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격투기를 싫어한다. 서로 뒤엉켜 주먹질을 하고 발로 차고 내지르는 두 신체를 보면 사람이 아니라 고깃덩어리가 엉킨 것 같은 느낌을 받고 결국 혐오스로운 감정이 들어 기분이 나빠진다. 마치 거리에서 누군가의 욕설을 들으면 내게 욕을 한 것이 아닌데도 기분이 더러워지는 그런 느낌이다. 그래서 나는 격투기를 아주 싫어한다.
이슬아의 이 글은 조금 신선하다. 격투기를 좋아하는 여성이라는 캐릭터가 독특하고, 격투기에서 서사를 읽어 내고 분석을 한다. 나는 한번도 이런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즐기지 못하면 분석하고 그 내면을 읽어낼 수 없다.
얼굴이 찢어지고 피가 나고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거북할 텐데 이를 즐겨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을 알고 있는 여자. 여성에 대한 나의 편견이라기보다 좀 의외라는 생각을 했다.
이 부분이 마음에 든다. "내 시선을 사로잡는 건 언제나 패자의 얼굴이다. 시합이 끝나면 모든 선수들은 진실을 맞닥뜨린다. 이겼다는 혹은 졌다는 진실. 승자는 열광하는 관객과 마주하지만 패자는 오직 자신만을 마주한다. 어떤 야유나 격려의 음성도 선수 내면의 자책만큼 커다랄 수 없어서다. 커다란 무대 위에서 스스로의 한계라는 진실과 독대하는 이들을 본다."
재미있는 사람이다.
** 링크: 어떤 선수는 건너온 다리를 불태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