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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밍 러브
프랜신 리버즈 지음, 김지현 옮김 / 템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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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마디로 사랑 불구자인 우리 인간에게 전능자가 쓰는 러브레터 같다. 리디밍 러브를 읽으면서 처음에는 일방적이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하는 미가엘에게 공감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상대인 엔젤이 원하지도 않는데 계속 사랑을 표현하는 것은 폭력이 아닌가? 하는 나의 짧았던 생각을, 다 읽고 난 지금은 모두 부끄럽게 여긴다. 읽으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다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사랑은 사랑의 대상보다 주체가 더 중요하다는 것. 제대로 된 사랑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가 사랑을 해야 사랑 받는 대상이 상처받지 않고 아프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그 양자의 경우를 소설에서는 ‘공작’과 ‘미가엘’을 통해 잘 보여준다. 둘다 엔젤을 사랑하지만 공작은 말만 그럴뿐 엔젤을 가스라이팅하며 파멸로 이끌고, 미가엘은 그녀를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하고 회복과 치유의 길로 이끈다.

인간은 어떤 속성을 지닌 존재에게 사랑받느냐, 또 그 사랑이 지향하는 방향성에 평생이 좌우되는 존재다. 우리는 내게 사랑을 베푸는 사랑의 주체가 누구인지를 잘 파악할 필요가 있다. 사랑한다고 하면서 사랑의 주체가 악한 본성을 가지고 있고 나를 가스라이팅하거나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려 든다면, 아무리 감언이설로 사랑을 고백한다 하더라도 얼른 끊어내야 한다. 이말인즉슨 사랑의 주체가 검증되었다면 그(그녀)가 베푸는 사랑에 나를 맡겨도 된다는 뜻이다. 안타깝게도 인간은 사랑의 주체로서 불완전한 존재이며 완전하게 사랑할 수 없는 존재다. 혹 사랑의 주체로서 부족함 없는 부모님 아래서 헌신적인 사랑을 받고 자랐다면 그 사람은 굉장히 행복하고 운이 좋은 사람이다.

책을 읽으면서 미가엘의 사랑하는 방식을 때로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는 사랑의 주체가 되기에 아무런 흠이 없었다. 따라서 그의 사랑은 결국 엔젤을 살렸고 엔젤이 그 멀고 먼 길을 돌아 모든 상처와 아픔이 치유되게 했다. 성노예로 살며 크나큰 상처와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엔젤에게 성이 사실은 아름답다는 것을 알려주고, 그녀를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모든 거짓된 신념으로부터 해방시키는 미가엘의 사랑이 하나님이 베푸시는 사랑과 아주 많이 닮았다는 걸 느꼈다. 사랑의 창시자이자 사랑 그 자체이신 하나님께서는 사랑의 주체가 되기에 전혀 흠이 없으시다.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랑과 용서와 구원을 마음 속 깊이 받아들인 이들은 하나님 안에서 참 평화와 자유를 누린다. 물론 나를 포함한 인간의 본성은 하나님을 왜곡하고 조롱하고 거부하고 부인하기 마련이지만… 하나님은 우리가 하나님을 아는 지식에서 무지하고 인간적인 객기로 넘쳐도, 끊임없이 부드럽게 설득하시고 강요하지 않으시며 우리 발로 돌아오기까지 기다리신다. 그 과정이 아무리 길고 힘들지라도 말이다. (하나님께서는 미가엘이 엔젤을 사랑했던 방식과 같은 사랑을 베푸신다. 또 모든 영역에서 고집불통이며 사랑 불구자인 우리를 절대 포기하지 않으신다. 얼마나 감사하고 다행스러운 일인지…)

엔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세상에 이와 같이 놀라운 러브스토리가 또 있을지를 생각하며 많이 울었다. 나도 회의하고 의심을 아주 많이 거치며 신의 사랑을 받아들인 사람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사랑에는 놀라운 힘이 있다. 부족했던 나 자신의 과거와 타인을 진정으로 용서하게 만들고 모든 상처를 감싸주며 살아갈 새 힘을 얻게 하는 진정한 사랑과 구원… 그것들을 이 책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빌려 읽었지만 꼭꼭 소장하고 삶을 살아가면서 세상과 나 자신이 의심될 때, 사랑을 회복해야 할 때 반드시 꺼내서 읽어야겠다. 이 책은 나 자신의 부족하고 연약한 상처를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고 홀로 싸매고자 고군분투했던 내게 진정한 자유와 사랑을 가르쳐준 책으로 기억될 것이다. (되게 온건한 어투로 쓰고 있지만 엄청 감동적이었고 불가해하며 여전히 놀랍고 믿어지지 않는다. ㅜㅜ 진짜? 진짜 하나님의 사랑이 이렇다고?) 우리 모두는 여전히 어느 부분에서는 엔젤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끝까지 우리를 엔젤(천사)이라고 부르시는 그분의 사랑이 참으로 크고 깊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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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밍 러브
프랜신 리버즈 지음, 김지현 옮김 / 템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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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눈으로는 불가해한 사랑의 시작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누군가에겐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미가엘의 일방적인 사랑. 그러나 사랑의 ‘주체’가 얼마나 중요한지, 진정한 사랑은 조건없이 부어지며 과거에서 돌이키게 해준다는 것을 미가엘을 통해 알게됩니다. 엄청 울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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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과 나의 사막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3
천선란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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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자마자 그자리에서 읽기 시작해 지금 막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오늘이 휴일이라는 게 어찌나 감사하던지! 읽으면서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떠올렸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오아시스를 감추고 있기 때문일까. 천선란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사막은 황량하고 적막하지만,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만남들 덕에 경이롭고 애틋하게 느껴진다. 만남들 속에 사랑과, 그리움과, 희생과, 자기로의 여행이 모두 녹아 있다.

전쟁시대에 만들어진 로봇 ‘고고’. 그는 죽은 인간소년 ‘랑’과의 추억을 오류처럼 재생하며 그 감정이 ‘그리움’이라는 것도 모른 채 사막 횡단을 계속한다. 어린 왕자가 지구, 그것도 사막에 오기까지 여러 행성을 거치면서 많은 이들을 만나 여러 감정을 느꼈듯 고고도 여러 존재를 만나면서 로봇이라면 응당 느끼지 못할 감정들을 오롯이 느낀다. 아니, 애초부터 외부로부터가 아닌 내면에 담겨 있었을 것들… 전쟁시대에 살상무기로 만들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고고를 두렵게 만들고 자신의 존재를 의심하게 만들지만 사막에서 마주치게 된 이들을 통해 고고는 자신의 정체성을 알게 된다.

담담한 문체 속에 녹아있는 인간적인 아름다움이 슬플 정도로 빛나고, 그 무엇도 설득하려 들지 않으면서 공감하게 만드는 힘이 매력적인 소설이었다. 천선란의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로봇들이 로봇의 겉껍데기를 입고 가장 인간적인 면모를 나타내듯, 그저 sf라는 장르를 빌려 인간의 내밀한 본성과 슬프고 아름다운 진실을 말하는 작가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또 삶의 목적을 상실했을지라도 남아 있는 여정을 묵묵히 걸어갈 수 있게 하는 인간의 성실함과 위대함을 아는 작가를 어떻게 안 사랑해?

끝까지 다 읽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작품은 사진이 아닌 그림에 관한, 슬픔이 아닌 그리움에 관한 이야기다. <랑과 나의 사막>은 어린왕자 마지막 부분에 있는 별과 사막의 그림처럼… 내게 영원히 잊히지 않는 ‘그림’이자 ‘그리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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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이미 알고 있잖아. 그게 그리움이라는 걸.”_1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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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3세 아침이슬 셰익스피어 전집 22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김정환 옮김 / 아침이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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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히려 표지가 너무 예쁘고 고급스럽다고 생각했어요! 김정환 선생님의 번역... 믿고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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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을 잊은 그대에게 - 불안하고 막막한 시대를 건너고 있는
김성중 지음 / 흐름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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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급변하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세대에게, ‘낭만’이라는 단어는 고루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인간은 낭만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 중에 낭만을 불러와 현재를 살아가는 연료로 쓸 수 있는 존재도 인간이 유일무이하다. 낭만 없이는 시와 문학은 물론이고 음악도 예술도 없다. 김성중 교수는 우리가 일상에서 회복해야 할 ‘낭만’을 19세기 영문학을 빌려 이야기한다.

사랑, 고독, 우울, 갈등, 이별, 자연, 창조… 여러 토픽을 19세기 낭만주의 영문학과 버무려 마치 하나의 옷감을 직조해나가듯 이야기하는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잘 짜여진 문학 수업을 듣고 있는 느낌이 든다.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에서는 당시 산업세계의 양극화를 볼 수 있고, <위대한 유산>에서는 죄수들을 해외로 파송하는 비인간적인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문학은 무슨 역할을 감당하며 왜 존재해야하는지에 대한 담론이다. 문학은 사회상을 조명해주는 장치로써 감수성을 회복하여 무너져 가는 인간상을 다시 쌓아올려야 함을 역설한다.

또한, 무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삶의 정수를 담고 있는 ‘시’. 저자가 여러 영시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나는 수많은 시인 중에서도 워즈워스가 이렇게나 아름다운 시들을 썼는지 처음 알게 되었다. 시를 통해 세상의 아름다움을 다시 알게 되는 것. 잊고 있던 가치들을 다시 떠올리는 것. 그 시간들이 무척 소중했다. 이외에도 책에 실린 여러 영시들과 소설작품들은 무뎌진 감수성을 회복하고 인간으로 사는 것의 기쁨을 회복하게 해준다.

낭만주의 작가들처럼 자발적인 고독 속에서 내 안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때 외부의 여러 가치에 휘둘리지 않고 진정한 자기다움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하는 저자의 생각에 동의한다. 아무리 많이 소유하고 있더라도 새벽의 푸르름, 한낮의 따사로움, 비가 오고 갠 뒤의 상쾌함, 저녁에 낮게 깔리는 석양의 애틋함을 모르고 지나친다면 과연 인간다운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며 낭만주의 영문학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고 살면서 겪는 여러 종류의 고통마저도 인간은 낭만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고통마저도 지극히 인간다운 것임을 알게 되었다. 고독 또한 자유하는 자연의 일부임을 알게 되었다. 자연 안에서 하나로 연결 되어 있는 우리는 외로운 존재가 아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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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것인 자연을 바라보지도 않고, 우리는 돈을 벌고 쓰는 데 온 힘을 낭비하고 있구나 -워즈워스, <우리는 너무 세속적으로 살고 있다> 중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에서 “자신의 취향보다 다른 사람들의 취향을 따른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취향 저체가 없는 것이 문제다”라고 말했다. (중략) 이런 때일수록 실존주의 철학자 키르케고르의 “주체적인 것이 진리다”라는 외침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 이 말은 군중의 성향을 따라가지 말고 자신의 실존을 행동의 기준으로 삼으라는 의미다. 자유를 갈망하면서도 아이러니하게 너무나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살고 있는 요즘의 우리가 마음에 새겨야 할 삶의 지침이 아닌가 싶다. _187쪽

🔖개인의 안위와 욕망을 생각했더라면 선택하지 못했을 삶을 살았던 낭만주의 시인들을 되돌아보며 더 높고 숭고한 가치를 위해 자신의 일생을 바치는 초연한 삶의 아름다움을 깨닫는다. 우리가 그들과 똑같은 인생의 길을 선택할 수는 없겠지만, 그들의 시를 읽고 그들이 지향했던 삶의 가치를 되새겨보는 것만으로도 우리 삶에 신선한 전환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_195쪽

본 리뷰는 흐름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좋은 책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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