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입이 예쁜 골목길 아이들 - 1학년 2학기 초등국어교과서 수록 시 포함 고래책빵 동시집 1
이준관 지음, 조푸름 그림 / 고래책빵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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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는 아이가 읽어야 하는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동시를 읽으면서 생각한 것은 아이, 어른이 모두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뒷표지에 이런 글이 있다.

"동시가 쓰기 쉬운 시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전혀 맞지 않는 말입니다. 어린이가 읽는 시이니까 더욱 어려운 시이지요. 그것은 어린이가 먹는 음식을 만들기가 더욱 어려운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나태주, 시인)

사실 읽기 쉬운 동시가 어렵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쓰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나태주 시인의 글처럼 어린아이가 먹을 음식만들기가 더 까다롭고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딸아이들과 함께, 서로 한편씩 읽어가며 킥킥거렸다. 정말 재밌게 읽은 시 몇 편을 소개한다. 

<쟁이가 사는 골목길 동네>
개구리처럼 폴짝폴짝 뛰어노는
개구쟁이
차새처럼 수다 잘 떠는
수다쟁이
매미처럼 울기 잘 하는
울기쟁이
걸핏하면 다람쥐처럼 뽀로로 달려가
이르기 잘 하는
이르기 쟁이
말만 걸어도 봉숭아꽃럼
얼굴이 빨개지는
부끄럼쟁이
무서운 이야기만 들어도
얼굴이 하얘지는
겁쟁이
뻥튀기 뻥처럼
뻥쟁이
딱따구리처럼 따따부따
참견쟁이
걸핏하면 뿡뿡뿡
방귀쟁이
메아리처럼 따라하는
따라쟁이
쟁이 쟁이가 사는
골목길 동네.

나의 어릴 적은 어떤 쟁이였는지 잠시나마 추억을 떠올려보고, 잠깐 미소지을 수 있었다.

<싸움>
골목길 아이들은
싸움을 하지

무릎으로 넘어뜨리기
닭싸움을 하지
엉덩이로 밀어내기
오리싸움을 하지

골목길 아이들은
싸움을 하지

서로 마주 바라보며
눈싸움을 하지
합죽이가 됩시다. 합
웃음 참기 싸움을 하지

싸움에 져도
엉덩이 툭툭 털고 일어나면 그만.

싸움에 져도
푸하하하 웃고 나면 그만.

싸움을 해도 그런 싸움을 하지
골목길 아이들은.

나도 모르게 그 시절과 요즘 시절을 비교했다. 놀이가 싸움이었던 그 시절. 지금은 아이들이 어떤 놀이 싸움을 하고 있을까. 베이드 블레이드 버스트 갓 팽이 싸움을 하고 있을까. 이런 놀이 싸움이 있고, 싸움에 져도 웃을 수 있다는 걸 내 아이들은 알고 있을까.

<하늘빛 파란 대문>
우진이네 집 대문
하늘빛 파란 대문

-우진이 아빠
고장난 전기 좀 고쳐 주세요
우진이 아빠 손 빌리러 오고

-우진이 엄마
꽃모종 좀 주실래요?
꽃모종 얻으러 오고

-우진아
축구 공 좀 빌려줘
축구공 빌리러 오고

골목을 향해
활짝 열려 있는

우진이네 집 대문
하늘빛 파란 대문.

대문을 잠그고 다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때는 고등학교를 다니면서였다. 내가 나고 자란 시골은 여전히 대문을 열고 살았지만, 대전으로 학교를 다니면서, 대부분의 친구들이 아파트란 곳에 살고 있었고, 문을 잠그지 않고 산다는 것이 있을 수 없는 일처럼 말했을 때 문화적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역력하다. 그 후 엄마아빠한테 문을 잠그고 다녀야 한데라고 말했던 기억이.ㅋㅋ

<밥 먹기 싫은 진짜 이유>
밥 먹기 싫어요!

배가 아프니?
아니요

뭘 먹었니?
아니요

엄마는, 엄마는 모른다
밥 먹기 싫은 진짜 이유를

엄마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그런다는 것을
이렇게, 엄마와 함께...

마지막 동시인 <밥 먹기 싫은 진짜 이유>는 왠지 우리 아이들과도 같은 마음인 것 같아서 소개해 본다. 아이들의 진짜 허기는 배고픔이 아니라, 사랑과 관심은 아이었을까.

동시를 우습게 여긴 것은 아니지만, 감동을 전해 준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시에서 주는 감동과 견주어 절대 뒤지지 않을 동시의 감동을 왜 그동안 모르고 살았을까. 동시를 읽을 수 있게 된 기회에 감사하고, 그 동시가 나에게 추억과 상념을 불러일으켜 준 것에 감사한다. 누군가와  함께 그 기억들을 나눌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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