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는 아무데나 가야겠다 - 개정증보판 벨라루나 한뼘여행 시리즈 1
이원근 지음 / 벨라루나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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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사한 제목이다.

아무데나 가도 우리나라는 멋있고 근사하다.

이 책은 '우리가 가고 싶었던 우리나라 오지 마을'이라는 부제를 달고 소개한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마음이 부쩍 바빠졌다.

학교에 가기 전까지는 근처 문화센터에서 적당한 수업이나 체험을 하며 주말을 보냈는데, 학교에 가고 나니 여행을 다녀야하지 않을까, 우리 아이에게 새로운 것들을 많이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이런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 책을 보는 순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정말 감사했다.

요즘 부모들은 박물관이다 동물원이다 과학관이다 수목원이다 캠핑이다 등등 뭔가 그럴듯하게 갖추어진 곳을 선호하는 편이다. 물론 나도 그런 곳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아이들에게 좀 더 다양한 체험을 하게 해줌으로써 아이가 자신의 미래를 꿈꿀 수 있고 나도 왠지 부모 노릇을 좀 하는 것 같은 안도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부모들에게는 그닥 쓸모가 없다.

 

이 책은 자연을 담고 있다. 우리가 자연이라고 하면 아마존 정글이나 밀림(TV 방송에서 많이 나와서)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그런 대단한 것들이 아닌, 작은 꽃, 계곡, 바위, 나무 등 우리 곁에서 우리가 조금만 눈을 돌리면 관심을 조금만 바꾸면 우리 안으로 뛰어드는 그런 작은 우리의 자연을 담고 있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그렇게 한참을 오랫동안 자리하고 있으면서도 우리가 찾아주지 않았던 오지 마을의 생경스러움을 친근하게 담고 있다. 그곳에 가면 마음과 몸이 정화되고 치유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곳을 소개하고 있다. 오지이다 보니 강원도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경기도를 소개한다. 평소 여기저기 많이 다녔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이 책에 소개된 곳 중에서 단 한 곳도 내가 가본 곳은 없다. 그래서 무척 더 기쁘다. 한군데씩 가보면 되니까.

 

여행사를 운영하는 아버지와 아들이 그동안 가이드를 하며 다녔던 곳을 소개하는 이 책은 관광지가 아니라 트레킹 혹은 드라이브에 적당한 장소들이다. 근사한 식당을 소개하지도 않는다. 그냥 그곳에서 허름하지만 맛있는 식당, 가끔은 부녀회에 부탁한 식사들을 소개한다. 그마저도 운치있다.

 

책에 소개된 많은 사진들은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게 만든다. 좋은 계절들과 꽃이 피는 개월 수 등을 소개하기 때문에 날짜에 맞춰 1년 계획을 세울 수도 있을 것 같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이곳에서 우리 아이들과 남편이 함께 그 경치를 바라보고 이야기하고 안아주고 걷고 함께할 수 있는 그때를 상상할 수 있어서였다. 해외에 나가서 좋은 거 많이 보고 새로운 거 많이 경험하는 것도 물론 좋지만, 금전적인 부분을 나로서는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자연을 느끼고 냄새를 맡고 그곳의 향기를 온 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곳이 우리 가까이에 이렇게나 많이 있다는 사실에도 무척 놀랐다.

 

사람들이 많아지면 시끄러워지고 더러워지고 복잡해지는 일들이 생겨날 수도 있지만, 이제 나도 정신적으로 많이 성숙했으니 조용히 깨끗하게 여행하는 법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이 길을 걷고 각자의 꿈을 꾸며 각자의 아픔을 치료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p.70

초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동강의 물빛을 보러, 주저 말고 떠나야 한다. 정선과 영월을 걸쳐 굽이굽이 흐르는 동강의 자태는 환상적이다.

p.177

구와우마을은 소 아홉 마리가 배불러서 누워 있는 모습을 닮은 땅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구와우에서는 몇만 평의 땅에 해바라기를 심어서 축제를 열기도 한다. 그만큼 이곳은 모든 것이 배부를 정도로 풍요로운 땅이란 뜻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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