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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I
아트 슈피겔만 지음, 권희종 외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199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나치학살을 소재로 다룬 것 중 가장 감동적이고 가장 잘 된 서사문학' -월스트리트저널- 이라는 광고를 책표지에서 보았다. 다 읽고 난 느낌은 나 역시 그 어떤 영화보다도 어떤 잘 짜여진 구조를 갖춘 소설보다도 더 감동적이었다. 만화라는 통상관념을 뒤엎는 작가의 신선한 발상이 재미있었고, 아버지의 과거 속으로의 여행과 현실에서의 아버지와의 견해차이들이 새로운 구성과 함께 잘 드러난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과거 유태인들의 나치시절에 대한 두루뭉실한 생각들을 하나로 엮어주었다. 인간이 가진 가장 나약한 부분들에 있어 작가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겪었던 고통은 우리가 상상한 그 이상이었다. 오직 하나 살아남기 위해서 작가의 아버지는 대단히 적극적이어야 했고 모든 것을 뚝딱 해치우는 만능인간이 되어야 했다. 못하고 안하고의 차이를 떠나 단 1%의 기회가 주워지면 망설임 없이 99%의 가능성으로 밀고 나가야 했다. 인간이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그저 살아남기 위한 (가족을 위해) 모든 걸 감수해야 하는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여러 극한 상황에서 살아 돌아온 아버지와 작가의 사소한 견해차이는 사실 대단하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자의든 타의든 강박관념들로 익숙해진 아버지 그래서 전쟁이 끝난 지금에도 무엇하나 버리지 못하는 그를 이해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사소한 대립은 누구도 탓할 것 없는 아픔이다. 아트 슈피겔만씨는 아버지의 과거를 작품으로 담아내기가 고통이었을 것이다. 만화의 장점을 최대한 이용한 나치는 고양이로 유태인은 쥐로 표상한 재치 있는 작가의 발상에 놀랍다.
이 책의 소재는 우리가 수없이 영화나 소설로 혹은 다큐로 본 나치시절 유태인의 암담한 생활을 담고 있지만 이 흔한 소재가 전혀 식상하지 않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인간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바로 인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