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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약돌의 사상
현정희 지음 / 수필과비평사 / 2017년 10월
평점 :
현정희의 첫 수필집 ‘조약돌 사상’은
맑은 바닷물에 오랜 세월 씻긴 조약돌의
모남 없는 자태와 고운 무늿결이 담긴 책이다.
그녀의 수필 ‘향초’(P177)에는 향초를 켜고 음악을 들으며 자신을 성찰하는 일상과
딸과 함께 광화문에서 세월호 아이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촛불집회장을 지나다
같이 촛불을 드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다시 어둠 속에서 향초를 켜고 향기롭던 사람들을 떠올린다.
이 한 편의 수필 속에 작가의 모습이 압축되어 있다.
제주에서 당시 2박 3일 걸리는 공주사대로 와 공부를 하고
교사가 되었지만 결혼과 육아 문제로 짧은 교직생활을 접고
다시 제주의 종갓집 맏며느리로 세 아이를 키우며 사는 삶.
어느 순간 지독한 병을 앓고 수필을 쓰면서 그 고통에서 빠져나와
이제 조약돌처럼, 향초처럼 살아가는 모습들이 담백하게 그려진다.
표현이나 문장, 짜임새도 탄탄하지만
가장 큰 매력은 진솔함과 담백함, 삶에 대한 따뜻한 눈길이다.
자신의 공간에만 갇히지 않고 세상과 글로 소통하면서
더 깊어지고 단단해진 작가는
또 세상의 촛불을 같이 들기도 하며 우뚝 서서
정화수 같은 길을 열어간다.
하루에 서너편, 머리맡에 두고 천천히 읽으면 더욱 좋을 수필집이다.
제주의 푸른 향에 시나브로 물들며
온몸 가득 맑은 샘물이 차오름을 느끼게 된다.
자신이 날 수 없는 몸의 구조라는 걸 전혀 알지 못한 호박벌은 태어나자마자 다른 벌의 날갯짓을 보며 자신도 날갯짓을 한다. ...진동에 가까운 수준인 초당 약 250회의 날갯짓을 통해 비로소 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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