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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 지음, 전의우 옮김 / 양철북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 지음/ 전의우 옮김
몇 주 전쯤 아이를 잃는 부모에게, 동생을 잃은 언니 오빠에게 읽어드리고 싶은 톨스토이와 쌍둥이 아빠 조이야기를 옮겨놓은 글이 있었습니다.
모든 아이는 지상에서 삶이 아무리 짧더라도 우리가 허락하기만 하면 우리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무수히 경험했다. 이것을 가장 놀랍게 경험한 것은 몇 년 전 쌍둥이 형제 중 한 아이가 죽은 채 태어나는 것을 지켜보았을 때였다. (존중의 발견, 144쪽)
아무리 짧게 살다간 삶이라도 아이는 엄마 뱃속에서 같이 호흡하고 자랍니다. 자기 삶 따라 이 세상에 나오기도 하고, 하늘로 금방 돌아가기도 하지요. 아이가 가르쳐 주는 선물, 아이는 세상에 모든 아이들이 저마다 자기 삶을 살기 위해 태어났으며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 알려줍니다. 내 옆에 있는 아이들을 다시 봅니다.
이 구절이 나온 책이 궁금해서 집에 있는 책들을 꺼냅니다. 기억나지 않습니다. 남편이 책 검색을 하면서 ‘아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에 나오지 않았을까? 얼른 이 책을 샀지요. 책을 받아 첫 장을 넘기면서 알았습니다. 이미 우리 집 책꽂이에 있는 ‘용기’책이 제목이 바뀌어서 다시 출판된 것이지요. 몇 해 전에 아는 선생님이 추천 해 주신 책으로, 막상 책을 사려보니 절판되어서 선생님이 선물로 제본해주셨습니다. 마음에 와 닿는 글귀가 여러 군데 있었지만 그 때뿐 잊고 살았습니다.
‘아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비폭력과 무소유 공동체 브루더호프 리더가 전해주는 자녀 교육 이야기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기술보다 아이를 최우선으로 두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치맛바람, 내 아이 먼저, 내 아이 최고 이것과는 다르지요.
무관심, 돈, 지나친 기대, 잘못된 훈계, 위선, 회피, 문제아를 위해, 존중의 발견, 아이를 떠나보내라 9가지 주제로 부모가 어떻게 용기를 내야 할지 차근차근 이야기 합니다. 읽으면서 특별히 마음에 더 와 닿고 생각하게 하는 구절이 있습니다. 나는 그렇게 하고 있는가 스스로 묻고 답합니다.
책의 여백이 필요하듯이 아이들에게도 여백이 필요하다. 아이들은 스스로 자랄 공간이 필요하다. (3장 지나친 기대, 40쪽)
아이들에게 여백이 필요하다는 말 공감합니다. 우리 아이들도 자기 시간을 갖고 싶어 합니다. 내가 정해서 하라는 것보다 자기가 무엇을 찾아서 하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아직은 마음껏 놀아도 되는 나이여서 더 더욱 놀 것을 찾습니다. 그 시간을 방해하면 아이는 짜증을 내지요. 되도록이면 내 일정과 우리 가족이 같이 해야 할 일정을 아이들에게 미리 말해 놓습니다.
아이들이 자기 나름의 속도에 맞춰 자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은 아이들을 방치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늘 옆에 있으면서 언제라도 필요할 때 말을 받아주고, 원하는 것을 채워 준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안심하고 하루하루를 지낼 수 있다. 어른들은 그저 아이들을 위해 ‘옆에 있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정작 아이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어른들 마음대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결정해 버릴 때가 얼마나 많은가? (제 3장 지나친 기대, 42쪽)
나는 아이가 자라는 동안 수 십 권의 육아서와 자녀교육서(영재 수기)를 읽었습니다. 처음 이런 책들을 읽을 때는 우리 아이 영재성을 내가 발견하지 못하는 것 아닐까?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무엇인가를 빨랐으면 좋겠다. 무엇인가를 잘했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읽을수록 나는 보통 엄마인데 아이에게 모든 것을 거는 그런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답은 아니다. 못한다. 그럴 수 없다 였지요. 우리아이는 보통 엄마를 닮은 보통아이입니다. 천천히 익혀서 그것을 자기 것으로 소화하기 전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이 사실을 알고 있어서 아이들에게 남들과 비교하는 일도, 아이를 새로운 환경에 억지로 밀어 넣지도 않습니다. 낯선 환경, 낯설게 배워야 할 때는 아이들 곁에 있습니다. 글쓴이 말처럼 아이는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을 느낍니다. 언제나 손닿을 곳에 있으니 불안해하지도 않습니다. 우리 아이는 기고, 걷고, 말하고, 무엇인가를 배우고 익히는 것을 지금도 자기 속도로 자라는 중이다.
이 책에서 독자들에게 가정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하고 훈계하라고 조언하기도 망설여진다. 아이들에게는 장점과 단점, 희망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이 있다.(제 4장 잘못된 훈계 62쪽) 우리는 자기 아이의 숨겨진 것을 찾아야 한다.
자기 속도로 자라는 아이는 그 속도에 맞게 키워야겠지요. 아이가 갖고 있는 장점과 단점 긍정, 가능성, 잠재력을 누가 찾아 줄까요? 아무리 유명한 아동학자(교육학자)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만 내 자식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습니다.
훈계가 아이들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결과를 책임지게 하는 것이지만 거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훈계는 잘못하는 아이를 그 자리에서 잡아 벌을 주는 것이 아니다. 훈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의지를 옳은 쪽으로 길러주며, 아이가 잘못 된 것을 버리고 옳은 것을 선택할 때 마다 격려해주는 것이다.
양육의 목적은 아이들 스스로 인생을 탐구할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 주되 자신들의 한계를 분명히 알도록 도와주는 것이다(63쪽)
아이를 혼내는 일 쉽지 않습니다. 내 기분과 상황이 혼내는 일 강도를 다르게 만드는 것을 압니다. 나는 아이를 키우며 가끔은 내 분에 못 이겨 혼낼 때가 있습니다. 돌아서면 후회하고 아이에게 사과합니다. 글쓴이 말처럼, 아이를 혼내는 일은 아이가 옳은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지요. 아이 자체가 문제는 아니니깐요. 아이가 혼날 상황 그 상황이 문제인 거지요. 이것을 기억해야 하는데, 잊어버릴 때가 많습니다.
우리가 예외 없이 감담해야 할 책임을 회피한다면 자녀 양육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들을 놓칠 뿐 아니라, 우리 삶에서 가장 의미 있는 기쁨도 맛보지 못할 것이다.
물론 아이를 키우다보면 정말 화가 나는 날들도 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순간들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린아이는 모든 것을 올바르게 볼 수 있게 해줍니다.(회피, 108쪽)
혼내는 것도 제 할일이고, 아이의 가능성 잠재력을 찾는 일도 제 일입니다.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지, 아이와 관계를 잘 맺고 있는지 아이를 키우며 아이에게서 많이 배웁니다. 아이와 지내는 것이 즐거움과 고통을 반복하지만 지나고 보면 좋은 것이 더 많습니다. 아이가 기고, 걷고, 말하고, 새로운 것을 보고 익힐 때 마다 감탄합니다. 이 책 마지막장에 아이에게 좋은 추억을 많이 갖게 하라는 말을 합니다. 그렇지요. 아이는 날마다 추억을 먹고 자랍니다. 나처럼 어른이 되었을 때 어린 시절 받았던 사랑, 누렸던 즐거운 추억이 아이 삶에 거름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