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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13집 - The Third Place
이상은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젊은 사람이 ‘영원’이니 ‘하늘’이니 하며 ‘초월’을 이야기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바람’이니 ‘숲’이니 얘기하며 ‘생태주의’ 메시지를 전하는 시나 노래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그렇다고 오해하지는 마시길! 나는 ‘초월’이나 ‘생태주의’에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럴 만한 사람들이 진정성을 담보로 하는 얘기까지 시니컬하게 무시하지는 않는다. 다만 ‘초월’이나 ‘생태주의’가 트랜드화되는 것을 거부할 따름.
그런 점에서 이상은의 이번 13집 ‘The 3rd Place'의 가사들은 내 취향이 아니다. “이곳도 아니고 저곳도 아닌 또 다른 곳이 있다네. 이 길도 아니고 저 길도 아닌 또 다른 길이 있다네...”(제3의공간 중에서)라니! 이상은의 음악세계가 바뀐 이후로 그녀의 음악이 내 맘에 쏙 들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늘 그녀의 가사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녀의 신보가 나올때면 나는 늘 구매를 망설이게 되었던 것 같다. 그녀의 노래 가사는 너무 형이상학적이고 초월적이다. 나와 같은 또래인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그녀는 너무 빨리 늙어버린 걸까?
하지만 이상은의 이번 13번째 음반은 노래 가사만 빼고 다 좋다. 전체적인 앨범의 구성이며, 한 곡 한 곡 정성들여 만들어진 노래 하나하나는 모두 내 귀를 끌어당긴다. 특히 그녀의 음악적 파트너인 하지무 다케다, 이병훈과 함께 만들어낸 사운드들은 적절히 촘촘하고 적절히 느슨하여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게다가 이상은의 목소리는 이번 앨범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어깨에 힘을 빼고 잔잔히 부르는 그의 목소리는 가볍고 은은하게 나를 감싼다. 부클릿 디자인은 다소 소녀 취향처럼 느껴져서 정이 많이 가진 않지만, 앨범의 컨셉과 잘 맞아 떨어진다는 느낌이다.
요즘 계속 그녀의 앨범을 듣고 있다. 들을 수록 좋은 점이 많이 발견되는 음반이다. 다만 한가지 바램이 있다면 그녀가 좀더 ‘땅’으로 내려왔으면 좋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