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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 태양의 화가 ㅣ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7
파스칼 보나푸 지음, 송숙자 옮김 / 시공사 / 1995년 2월
평점 :
품절
나는 그림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내게 있어 좋은 그림이란 그저 바라보고 편안한 거면 된다.가령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그 그림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거나 다시 보고싶어진다면 그게 나에게는 더없이 좋은 그림이다.
일전에 아는 동료가 우연히 보여준 고흐의 [비탄]이라는 그림을 보고 그저 고흐라는 사람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는 다만 학생시절 미술시간에서 배운 자신의 귀를 자른 그리고 자살한 불우한 정신병자였을 뿐이다. 하지만 이번 그림 [비탄]은 내게 더없이 좋은 그림으로 비춰졌다. 그리고 단지 그 그림 외의 또 다른 그림이 보고 싶다는 작은 욕심이 생겼었다.
우연히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시리즈 중 태양의 화가 반고흐를 보게 되었다. 첫 페이지부터 등장하는 그의 여러 편 되는 자화상들은 눈빛부터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 오른쪽 귀에 붕대를 감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는 정녕 그리고 싶었을까.
몇 장 되지 않는 얇은 책장을 훌훌 넘겨보면서 그가 고민하고 아파했을 시간과 그의 시선들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그가 겪은 몇 백만 분의 일도 안 되는 짧은 시간으로 그를 이해하려고 하는 거 자체가 무리였겠지만 읽는 내내 뭔지 모를 안타까움 들이 나를 적잖이 힘들게 했다. 그가 가진 강한 삶의 대한 집착, 연민과 아픔 그리고 어디에도 환영받지 못한 장돌뱅이 같은 삶을 그림으로 구원할 수 있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우리를 구속하는 것, 가두는 것 그리고 우리를 매장하는 것들에 대해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장애와 문과 벽을 느끼게 된다. 그러한 구속에서 자유롭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니? 그것은 깊고도 매우 진지한 애정이다. 친구가 된다는 것, 형제가 된다는 것, 사랑이야말로 지고하고 신비로운 힘이며, 감옥에 갇힌 영혼을 자유롭게 해주는 것이다. 사랑이 없다면 사람들은 영원히 감옥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다'
그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중 한 구절이다. '깊고도 매우 진지한 애정' 이라니 '사랑'이라니...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자신이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을 살아서는 얻지 못한 것 같다. 그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 중 안토닌 아르토드라는 사람 말대로 어쩌면 그는 '사회에 의해 자살한 인간' 일 지도 모른다.
다만 분명한 것은 '화가는 모름지기 자아와 투쟁해 더욱 완벽한 자아를 만들고, 에너지를 재충전해야 하며 물질적 어려움 따위는 극복해 나가야 한다' 고 말한 그가 진정한 화가이자 예술가라는 것이다.