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애의 마음
김금희 지음 / 창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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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견딘다'는 말에 자주 머문다.
무조건적인 긍정, 희망보다
그래 우린 모두 견디지, 다들 잘 견디자,하며 다독다독 같이 걸어주는 글들에 더 마음이 가는 편이다.
김금희 작가의 이전 글들에서 그런 뉘앙스가 느껴져 참 좋았는데
이번 『경애의 마음』 역시 그렇다.

사람이 어떤 시기를 통과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궁금했다. 그런 것에서도 '나아간다'라는 느낌이 가능했던가. '견뎌낸다'라는 느낌만 있었던 것은 아닌가. (p. 260)



우리는 모두 '그날 이후'를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날'의 의미야 각자 다 다르겠지만,
그날에 일어난 사건의 크고 작음과 상관 없이 사건이 일어나는 순간 우린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모든 삶은 어쩌면 재난 이후의 삶이다. 

우리는 삶을 견디며 마음을 얼마간 잃기도 하고 
견딜 수 없어지면 주저 앉아 자신을 방기 하기도 하고
그렇게 마음과 씨름하며 오늘을 살아낼 것이다.

오늘을 견디고 있는 우리가 서로에게 가져야 하는 마음이란 건 무얼까,
김금희 작가는 다음의 장면을 통해 우리가 가져야할 태도에 대해 이야기 한다.


2년 전에 여자는 역 계단에서 구걸을 하고 있었다. E는 경애와 함께 그 앞을 지나면서 마치 중요한 비밀을 가르쳐주듯이 "아이가 있어"라고 말했다. 과연 옆을 보니 작은 이불을 덮고 있는 아이의 발이 보였다. 경애는 그 발이 지하도의 찬 기운 속에 불쑥 나와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려서 지나가는 말로 불행하네,라고 했는데 , E가 문득 경애의 팔을 잡으면서 니가 뭔데,라고 했다. 니가 뭔데 그렇게 말해,라고.
(pp. 70~71)

 

 

 

니가 뭔데,라는 E의 말처럼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견딤을, 삶을 함부로 재단해선 안 된다.
척 봐서 아는 건 없으니
("척 보면 안다고 유행어가 돌다니 정말 사람 잡을 말이에요.
그렇습니다, 척 봐서 아는 건 없지요." (p. 264))
다만 함께 떡볶이와 반미를 먹어주고, 일어설 때까지 기다려 주고, 함께 걷고, 함께 웃어주면서
묵묵히 최선을 다해 견디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닐까.

마음을 폐기하지 마세요. 마음은 그렇게 어느 부분을 버릴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우리는 조금 부스러지기는 했지만 파괴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언제든 강변북로를 혼자 달려 돌아올 수 있잖습니까. 건강하세요, 잘 먹고요, 고기도 좋지만 가끔은 야채를, 아니 그냥 잘 지내요. 그것이 우리의 최종 매뉴얼이에요.



조던의 말처럼 우리는 '이미 최선을 다 했으니',
그저 마음을 폐기하지 맙시다. 건강합시다. 잘 지냅시다.
그것이 우리의 최종 매뉴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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