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철 선생의 세 번째 시집 [도선장 불빛 아래 서 있다]는 십 년 만에 내는 신작이다. 그의 첫 번째 두 번째 시집에 비해 이번 시집이 좀더 가깝고 편안하게 다가온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전에 작품들에게서는 시대적 상황이나 현실을 주로 다뤄 이른바 [민중시]를 쓰신 반면 이번 시집은 일상에서 느끼는 사소하지만 지나칠 수 없는 시선들을 선생 특유의 필체로 담아내고 있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손톱을 깎는 사내의 짧은 휴식을 다룬 [손톱 깎는 남자] 나 [금화터널을 지나면서] 매연으로 새까맣게 된 벽면에 '보고싶다' 라고 쓴 어느 작자의 환한 마음까지 읽는 선생의 시선이 따뜻하다. 또 다른 시 [집착]에서 보면 무엇하나 버릴 수 없는 것들. 이른바 나이를 먹으면서 생기는 사소한 혹은 소심한 자꾸만 어쩔 수 없는 집착은 개인적으로 많이 공감이 가는 시였다. 이밖에도 [아버지의 사랑말씀 6] 같은 시는 쓸쓸하고 또 아련한 추억을 떠올린다.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것들, 겨우 존재하는 것들 그 짧은 찰나에 뭔가를 발견하고 기록하는 것이 시(詩)라고 생각된다. 그러기 위해 대기하고 긴장하는 시인이란 얼마나 치열한 사람들인가 늦가을 잠시 시인이라도 된 양 꿈꾸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