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지능의 수수께끼
제임스 트레필 지음 / 현대미디어 / 1999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주제는 한 마디로 “인간의 지능은 유일무이한 독특한 것인가?”이다. 즉, 인간의 지능과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의 한 축인 동물의 지능, 또 다른 축인 인간에 의해 창조된 컴퓨터와 인간의 지능이 질적으로(qualitatively) 다른 것인가 아니면 양적으로(quantitatively) 다른 것인가 하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질문이다. 이 질문을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보면 인간지능과 유사한 형태의 인공지능을 창조하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질문이 될 수도 있다.

이 핵심 질문에 대한 저자의 결론이 어떠하든지 간에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결론을 유도하기까지의 과정이다. 즉, 기본적인 사항으로부터 시작하여 결론에 이르기까지 한 순간도 논리성을 잃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저자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논리적인 비약을 하지 않을까 조심하며 신경 쓴 것이 글을 읽는 동안 느껴졌다. 결국 이 책은 마지막 결론을 유도하기 위한 저자의 논리적 사고의 흐름을 글로 기술한 책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로서는 책의 결론과 내용보다도 이런 논리적인 접근 방법에 매료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 책의 핵심 질문에 대한 저자의 결론은 무엇일까? 저자는 인간의 지능은 동물이나 인공지능과는 질적으로 다른 독특한 존재라고 결론을 내린다. 또, 우리가 인간의 지능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인간의 지능과 같은 형태의 인공지능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그 이유로 저자는 인간의 지능이 가진 복잡계의 특성과 이에 따른 창발성(emergence)을 들고 있다. 저자의 결론은 인공지능의 분야를 떠나서도 여러 과학 분야에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

우리는 보통 어떤 자연현상을 인위적으로 조절하거나 모방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그 현상을 충분히 이해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역으로 충분히 이해한다면 인위적인 조절과 모방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이 현대 과학자들의 기저에 깔려 있는 사고방식이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논리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 따라서, 넓게 확대하여 보면 이 책의 결론은 인공지능 분야뿐만 아니라 복잡성의 원리와 창발성을 볼 수 있는 다른 과학 분야, 특히 생명과학 분야에서 깊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여러 과학 분야를 넘나드는 저자의 박학다식함이다. 신경생물학은 물론이거니와 인공지능, 논리학, 진화생물학, 수학 등 다양한 과학 분야가 한 주제 안에서 자연스럽게 융화되어 전개되고 있다. 다만, 인공지능과 복잡계 과학에 대한 소개가 좀 더 자세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특히, 인공지능의 핵심 비유인 튜링 테스트나 중국방(중국방보다는 한자방이 어울리는 번역일 듯)과 관련해서는 좀 더 다양한 소개가 있었어도 좋았을 듯 하다. 이 점에서는 “인공지능 이야기”(존 카스티)가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다시 말하거니와 이 책은 기존의 관련 지식을 폭넓게 설명해주고 이로부터 연역적인 논리 전개를 펼치는 책이다. 이 말은 저자의 결론은 완벽하지 않을 수 있고, 만약 이에 반하는 반증이 제시된다면(다시 말해 미래에 누군가 인간과 유사한 형태의 인공지능을 개발한다면) 저자의 결론은 폐기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러한 점이 이 책의 가치를 평가절하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앞에서도 언급했거니와 이 책의 매력은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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