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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맨
크리스토퍼 이셔우드 지음, 조동섭 옮김 / 그책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어제와 다르지 않는 오늘이지만 그는 하루를 시작한다.잠에서 깨어 침대에서 일어나 욕실로 향한다.
자신의 노화하고 있는 얼굴을 보며 잠시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해 본다.그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생각이기도 하다.
늙어가는 육체를 바라보는 그는 우울하면서도 어둡다.
하지만 곧 세수를 한다.평범한 일상이다.
팔꿈치가 닿을 정도의 좁은 계단을 내려오면서 이 작은 집 때문에 외로움을 느낄만한 공간이 없어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때문에 서로 몸을 부딪쳤던 짐이 떠오르고 만다.
무덤덤했던 그의 마음에 통증이 전해져 온다.
짐은 죽었다. 그의 애인이었던 짐은 이제 그와 함께 하지 못한다.
하지만 토스트를 준비하면서, 변기에 앉아 창밖을 보면서 문득 문득 짐과 함께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예순을 바라보는 대학교수 조지는 동성애자다.
그는 타인과의 소통을 부담스러워 하며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지 않도록 조심히 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는 짐을 잃은 상실감과 혼자라는 고독감에 외로워 한다.
존경받을 지식인이지만 성적 소수자이기도 한 그의 외로움이 느껴진다.
집, 학교, 도로시의 병실, 체육관, 샬롯의 집, 케니를 만나는 하루 동안 그는 많은 일들을 겪고 또한 생각한다.
하지만 다시 사랑하기엔 두려움이 먼저 앞서는 나이다.
또 다시 침대에 누워 잠이 든다.
이 책은 애인을 잃은 한 남자의 하루를 담은 책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감과 심리 묘사가 섬세하면서도 너무나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아마도 이 책을 쓴 작가의 나이와 주인공인 조지의 나이가 같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물론 작가는 동성애자도 싱글맨도 아니었지만 그 나이에 겪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상실감
외로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한 남자의 하루는 이렇게 흘러 갔지만 그 하루 동안 느껴지는 감정들은 다양하면서도 복잡하다.
오늘 내가 느끼는 이런 감정은 조지와 작가의 나이가 됐을 때 느끼는 감정과는 또 다르겠지...
오롯이 이 책을 이해할 때 내 모습과 생각들은 또 어떨지...
하루 동안 그린 책 치고는 내게 너무 많은 여운을 남기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