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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갱 : 고귀한 야만인 ㅣ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30
프랑수아즈 카생 지음, 이희재 옮김 / 시공사 / 1996년 4월
평점 :
품절
무슨 바람이 불어 요즘 와서 그림이 좋아졌는지는 모르겠다. 먼저 우연찮게 디스커버리 총서 중 반 고흐의 책을 읽게 되었고 그가 귀를 자른 것과 정신이상이 오는 시점에서 일말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볼 수도 있는 고갱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었다.
반 고흐의 글들과 그림을 보며 그가 가진 외로움과 소박함에 깊게 감명을 많았던 반면 어쩐지 고갱의 화려한 색채를 띤 작품과 글은 처음부터 잘 읽혀지지 않았다. 허나 장수를 거듭할수록 그가 가진 매력은 고흐의 그것과는 전혀 색다른 것이었다. 여럿 되는 그의 자화상과 외모는 어느 연극배우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로 특이한 인상을 주었다.
깊게 파인 쌍꺼풀 진 눈과 매부리코와 절제하고 있는 듯한 꾹 다문 입술이 그러했다. 또한 골똘히 뭔가를 원하는 표정은 어쩐지 모호하기까지 했다. 그가 남긴 자화상들 중에 빈센트 반 고흐에게 라는 글이 적힌 [레 미제라블]이라는 자화상은 아마 나의 머리에서 쉽게 잊혀지지 않을 거 같다.
모든 천재들은 그 시대를 조금은 빗겨나 있다. 그들이 시대와 타협을 했다면 대가의 반열에 오르지 못 했을 것이다. 고갱의 계속되는 도전은 그가 가진 재능과 잘 맞물려져 위대한 작품들을 낳게 했다.
타히티로에서의 삶은 그림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의 그림 속 인물들은 전부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고 있었고, 특히 놀랄만한 것은 그가 가진 문학적 재능이었다. 그의 생각과 글과 관념들은 그 어떤 문학가들보다 더 문학적이었다.
이제 어디서든 그의 그림을 보면 단번에 알 수 있을 거 같다. 선 굵고 검은 피부를 가진 그의 여인들을 어찌 쉽게 잊어버릴 수 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