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논의의 여지가 전혀 없는 상황에 처해 있으며, 〈타협〉이라든가 〈특혜〉라든가 또는 〈예외〉라든가 하는 말들이 더 이상 아무 의미도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납득하는 데는 사실상 여러 날이 걸렸다.

우리들 각자는 그저 하루하루 하늘을 마주한 채 외롭게 살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듯 전반적으로 만연한 단념이 길게 보자면 사람들의 정신력을 단련시킬 수도 있었겠지만, 그와는 정반대로 오히려 모두를 갈팡질팡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5주째에는 321명, 6주째에는 345명의 사망자를 기록했다. 어쨌거나 증가율이 호소력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증가율도 아직은 충분히 강력하지 않았는데, 우리 시민들은 불안의 한복판에서도 힘든 상황임에는 틀림없지만 어쨌거나 결국엔 끝날 사건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여전히 거리를 활보했고 카페의 테라스에 나앉아 있었다. 대체로 그들은 겁쟁이가 아니었고, 하소연하기보다는 오히려 농담을 주고받았으며, 일시적임에 분명한 불편들에 대해서 마음을 편안히 하고 받아들이자는 눈치였다. 체면은 유지된 셈이었다.

어머니의 아름다운 밤색 눈동자는 다정함으로 가득했던 옛 시절을 그의 마음속에 되살아나게 했다.

유일한 방법이란 페스트에 맞서 싸우는 것뿐이었다. 이 진실은 훌륭하지도 않았고, 단지 논리적 귀결일 뿐이었다.

〈5월의 어느 화창한 아침에 말을 타는 날씬한 여인이 멋진 밤색 암말에 올라탄 채 불로뉴 숲의 꽃들이 만발한 오솔길을 달리고 있었다.〉

랑베르와 코타르는 그늘이라고는 전혀 없는 대로를 걸어 올라가고 있었는데, 그 길은 도시의 가장 높은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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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7 09: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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