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부 올빼미의 텃밭 가이드 3 : 허브 재배와 활용 편 도시농부 올빼미의 텃밭 가이드 3
유다경 글 그림 사진 / 시골생활(도솔)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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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래 기다린 책이었다. 처음부터 이 내용이 제일 궁금했었는데 1편부터 읽으며 3년을 기다린 끝에 이 책을 만났다. 물론 그동안 저자의 블로그를 다니며 여러 가지를 조금씩 맛보기는 했지만 블로그 글만으로는 끝내 해갈이 안 되는 목마름이 있었다. 이제 책을 받아 들여다 본지 꽤 시간이 흘렀다. 나의 목마름은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지만 책에서 얻은 지식들이 내 밭과 허브들에게 돌아갈 날까지는 시간이 좀 필요하겠다. 당장 실행할 수 있는 것들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내년, 내후년이나 되어야 적용이 가능한 것들이 있으니말이다.

 

  오래전 내가 저자의 블로그를 소개받았을 때, 나는 루콜라를 기르고 있었다. 아니 처음으로 플라스틱 화분에 루꼴라 씨앗을 뿌리고 기다리던 중이었다. 당시엔 루콜라가 뭔지도 몰랐다. 고마운 인터넷 지인이 소개해줘서 알게 된 모 사이트에서 신입회원들에게 제공해준 씨앗이었다. 다른 종류들도 있었지만 기억에 강하게 남아있는 루콜라였다. 대충 검색을 통해 알아본 그 식물은 피자에 넣어 먹으면 맛있다고 했었다. 그러나 싹이 나고 잎이 좀 커진 듯 해서 뜯어먹어보니 맵기만 하고 이걸 어떻게 피자에 넣어먹겠나라고 의아해하며 내팽개쳤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났다. 이제는 루콜라가 떨어지면 얼른 파종을 한다. 보통 자연발아가 잘되는 편이라 씨앗이 떨어진 자리에 나오는 아이들을 거둬 먹곤 하지만 중간에 떨어질 것 같으면 파종을 해서 먹고 싶을 때 아쉽지않게 하는 것이다. 유럽 여행을 가면 샐러드에 끼어나오는 루콜라가 제일 반갑고, 길거리에서 만나는 야생 루콜라를 동행하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기도 하면서 조금 으쓱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아까 먹은 맛있는 샐러드 재료가 이것이었다고. 매콤하면서 견과류 맛이 나는 이 매력적인 허브를 알게 되어 외국 여행에서 먹는 걸 고민하는 일이 한층 줄었다. 아니 오히려 다른 허브들을 알아보는 즐거움이 생겼다고 해야겠다. 야생루콜라는 꽃색이 좀 더 노란색이구나하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품종의 차이였나보다. 책에 보니 품종에 따라 여러 가지 꽃 색이 있단다. 그리고 루콜라로도 페스토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걸 그동안 전혀 생각을 못했다는 것. 아이고 아까워라. 책을 읽으면서야 이마를 친다.

 

  루콜라를 시작으로 이런저런 허브들을 길러봤다 블로그에서 소개되는 것과 이런 저런 정보를 통해서 많이 키우게 되었다. 그러나 내가 이 책을 그토록 기다린 이유가 바로 그렇듯 도무지 뭐에 활용하나 하는 게 제일 아쉬운 것이었다. 루콜라는 주로 먹을 수 있으니 별로 어렵지 않았다. 바질도 마찬가지다. 바질도 잘 자라고 맛있고 여러 가지 응용도 하고 해서 크게 아쉬움이 없는 작물이었다. 그러나 그밖의 다른 허브들은 기르기는 했는데 도대체 먹는 건 너무 한정적이고 향을 즐기고 꽃만 보기에는 어쩐지 손해 보는 느낌이 나고 잘 활용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렇지만 그런걸 소개하는 책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물론 아주 없지는 않다. 그동안 여러 종류의 책들을 읽어보기도 하고 여기저기 인터넷 사이트에서 정보를 얻어 적용해보곤 했지만 마음에 딱 드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일단 국내 저자의 허브 관련 책이 별로 없다. 있어도 올빼미님의 책처럼 자세하고 가려운 곳을 모두 긁어주는 내용의 책은 없었다. 책을 받자마자 얼른 3부 활용편을 읽었다. 바로 그 다음날부터 활용에 들어간 내용은 생허브의 보관이란 편에 물꽂이 보관이었다. 바질은 꽃대가 오를 무렵 양이 많아져서 대부분 페스토나 퓨레를 만들어 저장을 하지만 토마토가 한창 나오는 지금 생바질 잎이 필요한데 매번 싱싱한 걸 따서 먹기가 어려웠다. 밭에 잔뜩 놔두고 못먹는 심정은 자괴감이 들 정도인데 바질을 줄기채 꺾어다 물에 꽂아놓고 물을 갈아주면 싱싱한 바질 잎을 계속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지금 그때 주방에 가져다놓고 물에 꽂아놓은 바질은 뿌리가 많이 나왔다. 이제 화분에 심어서 계속 키워야겠다.


  그밖에 또 눈에 띄는 활용법 중에는 허브 버터였다. 사실 버터를 그리 많이 먹는 편은 아니지만 어쩌다 사용하려면 뭔가 좀 부족한 아쉬움이 생기곤 했는데 허브버터를 만들어두면 해결이 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종종 허브버터 이야기를 듣긴했지만 책을 읽다보니 머릿속에 전구가 하나 켜진 듯 밝아지는 느낌이다. 그밖에도 여러 가지 요리에 사용할 허브 활용법이 많다. 다만 내가 그리 요리에 시간을 들이거나 재밌어하거나 잘하지 못하기 때문인지 만들어놓고도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기엔 좋다. 이제 먹는 것에 조금 더 비중을 높이는 계획을 세워본다..

 

  책에 소개되는 활용법은 이외에도 많다. 놀랍게도 그 대부분을 나도 사용하고 있던 중이었다. 물론 나는 완전 초보수준이지만. 그동안 허브를 기르면서 나름대로 여러 가지 활용방법을 찾아보게 되었고 막 이런저런 방법들을 사용해보고 있었다. 허브를 먹는데에만 사용하는 것보다 다른 활용방법들이 더 재밌어서 허브를 기르는 즐거움이 두배로 커졌다. 내가 적용해본 것들은 비누나 연고만들기, 화장품 만들기, 특히나 최근에는 가정용 증류기를 구입해서 생허브들을 증류하고 있다. 증류는 본래 에센셜오일을 추출하는 기법이지만 우리는 오일을 분류하지않고 에센셜오일이 함유된 증류수를 얻는 것이다. 화장수나 여러 가지 용품의 수용성 액체로 사용하고 있다. 그동안 인퓨전 해놓았던 오일들과 알콜이나 식초, 글리세린에 팅크쳐해놓은 것들, 말린 허브들로 만들어지는 여러 가지가 각종 생활의 즐거움을 주고, 또 나 혼자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주변 지인들에게 만들어주면 대부분 좋아하니 기쁨이 더 크다. 내가 기르고 수확하고 만들어 사용하니 심적인 효능까지 더해져서 그런지 아프던 어깨도 거의 안아프고 피부도 좋아지고 건강해졌음이 느껴진다.

 

   활용법을 보다보니 내가 그동안 길러만 놓고 제대로 갈무리를 안해서 활용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이제 내년에 기르게 되면 갈무리 잘해서 올해 배운 여러 가지들을 잘 만들어봐야겠다. 제일 아쉬운게 저먼 캐모마일 꽃이 이렇게나 많이 사용되는 것을 모르고 제대로 갈무리를 안해놓은 것이다. 캐모마일 꽃차를 좋아하긴 하지만 말린 꽃보다 생꽃잎차가 더 좋아서 그렇게만 마시고는 그냥 모두 내버려뒀던 것이다. 내년을 기약할 일이다.

 

 

  책은 1부에서 허브 총론을 다루고 2부에서 각론을 다루고 있다. 내가 그동안 욕심껏 이것저것 들을 적마다 씨앗을 구해 파종하고 모종을 사서 길러본 것들이 많아서 책에서 소개된 허브들 중에 러비지와 처빌만 빼곤 모두 다 길러본 것들이었다. 그러나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그저 키우기만 한 것들이 많아서 읽으며 안타까운 심정이 컸다. 이제 내년에 다시 기를 때는 좀 더 잘 기를 수 있으리라. 물론 기르면서 그냥 향을 즐기고 꽃만 보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그 즐거움을 만끽하리라 다짐해본다. 3부 활용 편은 가장 기다렸던 부분인데 그동안 저자의 블로그나 다른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또 다른 책들을 읽고 나름대로 노력해본 부분인데 십분의 일도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음이 드러났다. 그래도 비슷하게는 이것저것 시도해본 것들이어서 읽으면서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이고 그동안 못해본 것들도 꼭 실천해보리라 또 다짐해봤다. 4부는 일종의 보너스인데 사실 1편이 나올 때부터 이 부분이 가장 궁금했었다. 2편에서도 실리지 못해 아쉬움이 컸었는데 이제 책에 나온 것들은 다 해보리라 마음먹어 본다. 작은 텃밭이라도 농사를 지어 작물을 수확했지만 다 먹지 못하고 버려지는 부분이 많았었다. 사서 먹는 것과 달리 나올 때는 너무 많고 시기가 지나면 원하는 게 없으니 못 먹고 버려졌던 수확물들이 아쉽곤 했었는데 어떻게 갈무리하는 게 좋은지 온갖 방법이 다 제시되니 이제 내년엔 하나도 버리지 말고 모두 잘 챙겨서 1년 내내, 특히 수확물이 안 나오는 겨울철에 야금야금 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신이난다.

 

  책은 언제나 그랬듯이 내용은 풍부하고 정확하며 무엇보다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들이 가득하여 별로 더 궁금한 게 없을 지경이다. 뿐인가 직접 그린 귀여운 그림으로 이해를 돕고 도표를 만들어주어 다른 걸 찾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다. 저자의 13년 시간과 직접 경험한 모든 노력이 다 들어있는 이 책과 시리즈 전체가 도시 농부들에게는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이런 즐겁고 행복한 놀이를 하며 사는 것도 기특하기 이를 데 없는데 그걸 더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주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주는 저자에게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마지막으로, 1편이 나올 때부터 계속 원하는 바가 있었다. 바로 전자책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제 올빼미의 텃밭 시리즈는 도시 농부의 교과서인데, 학교가 바로 텃밭이라 일하다가도 얼른 궁금한 부분을 찾아보고 싶지만 그 책들을 다 들고 나갈 수도 없고 가지고 다니는 스마트폰으로 책을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언제쯤 이 소망을 들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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