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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향
전성태 지음 / 실천문학사 / 1999년 9월
평점 :
품절
몇 년 전 내가 맡았던 과제 중 하나가 풍자와 해학의 달인 작가 김유정에 대한 소설을 읽고 레포터를 써야 하는 일이었다. 그때 나는 작가 김유정의 작품들을 읽고 박장대소하며 흠뻑 빠졌던 기억이 있다. 그 후로 나는 해학과 풍자적인 소설에 상당한 매력을 느꼈었다. 재치와 유머는 그 어떤 고급스러운 개그보다도 유쾌하지만 그것이 단순한 웃음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 풍자소설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인간적인 고뇌를 재미와 웃음으로 치장 할 뿐 그 속뜻은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작가 김유정이 있었다면 현재는 농촌소설과 풍자 해학 소설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관촌수필의 작가 이문구 선생님이 계시다. 그리고 이어 문단에서는 이 젊은 작가를 주시하고 있다고 한다. 전성태 작가의 첫 작품집 [매향]은 농촌에서 일어났음 직한 소재들은 모두 다루고 있다. 작가는 젊은 나이에 등단을 했지만 나이답지 않는 담대함과 구수한 남도 사투리와 입담은 독자로 하여금 작품에서 눈을 돌릴 수 없게 만든다.
요즘처럼 소위 최루소설이 범람하고 길들여진 이 시기에서 전성태 작가의 작품은 독보적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작품집에 실린 모든 작품이 고루했지만 역시 등단작 [닭몰이]와 [새], [가문정월] 등이 기억에 남는다.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주인공들과 우습지만 웃음으로만 끝내기엔 어쩐지 아쉬운 상황들이 기가 막히게 잘 묘사 되어있다. 당분간 나는 이 풍자적인 소설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거 같다. 그래서 이 입심 좋은 젊은 작가의 차기 작품이 누구보다도 무척 기다려지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