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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다니구치 지로 지음, 신준용 옮김 / 애니북스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도서관에서 가볍게 읽을 만화책을 찾다가 눈에 띤 책이다.
책장을 넘기자마자 전에 읽었던 <열네살>이란 만화가 떠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같은 작가다.
다정다감하고 아무런 문제도 일어날것같지않던 안온한 가족에게
이유도 알수없이 아버지가 집을 나가고(열네살) 어머니가 집을 나가는 일이 일어난다.(아버지).
어린 주인공에게는 도저히 이해할수도 없고 이해하고 싶지않고 다만 잊고 싶을뿐인 과거의 일들이
세월이 지나 듣게되는 그의 일들.
편린들로 재구성되어 주인공이 부모의 나이가 되어 이해하는 부모들의 삶.
작가는 과거를 되짚어 보면서, 자신이 어렸기에 놓쳐버릴수밖에 없었던 삶의 다른 모습을 발견함으로서
삶의 전체모습을 '따스한 눈길'로 이해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걸리는게 있다.
이책 <아버지>는 사건의 계기로 고향 돗토리현 대화재 사건(실제 사건이다)을 배경으로 하고있다.
그 이후 삶은 변하고 어머니가 아이둘을 두고 아버지를 버리고 집을 나갔다고 되있다.
그러면서 대화재사건의 원인은 밝혀지지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시 원점에서 시작이란 말인가..."라고 한탄하는 말을 인용한다.
다시 원점...?
그럼 언제 원점에서 시작한 일이 있었다는 건가...하는 의문으로 책을 다시읽어보니
2차세계대전 이후를 말하고 있었다.
원인은 알수없으나 폐허에서 다시 시작한다!
2차대전의 패전으로 폐허에서 다시 삶을 일구어냈는데 또다시...하는 글이었다.
이것이 그들의 역사인식인가 하고 의문이 드는걸 어쩔수없었따.
얼마전에 <마사코의 질문>과 <히로시마>를 읽었기 때문인가.
히로시마의 원자폭탄 투하이후의 비극적인 일들을 너무나 세밀하고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는 그림책인
<히로시마> 어디를 찾아보아도 왜 그런일이 일어났는가는 없다.
전쟁의 시작이 무엇이었는지 물어보는 마사코의 질문엔 어느 누구도 답을 하지 않는다.
원폭투하가 전쟁을 끝내기 위한 방법으로 당연하다라는 얘기가 결코 아니다.
그건 비극이다.
하지만 글쎄.
원인은 알수없으나 폐허에서 다시 시작한다?
원인을 알고자하지도 알고싶어하지도 않는채 그런 사실조차 잊고 살아가려는 일본인을 보는것같다.
폐허에서 일어나는 어려움을 말할, 그들자신이 다른 나라를 침략함으로써 만들어낸 폐허는 왜 언급을 않는가? 답을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