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봐도 연애소설
이기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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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연애소설 / 이기호 ,위즈덤하우스

사회적 거리유지를 하다보니 집 안에 있는 시간들이 늘어난지 오래다. 그러다보니 심심할 때 부담없이 읽히는 글들이 주로 전자도서나 웹소설 연재물들이다. 요즘 북맥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맥주와 책. 어울리는 도서를 탐색한다. 우선은 호흡이 짧은 책, 언제든 뒹굴뒹굴 읽다가 얼굴에 엎어놓다 다시 집어들어 읽어도 부담없는 책, 그러면서 적당히 적당히 사람의 마음을 짠하게도 하는 그런 도서를 원했다.

<누가 봐도 연애소설>이 딱 그런 책이었다. 로맨스라는 갈래는 시대불문 엄청 인기를 끄는 장르이지만, 요즘은 웹소설과 장르문학의 약진으로 여전히 강세를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은 독자의 요구치에 맞는 클리셰로 맞장구치기엔 삽화처럼 짧게 그려지다 여운을 남기며 희미해진다. 인물들도 뛰어난 검사나 재벌집 아들, 혹은 공작, 백작, 남작이 아닌 공시생, 취준생, 이혼한 가정, 좀 찌질한 성격의 소유자들, 혹은 칠순이 넘은 부부... 이 책을 읽다보면 어쩐지 내가 취준생도 되고 돌싱이 되기도 하고, 찌찔한 나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으며, 때로는 칠순이 넘은 채로 여전히 변함없이 배우자와 다투는 사람으로 변해있는 느낌이다. '누가 봐도' 라는 제목은 그런 의도였었나. 누가 봐도 자기 이야기같은. 연애를 하지 않는 사람도 세상살이가 거창한 사랑이 아니라, 찌질하면서도 아프고 짠한 연애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만 같다.

미니픽션이라는 짧은 분량도 호흡을 함께 한다. 어쩐지 뒷 이야기는 안 봐도 될 것 같다. 왜냐면 뒤의 결과가 궁금한 게 아니라, 이런 이야길 슬쩍슬쩍 들추어본 것으로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노트북을 돌려받았을 때 너와 나의 사진이 아닌 바탕화면의 사진으로 바뀌어있는 것을 봤을 때의 그 순간, 그 감정선. 그 뒤에 어떤 원인과 결과가 딱히 놓여야 할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뒷편의 내용들이 궁금해지지 않은데 이들의 이야기들은 계속 전개되어갈 거라는 믿음이 생긴다. 왜냐면 내 삶도 그렇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미래가 내다보이지 않는 삶, 그런데도 딱히 궁금해할 것도 없고 궁금해하지도 않은 채 진행되는 삶, 가끔 슬쩍 남의 이야기를 엿보면 내 인생도 크게 어긋나진 않는구나. 나만 유치한게 아니구나. 다들 유치하고 약했어. 나만 찌질한게 아니었어, 하는 안도감이 내 미래보다 더 살갑게 다가오기 때문이 아닐까.

20-08-21 금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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