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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4월
평점 :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 프레드릭 배크만
일곱 살 엘사에게 언제나 슈퍼 히어로가 되어준 할머니.
학교에서 상급생들이 엘사가 가장 좋아하는 목도리를 찢어버리고 때린 날에 동물원을 침입하는 해프닝을 벌이며 그 기억을 잊게 해주려는, 엉뚱하고 과감한 매력의 할머니다.
덕분에 엘사는 일곱 살 짜리 아이 치고는 꽤나 성숙하다.
아이패드를 들고 다니며 (와이파이 버전이지만) 위키피디아를 친구 삼아 모르는 단어나 궁금한 것이 생기면 바로 바로 검색해 보는 덕분이다.
"오늘이 목도리 때문에 기억에 남는 날이 되면 쓰나. 그래서 할머니가 동물원에 무단 침입한 날로 기억하게 하려고..."
이야기 속에서 등장하는 유쾌한 사람들은 주로 허무맹랑한 것 같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을 잘 한다.
할머니의 말과, 그 할머니의 손녀인 엘사의 대사 중에도 그런 말들이 많다.
'너보다 시간이 더 많은 사람은 절대 건드리면 안 된다.'
또,
할머니는 거짓말을 그렇게 부른다.
'또 다른 버전의 진실'이라고.
거짓말인지, 또 다른 버전의 진실인지 판단이 애매한 상상 속의 여섯 왕국 이야기를 들려 주는 할머니.
학교 선생님들은 엘사에게 '집중 장애'가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선생님들의 판단은 틀렸다.
엘사는 집중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그저 집중해야 하는 곳에 집중할 따름이다.
그렇게 엘사의 든든한 슈퍼 히어로가 되어 주던 할머니는 암에 걸렸다.
할머니는 엘사를 생각해서 암 얘긴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엘사도 할머니를 생각해서 죽는 얘긴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할머니는 마지막 유언을 남긴다.
할머니가 만든 보물찾기를 시작해 달라고.
할머니 친구들에게 편지를 전해 달라고.
"할머니가 되면 할머니가 되기 전에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손주들에게 감출 수 있는 특권이 주어져."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게 되더라도 할머니를 미워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그리고 성을 지키겠다고. 친구들도 지키고."
할머니의 편지를 전달하고, 그 다음에 발견한 편지를 또 전달하고, 편지를 받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듣는다.
그렇게 서서히 엘사는 할머니가 '할머니가 되기 전에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게 된다.
많은 사람들의 은인이었던 할머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니의 모든 편지의 내용은 '미안하다'로 시작한다.
여자는 스파이더맨을 하면 안 된다는 말을 듣고 싸운 엘사.
여자는 의사를 하면 안 된다는 말을 들었던 할머니.
"그래도 너희 할머니는 하고 싶은 대로 했다. 너희 할머니가 태어나고 몇 년 뒤에도 사람들은 여자들이 무슨 빌어먹을 투표냐고 했지만 지금은 여자들도 투표를 하잖냐. 너더러 이건 된다, 저건 안 된다 하는 개자식이 있으면 그런 식으로 맞서 싸우는 거야. 그러거나 말거나 오지게 밀어붙이는 거야."
- 욕설의 기사, 알프
손녀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을 가장 멋진 방식으로 전달한 할머니.
'가장 좋은 방법으로 제정신이 아니었던 사람'의 가장 좋은 냄새가 나는 옷장 안에서 엘사는 마지막 편지를 읽는다.
"주글 수밖에 없어서 미안해."
'어른이 돼서도 특이해야 하고 특이해지지 말라는 사람의 말은 절대 듣지 마.'
특이한 사람들의 숫자가 어느 선을 넘으면 아무도 평범해질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