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 시공아트 29
프랭크 휘트포드 지음, 김숙 옮김 / 시공아트 / 2002년 7월
평점 :
품절


2005년 오스트리아 벨베데레 궁전에서 
클림트를 처음 보았다.

그때 난 <프리차 리들러>를 한참 보았는데,
거기엔 묘한 분위기가 있었다.

인물화였으나 색채의 쓰임이나
인물 주변의 독특한 문양들로
인물의 내면이 드러나보이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클림트전 관람을 위해,
내멋대로의 해석이 아닌 제대로된 배경지식이 절박했던 바

<클림트>를 구입했다.

작가의 서문은 클림트에 대한 호기심을 끌어당겼는데,
그건 클림트가 생전 일기나 편지에 인색했으므로
그의 사생활에 대한 정보가 매우 희귀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책내용의 전반은
연대기순으로 클림트의 행보에 초점을 맞춘
객관적인 정보들이 대부분이었다. 아휴, 지루해

게다가 클림트는 자기자신을 알고자 한다면
자기 그림을 보라고 했다고 하니,
뭐... 더 파고들래야 알 수도 없겠다.

다만 나는 그의 화풍이
그 이전에도 그의 사후에도 없었다는 점에서
그가 매우 남다른 감수성의 소유자였으리라 상상한다.

그가 스스로의 작품에 대해 말하기를 꺼리고,
필력이 없어 편지쓰기를 싫어했다는 설명에 대해서
어쩌면 지극히 소극적인 태도를 가진 인물이었거나
혹은 그 누구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할 거라는
극단적인 회의주의자가 아니었을까 싶다.

어쨌거나 그는 매우 비밀스럽고
타인의 시선에 갇히는 걸 혐오했으며 
매우 자유로운 인간이었던 것 같다.

그가 분리파의 일원이었고 또 엄청난 정력가였음에도
단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걸 보면 그렇다.
(그의 사후에 친자소송을 13명이나 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오직 단 한 사람에게만은 예속되고 싶어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내 추측이지만, 
그래서 매우 위험한 상상이긴 하나, 

혹시 그가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를 사랑했으나 
결코 가질 수 없었기 때문에 갈망하진 않았을까 싶은 것이다.

책에는 그녀와 그가 어쩌면 연인관계였을 수도 있다고 쓰여있지만
그 시대 둘 사이의 스캔들이 전혀 없었던 걸 보면
그건 전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다.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는 그의 작품 곳곳에 등장한다.

그녀 이름으로 된 작품이 2점 있고,
<유디트>도 그녀의 얼굴이다.
유디트 속 여자의 목걸이는 실제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가
남편에게 선물받은 목걸이라고 한다.

나는 <키스>도 그녀의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정말로,

클림트는 어쩌면 그의 작품 안에서
그녀와 마음껏 정사를 벌였는지도 모른다.

<유디트>를 관람하던 중에 나는 나도 모르게
클림트가 어쩌면 자신의 목을 내어주고서라도
그녀를 품기를 고대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그녀는 유디트만큼이나 치명적으로 다가왔을 수도 있다. 

그리고 달콤한 <키스>는 그가 꿈꾸는 완벽한 환상은
아니었을까 싶은 것이다.

그가 그녀를 언제 처음 만났는지 알 수 없지만
그녀가 흉터를 감추고 싶어한 손가락을 표현한 그 섬세함과
모든 작품들 속 여자들의 그 섬세한 손들,
그건 어쩌면 그녀의 또다른 해석은 아니었을까 하는,

나만의 위험한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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