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눈동자 안의 지옥 - 모성과 광기에 대하여
캐서린 조 지음, 김수민 옮김 / 창비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캐서린 조 『네 눈동자 안의 지옥』 , 김수민 옮김, 창비


"세상 모든 어머니들은 미쳤어."

고1 때였다. 국어선생님은 임신 중이었다. 출산 후에 수업에 복귀하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 국어 선생님은 알겠니? 하면서 이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어머니'와 '미쳤다'라는 두 개의 말이 한 마디에 나란히 섞일 수 있다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들 중 누구도 두 말이 섞인 질문을 하지 못했다.


캐서린 조의 『네 눈동자 안의 지옥』 은 그때 아무도 하지 못했던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해주는 내용이었나. 아니, 왜 미쳤는지의 광기에 대한 답을 속시원히 들려주지 않았다. 왜냐면 그 광기는 속시원한 것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정체성의 위기는 여러 차례 온다. 지위와 역할에 따라서, 사람의 관계에 따라서.

하지만 '내 몸이 정말 내 것이었는지'에 대한 질문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대답할 수 있는 책이 있었을까.

단순히 육체적이고 병리적인 것 외에, 자신을 대하는 사람들의 시선과 행동에 대해서도.

책은 가제본이었기에 병동에 있는 상태에서 끝난다. 병동에서 '정상인'으로 판정이 되는 명분은 무얼까. 자기 정체적 혼란의 두려움을 진정으로 극복하게 될까, 아니면 사회에서 용인할 수준을 인지하고 두렵지 않은 척을 하게 되는 것일까. 그 능숙함의 척도에 따라 더 정상적이거나 덜 정상적인 것일까? 혹은 두렵지 않은 척을 할 만큼 능숙하지 못해서 미친 사람의 판정을 받고 마는 것일까? 읽지 못한 이후의 지면들에서 생겨날 나의 질문들이 궁금해진다.

그 때 국어 선생님의 "세상의 어머니들은 모두 미쳤어"라는 것은

두려움을 감추는 데에 능숙한 어머니들이 차마 말하지 못한 광기를 우리들에게 폭로했던 것일까.

이 책을 읽은 나는 아주 오래 전 교실에서 듣고 잊어버린 줄 알았던

'어머니'와 '미쳤다' 라는 단어를 과감히 배열하고 있는 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