'는 존재 자체부터 일개 문과생의 마음 속에 로망을 키웠다. 내가 발 딛고 살아가는 곳이기도 하고, 나 자신조차 우주의 일부이고, '우주' 하면 떠오르는 은하계의 행성과 별은 굉장히 멋있다. (nasa 공식계정 팔로어임.)
과학자이면서 인문학자인, 굉장히 배우신 분의 책이라 사실 진도가 빨리 나가지 않는다. 쉽게 읽히는 책은 분명 아니지만 나름 대중들을 위한 글쓰기를 하려고 노력하셨다는 것은 알 수 있다. 두 번째부터는 이해가 잘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우선, '우주'의 정의부터 짚고 넘어간다.
우주를 의미하는 단어 'universe'는 '하나'를 의미하는 라틴어 'unus'와 '어떤 상태가되다'라는 의미를 지닌 'vertere'의 과거분사 versus가 결합해 만들어졌다. 따라서 'universe'의 본래 의미는 '모든 것이 하나가 된 상태'다.
1. 우연의 우주
우리가 살고 있는 특정 우주의 가장 기본적인 속성 중 일부는 그저 우주의 주사위를 무작위로 던져서 나온 우연의 결과일 뿐이라는 의견.
다중 우주 multiverse
우리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우주 중 한 우주에 살고 있다. 우연히 만들어진 우주에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과학으로 계산해낼 수 없는 우주에서 살고 있다.
다양하게 계산을 해본 바에 따르면, 우리 우주의 기본 매개변수 중 일부의 값이 지금보다 조금만 더 크거나 작았어도 생명이 등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우연히 탄생한 존재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우주 복권 중에서 우리는 우연히도 생명을 허용하는 우주 복권에 당첨된 것이다.
cf. 끈 이론 - 끈 풍경 string landscape 속에는 10^500개의 서로 다른 우주 존재
2. 대칭적 우주
가장 심오한 수준에서 대칭이란 불가사리의 두 다리를 뒤바꾼다거나 눈송이를 60도 회전시키는 것처럼 한 system에 어떤 변화를 가하더라도 모든 것이 그대로 똑같이 보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학자들이 대칭성에 끌리는 이유를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먼저, 대칭은 아름다운 수학과 관련되어 있다. 그리고 대칭성은 경제적이기도 하다.
눈송이가 육각 대칭인 이유는 그 각도가 물 분자의 총 전기에너지를 최소화하는 각도이기 때문이다. 거대한 천체가 둥근 이유는 구 형태가 전체 중력에너지를 최소화하기 때문이다. 벌집의 육각형 격자는 평면을 똑같은 모양과 크기의 방으로 나눌때 총둘레의 길이가 가장 짧아지는 기하학적 형태다. 게다가 이 벌들은 대칭성이있는 꽃에 더 끌린다고 한다. 벌의 뇌 속에 들어 있는 시각계가 꽃에서 오는 대칭적자극을 훨씬 더 수월하기 처리하기 때문이다.
수학과 논리의 질서가 존재하지 않는 우주를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아름다움, 대칭, 최소한의 원리는 우리가 우주에 포함시켜놓고 그 완벽함에 감탄하는 속성들이 아니다. 그것은 그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일 뿐이다.
... 우리는 바깥에서 안을 구경하는 외부 관찰자가 아니다. 우리 역시 그 안에 들어가 있다.
3. 영적 우주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4분의 3 이상이 기적과 영원불멸의 영혼, 그리고 신을 믿는다고 한다.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우선 '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정의를 내린 후, 신이 세상 속에서 행동에 나서는 정도에 따라 종교적 믿음을 분류할 수 있다. (사실은 이렇게 정의하고 분류하는 것 조차 엄청 과학자스럽다.)
과학자인 아인슈타인이 내재론적 신을 믿었다는 것이 흥미로웠는데, 오늘날의 과학자들 중 상당수도 정통적 의미의 독실한 종교인이라고 한다.
"저는 질문을 던질 때는 깊이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것이 과연 신념에 관한 질문인지, 과학적 질문인지 따져보아야 한다는 것이죠. 마음속으로 이런 부분을 분명하게 구분한다면 둘 사이에는 어떤 충돌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br /><br />- 프랜시스 콜린스, 휴먼 게놈 프로젝트 지도자.
저자는 자신은 사실 무신론자이지만, 과학이 지식에 이르는 유일한 길만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우리에게는 해답이 존재하는 질문뿐만 아니라 해답이 없는 질문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잠긴 문처럼, 아주 낯선 외국어로 쓰인 책처럼 질문 그 자체를 사랑하려고 노력해야 한다.<br />-라이너 마리아 릴케
신념이란 때로는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에 자신을 기꺼이 내던지겠다는 의지다.
신념이란 자신보다 훨씬 큰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믿음이다.
신념이란 때로는 고요함을 존중하면서도 떄로는 열정과 충만의 물결에 올라탈 줄도 아는 능력이다.
한 장로교 목사가 최근에 내게 말하기를, 과학과 종교의 공통분모는 경이감이라고 했다.
전적으로 동감한다.
4. 거대한 우주
크냐 작으냐는 우리에게 무척이나 중요하다.
우리는 우주에 대해 헤아릴 때 분명 머릿속 어딘가에 원자부터 미생물, 울 인간, 바다, 행성, 항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순수하게 크기와 척도 순서로 정리해놓은 목록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 목록의 가장 인상적인 점은 크기가 큰 것들이 계속 추가되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우주의 크기가 점점 더 확장되어 온 것이다.
20세기 초반 하버드 대학교의 레빗 교수가 고안해 낸 거리 측정법에 이르기까지, 우주에 대한 우리의 개념은 점점 확장되어 왔다.
일링워스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가끔씩 이런 생각을 합니다. '하느님 맙소사, 우리는 물리적으로 결코 접촉할 수 없는 것들을 연구하고 있잖아.' 우리는 중간 크기 정도의 은하에 자리 잡은 볼품없는 이 작은 행성 안에 앉아 있는데도 우주 대부분의 특성을 밝혀낼 수 있어요. 이것이 제게는 놀라울 따름입니다."
5. 덧없는 우주
우리는 교회나 사원 등을 찾아 영원불변의 존재에게 기도를 한다. 하지만 어디를 둘러보아도 자연은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모든 것은 그저 스쳐 지나갈 뿐이라고 말이다.
먼 데로 고개를 돌릴 것 없이 우리의 몸뚱이만 봐도 중년을 넘기면서 피부는 탄력을 잃고 늘어지고 갈라지기 시작한다. 눈은 침침해지고 귀는 잘 안 들리고 뼈는 움츠러들고 쉽게 부러진다. (또르르..)
오늘날에도 지구는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수억 년 단위로 보면 탄소는 식물뿐만 아니라 바위, 토양, 바다를 통해서도 순환되고 있다.
.. 그런 덧없음 속에서 무언가 웅장함을 찾을 수는 없을까? 덧없다는 바로 그 사실로부터 비롯되는 존재의 소중함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밤에 꽃을 피우는 손가락 선인장은 일 년 내내 잡초처럼 볼품없이 우뚝 솟아 있다가 해마다 여름 딱 하룻밤, 하얀 꽃을 피운다. 아침이면 이 꽃은 시들고 만다. 일 년 중 단 하룻밤만 피어나는 꽃. 그야말로 거대한 우주 속의 한 생명처럼 너무나 연약하고도 덧없기에 깃드는 아름다움이다.
6. 법칙의 우주
우리는 올바르고 합리적인 삶을 산 사람을 존경하지만 판에 박힌 틀을 깨뜨린 이단아도 찬양한다.
그렇다. 우리는 분명 자기모순으로 복잡하게 뒤엉킨 존재들이다.
.자연법칙은 합리성과 이성의 힘에대한 우리의 신념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해준다. 하지만 이 자연법칙에서조차 인간은 서로 모순되는 양면적인 욕망으로 흔들리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힉스 보손의 발견에 대해, 많은 물리학자가 기뻐서 껑충껑충 뛰었지만 한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개인적으로 저는 새로 발견된 입자가 표준모형의 입자가 아니길 바랐습니다. 그렇게 간단하고 대칭적이며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풀리기를 바라지 않았거든요. 저는 우리 모두를 아주 오랫동안 쳇바퀴 속에서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게 할 복잡한 패를 원했습니다."
우리는 질서를 좋아하지만, 우리를 깜짝 놀라게 만드는 것도 좋아한다.
우리는 때때로 옥에 티 같은 일이 생기기를 바란다.
우리는 합리적 우주를 발견하는 데서 기쁨을 얻지만 우리 자신은 그런 규칙에서 예외라는 조건을 내건다.
나는 모든 해답을 알지 못하는 세상에 사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믿는다.<br />이해하지 못하는 거이 있기에 우리가 그것으로부터 영감과 자극을 받는 것이라 믿고 있다.
7. 분리된 우주
푸코의 진자: 허위보다는 오히려 실재가 상식에 어긋나는 경우가 더 많다. 실재가 오히려 우리 몸에 낯설게 다가올 때가 많다.
자연보호구역을 산책하면서 스마트폰을오 통화를 하는 사람들은 자기 앞에 펼쳐진 풍경이 아니라 작은 상자에서 흘러나오는 육체와 분리된 목소리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다. 그리고 그들 자신 역시 육체와 분리되어 있다. 이들의 마음과 육체는 어디에 있을까? 분명 이 국립공원에 있지는 않다.
기술을 이용해 자신을 새로이 정의함으로써 우리는 직접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인간관계, 그리고 직접적인 감각을 통해 접하는 세상의 중요성이 많이 축소되고 말았다.
계속해서 이렇게 육체와 분리된 존재 방식을 햐앻 나아간다면 과연 지금부터 100년 뒤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요즘 사람들이 스마트폰과 화상통신에 적응하는 것처럼 우리 대부분은 이런 새로운 삶의 방식에 적응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방식으로는 보이지 않는, 자기 공동체 바깥의 더 큰 세상과는 단절되고 말 것이다.
오전에는 물리학을, 오후에는 문학 창작을 가르치는, 과학자이면서 인문학자인 저자가 쓴 글이라 매우 흥미로웠다. 우주를 바라보는 일곱 가지 방법 중 개인적으로는 3. 영적 우주 그리고 6. 법칙의 우주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초반에는 여러 번을 읽어도 이해가 쉽지 않은 단어들이 둥둥 떠다니는 듯 했지만, 인문학에 대해서 이야기하거나 여러 가지 비유를 들 때에는 이해가 쏙쏙 되면서 내용이 잘 들어왔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지적 호기심이 충만한 독자들은 대부분 다 만족할 것 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