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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평점 :
다른 계절이라고 밝게 지내냐고 물으면 그저 눈만 꿈벅거리고 있어야 겠지만은,
그래도 내게 여름은 밤마저도 밝고 뜨거운 만큼, 더 어둠속으로 기어들어가게 만든다.
몇 해 전, 여름에 친구를 잃고 난 후엔 더.
평소엔 아둥바둥 오래 살 생각 없다고, 오늘이라도 떠나도 여한이 없다고,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나지만,
그 일을 겪은 뒤로, 내게 생긴 공백이 너무 커. 그 공백이 찾아오는 여름엔
살자고, 오래 살자고, 내 공백으로 아파할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살자고, 다짐하게 되는데.
워낙에 천성이 살자 살자. 하는 긍정적인 사람이 못 돼서
살자 살자 밝게 살자 할 수록 마음이 공허해지니, 여름엔 더 어두워 질 수 밖에.
이럴 땐 밝아지려는 노력도 다 집어 치우고
어두운 방에서 핸드폰도 꺼놓고, 커피 한 잔 옆에 두고 책을 쌓아두고 봐야하는데
상황이 그저 거짓말로 웃고 하기 싫은 대화도 해야하는 일만 있다보니... 올여름엔 더.
그런 내게 툭. 하고 아무렇지 않게 책 한 권을 선물 해주신 분이 계셨고,
그게 바로 이 책.
실로 오랜만에 마음에 가득 차는 책을 만났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그 슬픔만큼, 오래 깨어있어야 했고
이 책을 읽고 난 후 그 아픔만큼, 한참을 혼자 있어야 했다.
읽고 나면 마음이 이윽해져서 견딜 수가 없지만,
그러고 나면 또다시 얼마간 견딜 힘들 주니, 읽지 않을 도리가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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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의문과 슬픔을 품은 채 나를 무작정 걷게 하던 그 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 쓰라린 마음들은.
혼자 있을 때면 창을 든 사냥꾼처럼 내 마음을 들쑤셔대던 아픔들은 어디로 스며들고 버려졌기에
나는 이렇게 견딜 만 해졌을까.
이것이 인생인가. 쉬지 않고 흐른다는 게 안타까우면서도 다행스러운 것은 이 때문인가.
소용돌이치는 물살에 휘말려 헤어나올 길 없는 것 같았을 때 지금은 잊은 그 누군가 해줬던 말.
지금이 지나면 또다른 시간이 온다고 했던 그 말은 이렇게 증명되기도 하나보다.
이 순간이 지나간다는 것은 가장 큰 고난의 시절을 보내고 있는 이에게나
지금 충만한 시절을 보내고 있는 이에게나 모두 적절한 말이다.
어떤 이에게는 견딜 힘을 주고, 어떤 이에게는 겸손할 힘을 줄 테니까. pp.1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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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살자, 하면서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자. 다시 한 번 다짐했다.
괴로울 땐, 인간적으로 괴로워하자.
괴로운 만큼 마음에 차는 책은 많아진다. 그걸로 나는 또 한 번 위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